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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어리석은 사람

참으로 어리석은 사람 입력 : 2023.11.14 20:31 수정 : 2023.11.14. 20:32 송혁기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동아시아의 전근대 학술사는 경전 해석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전의 반열에 오르게 된 몇몇 텍스트에 대한 주석이 시대마다 끊임없이 이어졌다. 이른바 ‘술이부작(述而不作)’의 오래된 지향을 따라, 새로운 저술보다는 경전에 대한 풀이와 부연의 방식으로 자신의 학문 견해와 시대 인식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았다. 그 경전 해석의 계보에는 다양하고 치열한 이견과 논쟁이 담겨 있다. 역시 함축된 표현 때문에 여러 이설이 부딪치는 구절이 많다. 공자가 위나라 대부 영유를 평가한 대목도 그렇다. “영무자는 나라에 도가 있으면 지혜롭고 나라에 도가 없으면 어리석었다.” 군주가 훌륭하여..

칼럼읽다 2023.11.16

1950년도 출간되어 아직도 아마존에서 팔리는 책

1950년도 출간되어 아직도 아마존에서 팔리는 책 길버트 하이트가 쓴 (아침이슬)을 읽고 23.11.15 09:16l최종 업데이트 23.11.15 09:16l 김홍규(plataux) ▲ 책 표지 길버트 하이트(Gilbert Highet)가 1950년에 쓴 책 표지이다. ⓒ 아침이슬 쉬운 내용인데 유독 읽기 어려운 책이 있다. 길버트 하이트(Gilbert Highet)가 쓴 도 내게 그런 책이었다. '뼈를 때리는' 문장을 만날 때마다 한참을 꼼짝하지 못했다. 지난 교직 생활이 떠올라 읽던 책을 여러 번 덮었다. 다음 인용 문장들도 내 심장과 뇌를 오랫동안 붙잡아 두었다. "가르침이란 극히 미묘한 것이다." (책, 17쪽) "기억하라, 학생들은 그것을 아주 단번에, 너무도 민감하게 알아차린다는 것을" (책,..

책이야기 2023.11.16

창작과 사업, ‘두 사람’의 나

창작과 사업, ‘두 사람’의 나 입력 : 2023.11.15. 20:25 김태권 만화가 “나는 아이디어를 내고, 인공지능은 글 쓰고 그림을 그리는 창작의 미래.” 창작자인 나는 상상한다. 창작자의 상상이 사실이 될까? 사업가인 또 다른 내가 나를 찾아와 말한다. “아무리 즐거운 상상도 사업성이 없으면 현실이 되지 못해.” 이렇게 두 사람의 나는 대화를 시작한다. 얼마 전 오픈AI의 발표회가 있었다(오픈AI는 챗GPT를 선보인 인공지능 회사다). 아이를 재우느라 우리 시간으로 한밤중에 하는 발표를 직접 듣지는 못했지만 새벽 시간에도 여러 친구와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그만큼 관심을 모으는 행사였다. 그 며칠 후 이재민 평론가와 만났다. 그 역시 평론가와 사업가 두 사람으로 나뉜 듯했다. 우리 둘, 아니..

책이야기 2023.11.16

인테리어 열풍은 ‘결핍’ 때문일 수도

인테리어 열풍은 ‘결핍’ 때문일 수도 임우진│프랑스 국립 건축가 2020년 현대 인류문명을 불시에 마비시킨 바이러스의 습격은 인류의 시간을 그 전과 그 후로 나눌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시대에 인류는 어떤 변화를 겪을까. 그중 특히 관심을 받은 분야가 ‘공간’이다. 타인과 단절되어 자신의 집에서 전례 없이 긴 시간을 보내다 보니 많은 이가 자신의 공간을 전과는 다른 눈으로 보고 그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집과 공간에 관심이 커지면서 수혜를 입은 산업 중 하나가 인테리어 업종이다. 인테리어는 영어로 ‘내부’를 의미하니, 정확히 표현하면 ‘인테리어 디자인’이나 ‘실내건축설계’가 맞겠지만, 국내에서는 주택 등 건축물 내부공사를 그렇게 부른다. 여기에는 인테리어 설계와 시공 분야만 있는 게 아니다. 인테리..

칼럼읽다 2023.11.16

공무원 면접서 “시민단체서 일하지” 비아냥…그리고 ‘불합격’

공무원 면접서 “시민단체서 일하지” 비아냥…그리고 ‘불합격’ 화성시 9급 공무원 면접 게티이미지뱅크 “시민단체에서 활동하지 왜 공무원을 하냐”, “너무 소수자, 소수자 하는 것 아니냐”, “공무원이 노조하면 되냐, 안 되냐.” 지난 여름 경기 화성시 9급 공무원 면접에서 한 외부 면접위원이 지원자의 시민단체 이력 등을 문제 삼으며 공무원에 적합하지 않다는 취지로 편향적인 발언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지원자는 면접 전형에서 탈락했고 피해 구제를 받기 위한 방법을 모색 중이다. 지난 7월31일 진행된 경기 화성시 9급 공무원 일반행정 공채 면접시험에 참여한 백아무개(28)씨는 면접에서 공직 동기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백씨는 과거 시민단체 활동을 한 내용을 언급하며 답변을 했지만, 한 헤드헌터 업체 대..

기사읽다 2023.11.16

한 사람이 늙으려면 팀이 필요하다 [김은형의 너도 늙는다]

한 사람이 늙으려면 팀이 필요하다 [김은형의 너도 늙는다] 김은형 | 문화부 선임기자 6개월 전부터 필라테스를 하고 있다. 비뚤어진 어깨를 바로잡고 ‘꺾이지 않는 허리’를 갖자는 연초의 다짐을 실행한 것. 어제는 단체 강습에서 상체운동을 하다가 어깨가 아파 포기했더니 끝나고 강사가 와서 말했다. “어깨가 안 좋으시면 병원 가서 치료받고 운동을 하시는 건 어떨까요?” 맞는 말인데 마음이 쫄렸다. 나오지 말라는 이야기인가? 유연한 몸으로 난이도 높은 동작을 잘도 소화하는 젊은 수강자들 속에 내가 눈엣가시처럼 보였나? 요새 나 빼고 다 하는 것 같은 달리기를 시작해 볼까 생각하면서 당근마켓의 동네 달리기 모임을 수시로 체크하는데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이유도 비슷하다. ‘늙은 아줌마가 왜 껴’라는 눈길을 받을까 ..

칼럼읽다 2023.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