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전쟁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장대익 진화학자·과학철학자 불이 꺼지고 스크린에 동영상이 돌아가자 학회장이 갑자기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작은 체구의 침팬지 한 마리가 덩치 큰 수컷 침팬지 두 마리에게 집단 폭행을 당하고 있었다. 패대기를 치고 쭈그린 몸을 발로 차고 손을 꺾고 펄쩍 뛰어 양 발과 손으로 내리친다. 살점이 찢겨 나가고 피가 사방에 튀고 더 이상 비명도 들리지 않자 그 킬러들은 희생자를 몇 미터 질질 끌고 다니다가 그냥 버리고 간다. 만일 그들이 인간이었다면 담배 한 모금을 빨고 유유히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피가 튀는 19금 영화보다도 더 잔인하고 끔찍한 영상이었다. 20년 전쯤 세계영장류학회에서의 그 충격과 공포는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자료 화면이 다 끝나자 100여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