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 39

학교에 체험학습의 계절이 왔지만… [왜냐면]

학교에 체험학습의 계절이 왔지만… [왜냐면]수정 2025-03-10 18:41 등록 2025-03-10 16:58   전국적으로 봄비가 내린 2023년 4월18일 오전 현장체험학습으로 국회를 방문한 서울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우산을 쓴 채 국회 경내를 걸어가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홍제남 | 다같이배움연구소장·전 오류중 교장   학교가 개학했다. 고요했던 학교는 학생들의 재잘거림과 웃음이 넘쳐나며 분주할 거다. 학교는 1년간 교육계획에 따라 운영될 거다. 올해는 학교 밖 체험계획이 어느 정도로 수립되었을까 궁금하고 걱정된다. 교사를 하며 체험학습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실천했다. 수학여행 외에도 반 학생들과 학교 밖 1박2일 야영과 2박3일 농촌봉사활동을 진행했다. 교장일 때는 교사들의 다양한 체험활동..

칼럼읽다 2025.03.11

놔두시라, 몫 없는 이들의 몫

놔두시라, 몫 없는 이들의 몫입력 : 2025.03.10 21:12 수정 : 2025.03.10. 21:15 조기숙 이화여대 무용과 명예교수  지난달 19일 문화체육관광부는 ‘5개 국립예술단체 통합안’을 발표했다. 각 영역별로 국민 세금으로 만들어 운영하던 단체들을 하나로 통합한다는 것이다. 대상은 국립오페라단(1962년), 국립발레단(1974년 국립무용단에서 분리 독립), 국립합창단(1973년),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1985년 사설로 창단, 2001년 문체부 산하 재단법인으로 변경, 2022년 국립교향악단으로 명칭 변경), 국립현대무용단(2010년)이다. 국립예술단체들은 각기 다른 형태로 예술적 임무를 수행해왔다. 각 단체의 운영과 단체장 임명, 사회적 역할 이행 관련 문제들이 끊임없이 예술 현장으로부..

칼럼읽다 2025.03.11

탁구대 건너편

탁구대 건너편입력 : 2025.03.05 20:57 수정 : 2025.03.05. 21:02 임의진 시인  어릴 때 교회에 탁구대가 있었다. 동네 형들에게 배운 건 탁구보다 욕이나 부잡스러운 장난들이었지만 “탁구공 있냐잉. 그거 조깐 줘보그라잉.” 갓 낳은 계란이 오지듯 탁구공을 쥐게 된 형들이 나를 ‘있는 자’ 취급을 해주어 좋았었다. 똑같은 촌구석에 뒹구는데 ‘저소득층 아이들’과 ‘고소득층 자제들’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뭐 그냥. 탁구를 할 때 보면 또 숨은 성격들이 나와. 내기를 하다 대판 싸우기도 했던 모양. 탁구공을 사다 나르던 목사님이 그만 중단하고 마을 회관에다가 탁구대를 기증했다. 형들이 이번에는 회관으로 죄다 출근을 했어. 탁구공이 부딪히는 딱딱 소리가 경쾌해 그 근처를 지나면 어김..

칼럼읽다 2025.03.10

이야기가 우리를 구원할 거야 [정끝별의 소소한 시선]

이야기가 우리를 구원할 거야 [정끝별의 소소한 시선]수정 2025-03-09 21:47 등록 2025-03-09 18:48  이십대 청년이 먼저 읽고 그리다. 김재영  정끝별 | 시인·이화여대 교수   “너 있으나 나 없고 너 없어 나도 없던/ 시작되지 않은 허구한 이야기들/ 허구에 찬 불구의 그 많은 엔딩들은/ 어느 생에서야 다 완성되는 걸까”(정끝별, ‘끝없는 이야기’). 이 시를 쓸 때 나는, 어긋나 시작되지도 못했던, 그래서 서로의 이야기가 되지 못했던, 허구한 허구의 이야기들을 얘기하고 싶었다. 영화 ‘더 폴(The Fall)’을 보면서 오늘이라는 매일매일이, 내가 너와 함께 써 내려 가는 환상적인 모험이자 위대한 이야기라는 걸 다시 확인했다. 좋은 이야기의 힘이 바로 나와 너를 구원해 주기도 ..

책이야기 2025.03.10

재수가 없으니 땡전도 없다

재수가 없으니 땡전도 없다입력 : 2025.03.09 21:46 수정 : 2025.03.09. 21:50 김선경 교열부 선임기자  예능 방송에서 유명 연예인이 학생들 앞에서 이런 말을 했다. “내가 땡전 한 푼 못 받아도 이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연기를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어느 날 연기를 하는 게 너무 싫어져 연예계를 떠난 뒤 복귀하면서 한 말이었다. 지금껏 살면서 땡전 한 푼 못 받아도 하고 싶은 일이 있었을까. 일에 대한 그런 열정이 한 번이라도 있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는다. 일이 안 풀릴 땐 으레 ‘재수가 없어서’라는 말을 쉼 없이 내뱉으면서 그럭저럭 그 시간을 버틴 듯하다. 재수가 없으니 땡전이 한 푼도 없다. 땡전이 들어올 운수가 없는데 어찌 내 주머니에 돈이 많을 수..

칼럼읽다 2025.03.10

벌써 두 번째 벽돌 책 읽기 모임에 참석하며

벌써 두 번째 벽돌 책 읽기 모임에 참석하며25.03.06 13:55l최종 업데이트 25.03.06 13:55l 최승우(seung2871)  나른한 오후 서학 예술 마을 도서관을 찾은 사람의 모습이 여러 겹이다. 그림책을 보는 사람, 노트북 강의를 듣는 어른, 편안한 소파에 앉아 사색에 잠긴 아주머니, 휴대전화 삼매경인 젊은이 등 제각각 모습이다. '예술을 쓰다'라는 공간에는 두 개의 글감을 조합해 자기 생각과 바람을 전하는 방문객의 글이 모여 있다. "거친 밤의 시간, 거친 마음으로 잠 못 이룬 하루가 지나갔다. 거친 이 나라…. 푸른 들판에서 편히 쉬다 가고 싶은 국민의 마음을 누군가는 알까?"라며 정국 혼란과 불협화음의 시대에 대한 불안감과 안타까움을 전한다. "손님은 참 복도 많으시지. 두 통장이..

책이야기 2025.03.09

이토록 기묘한 ‘서민’ 의식 [조형근의 낮은 목소리]

이토록 기묘한 ‘서민’ 의식 [조형근의 낮은 목소리]수정 2025-03-05 08:49 등록 2025-03-05 07:00  일러스트레이션 노병옥  조형근 | 사회학자  학계 시절 교수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간혹 이질감이 들 때가 있었다. 돈 잘 버는 친구를 만났더니 “가난한 교수에게 쏜다”며 술값을 내줬다든가, “교수는 서민이라 살기 힘들다”는 유의 이야기를 들을 때였다. 듣는 ‘시간강사’들이 민망해졌다. 교수와 가난과 서민은 내가 끝내 적응할 수 없는 낱말의 조합이었다. 물론 교수도 사정이 같지는 않다. 직급, 전공, 소속 대학, 물려받은 자산에 따라 차이가 크다. 그래도 교수의 평균 연봉이 대략 1억원이라면 2024년 기준 근로소득자 상위 7% 이내의 고소득이다. 연구활동비, 발표토론비 등 기타 ..

칼럼읽다 2025.03.09

AI가 도달할 문학적 글쓰기 [크리틱]

AI가 도달할 문학적 글쓰기 [크리틱]수정 2025-03-05 18:49 등록 2025-03-05 17:01 권성우 | 숙명여대 교수·문학평론가  문학적 글쓰기를 시작하던 20대 청춘 시절부터 늘 글의 내용 못지않게 문체에 관심이 가곤 했다. 곰곰이 생각건대 나를 문학에 빠지게 만든 중요한 동기는 문체의 힘과 아름다움이지 싶다. 가령 “세계가, 내가 없어도 내가 있을 때와 똑같이 활기를 띠고 진행되리라는 것을 느낄 때의 허무감” 같은 문장을 통해 비평가 김현 특유의 문체가 지닌 고유한 개성을 느꼈다. “나는 언제나 이국(異國)의 어느 도시에 아무 가진 것 없이 홀로 도착하는 것을 꿈꾸었다”는 장 그르니에의 산문을 번역한 김화영의 단정한 문장이 지닌 상큼한 매력도 내 청춘을 통과한 원체험이다. 이런 문장과..

책이야기 2025.03.09

한소끔 [말글살이]

한소끔 [말글살이]수정 2025-03-07 07:26 등록 2025-03-06 14:30  우리 엄마는 요리를 잘 못했다. 가난뱅이 손에 쥐어진 식재료가 마르고 앙상한 것밖에 없어서였겠지만, 그걸 입에 맞게 탈바꿈시키는 재주가 엄마에게는 없었다. 싼 물엿으로 조린 멸치볶음은 늘 딱딱하게 한 덩어리로 굳어 있어서 씹을 때마다 입천장을 찔렀다. 김치는 짜고 질겼고, ‘짠지’는 짰지만 물컹했다. 철 지난 자반고등어는 가시만 많고 살은 적어 성마른 젓가락질을 하다 보면 목에 가시가 자주 걸렸다. 소풍날 김밥은 진밥 때문인지 싸구려 김 때문인지 늘 터져 있었다. 특히 엄마가 잘 못 만드는 음식은 시금치나물이었다. 봄철 별미인 시금치나물은 시금치를 적당히 데치는 게 관건이다. 한소끔 끓어오를 때 불을 끄고 바로 건..

연재칼럼 2025.03.08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것인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것인가입력 : 2025.03.05 20:51 수정 : 2025.03.05. 20:57 전재학 전 인천 산곡남중 교장  철학자 게르트 아헨바흐는 나이와 나이 들어감에 관한 19세기의 금언과 속담을 500개 넘게 수집해 책으로 엮었다. 그는 그 책에서 이렇게 단정했다. “여러 민족의 속담 522개 중 오늘날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표현은 하나도 없었다. 확실히 이 비슷한 것조차 없다. 다시 말해서 이것은 정말 현대인들의 표현이다. 그것이 존중해야 할 ‘서민의 지혜’ 또는 ‘길거리의 지혜’인지는 좀 더 살펴봐야 한다. 세련되고 제법 그럴듯하게 들리는 표현이라고 해서 삶의 참된 지혜를 표현하는 것은 아니다. 이 표현도 마찬가지다.” 한 해 한 해 ‘나이 들어감’을..

칼럼읽다 2025.0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