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가 결코 우리를 파괴할 수는 없다 강유정 강남대 교수·영화평론가 드라마 의 한 장면. 애플tv플러스 제공 ‘History has failed us, but no matter.’ 이민진 작가의 소설 의 첫 문장이다. 문학사상의 한국어판 에는 이 문장이, ‘역사가 우리를 망쳐 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라고 번역되어 있다. 시험에서 떨어지거나, 낙제했을 때 쓰는 단어인 페일(fail)이 망치다로 번역된 것이다. 전문가가 번역을 했으니 틀림없겠지만 어쩐지 거꾸로 번역을 한다면 망치다라는 표현에 루인(ruin)이 먼저 떠오른다. ‘루인’은 짓밟는 폭력을 연상시킨다. 실패, 낙담을 떠오르게 하는 단어 페일(fail)의 폭, 어쩌면 소설 의 힘은 바로 이 진폭에서 비롯된 게 아닌가 싶다. 애플tv플러스가 제작한 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