꽃이 아니다 부희령 소설가·번역가 “저 나무에 핀 꽃들을 따라가시오. 꼭 나무에 핀 꽃들만 따라가야 해요. 꽃들이 다 지면 아마 원하는 곳에 다다르게 될 거요.”1) 동백에서 목련으로, 활짝 꽃 핀 산벚나무에 이르기까지 봄은 달리고 또 달린다. 할머니는 볕 좋은 툇마루에 마늘 몇 톨이 담긴 양푼을 내려놓는다. 손 심심한데 이거나 까면서 얘기하자고. 내 이름? 그건 알아 뭐하게. 여자들 이름이야 온순하게 살라고 순이, 깨끗하게 살라고 숙이, 어쩌다가 꽃부리 영자를 써서 영이 그런 거지. 우리 때는 섭섭이나 언년이 아니면 다행이었지. 세상이 달라져서 제일 좋은 건 집 안에서 물 나오는 거, 전기밥솥이 밥해주는 거, 세탁기가 빨래 돌려주는 거지. 겨울마다 새벽에 물 길으러 가는 길이 고역이었지. 고무장갑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