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292

[서평] 동고동락한 제자들 소환한 이봉환 시집 '중딩들'

학생들 이야기로 30여년간 시를 써온 시인 [서평] 동고동락한 제자들 소환한 이봉환 시집 '중딩들' 22.02.21 09:09l최종 업데이트 22.02.21 09:12l안준철(jjbird7) "중딩, 너희들과 희로애락한 지, 그 희로애락을 시로 써온 지 30여년, 그리고 여기 이곳의 너희하고는 3년, 올가을에는 너희하고 이런 약속을 하였지? '내 너희에게 시를 한 편씩 선물하마.' 갖가지 너희의 아름다움을, 발칙스러움을, 변화무쌍함을, 찬란함을 너희 밖으로 불러내 나무로, 시로 보여주겠노라고." - '시인의 말' 중에서 ▲ (푸른사상시선) 시집 표지 "내 너희들에게 시를 한 편씩 선물하마." 이봉환 시인은 3년 동안 동고동락한 중딩 제자들에게 그 약속을 지켰다. ⓒ 안준철 , 이봉환 시인의 여섯 번째 시..

책이야기 2022.03.08

[사람과 책을 연결하는 사람들] 북튜벼, 축의 전환 - 독서기록에서 좋음의 전달로

[사람과 책을 연결하는 사람들] 북튜버, 축의 전환 - 독서 기록에서 좋음의 전달로 공백(북 크리에이터) 2021. 5. 자세를 가다듬고 휴대폰 카메라의 녹화 버튼을 누른다. 만면에 생기 있는 웃음을 띠며 말한다. “안녕하세요. 공백입니다.” 목소리가 좋지 않다. 잠긴 목이 아직 풀리지 않은 모양이다. 헛기침 몇 번으로 목청을 가다듬은 후 다시 한 번 말한다. “안녕하세요. 북튜버 공백입니다.” 본격적으로 촬영이 시작되면 미리 준비해둔 스크립트를 단락 단위로 외워서 전달한다. 기억력이 매우 좋지 않기 때문에 촬영에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자꾸만 틀리게 말하고, 재촬영하기를 반복한다. 녹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내 기억력이 원망스러워지지만, 재미있게도 나는 바로 이 나쁜 기억력 덕분에 유튜브를 시작하게 됐..

책이야기 2022.03.05

[미디어셀러 현상 어떻게 볼 것인가?] 텔레비전에 책이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미디어셀러 현상 어떻게 볼 것인가?] 텔레비전에 책이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조아란(민음사 마케팅부 콘텐츠 기획팀 팀장) 2021. 4. 최근 몇 년간 하루가 멀다 하고 OOO책이 혹은 OOO 작가님이 방송에 출연하기로 했다는 편집자나 홍보팀의 호들갑스러운 메일을 받는다. 이 메일을 받아든 마케터들은 ‘얼마나 팔릴까’하는 기대와 함께 부과되는 일련의 부산스런 마케팅 활동들(방송 로고 사용 허가 – 방송 홍보 – 본방 사수 – 바이럴 콘텐츠 제작- 띠지 제작/웹페이지 교체 - 서점협의 등)을 수행해야 하는 피로감을 동시에 느낀다. 그럼에도 미디어 노출은 때로는 (아니 거의 매 순간) 편집자나 마케터가 바라는 모든 것이고, “어디 방송에서 잘 좀 소개해주면 좋은데…”는 마케팅 회의 자리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

책이야기 2022.03.05

숨그네와 홀로도모르 / 안영춘

숨그네와 홀로도모르 / 안영춘 2009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헤르타 뮐러의 영롱한 장편소설 는 1945년 1월 루마니아의 한 소도시에서 시작된다. 독일계 17살 소년 레오폴트 아우베르크는 소련 강제수용소 이송자 명단에 오른다. 소년은 축음기 상자를 트렁크 삼아 아버지의 먼지막이 외투, 할아버지의 우단 깃이 달린 도회풍 외투, 삼촌의 니커보커 바지(무릎 아래 부분을 졸라맨 짧은 바지), 이웃 아저씨의 가죽 각반, 고모의 초록색 양모 장갑, 자신의 포도주색 실크 스카프를 꾸려 넣는다. 이 무계통의 물건들이 보여주는 건, 소년은 물론 그에게 뭐라도 쥐여 보내려는 누구도 강제수용소가 어떤 곳이고 거기서 무슨 일을 겪을지 전혀 가늠하지 못하는 짙은 막막함이다. 결국 물건들의 쓸모는 굶어 죽거나 얼어 죽지 않으려..

책이야기 2022.03.04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동네책방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동네책방 강맑실 | 사계절출판사 대표 비는 무슨 할 말이 그리도 많았을까. 지난해 5월은 한달 내내 비가 내렸다. 일산에 있는 동네책방을 찾아간 그날도 비가 왔다. 책방에서 독자들과 미팅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어둠 속에서 비는 순한 안개비로 바뀌어 있었다. “나를 갈아 넣어가며 책방 일을 하고 있어요.” 생맥줏집에 들어가 맥주 한잔을 단숨에 들이켠 책방 주인장이 말했다. 여느 책방 못지않게 독자를 위한 수많은 프로그램과 저자 강연을 일년 내내 진행하면서 동네 네트워크의 한축을 일궈낸 분이었다. 생맥줏집 천장의 불빛 탓인지 얼굴은 창백했고 커다란 눈은 허공을 바라보며 다음 말을 준비하고 있었다. “자기를 갈아 넣으며 살지 않는 사람이 얼마나 있다고. 그런 말 하지 마.” 옆..

책이야기 2022.03.03

나는 왜 소설을 읽는가?

나는 왜 소설을 읽는가? 부끄럽게도 내가 소설을 다시 읽기 시작한 것은 정년퇴직을 눈앞에 두고서였다. 돌아보니 대학 졸업 이후 40년을 훌쩍 넘긴 세월동안 나는 소설을 읽지 않았다. 직장 말년에 러시아를 여행할 기회가 있었다. 모스크바와 페테르부르크의 여러 명소들을 관광했었는데 러시아 예술과 문학을 안내하는 현지인들의 얼굴에서 넘치는 자부심을 읽을 수 있었다. 페테르부르크 시내를 거닐며 이 가로가 소설 『죄와 벌』의 배경 장소라는 설명을 들을 땐 왠지 모르게 부끄러움이 느껴졌다. 귀국하자마자 나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을 사서 읽었다. 나 자신에 대한 속죄의 심정으로 읽었다. 이후 10년도 더 지난 지금까지 나는 소설책을 손에서 놓지 않고 있다. 누가 내게 당신이 소설을 읽는 이유를 한마디로 말해보..

책이야기 2022.03.02

[2030이 보는 출판] 그 ‘숨은 작가’를 편집자는 몰랐을까

[2030이 보는 출판] 그 ‘숨은 작가’를 편집자는 몰랐을까 김민섭(작가, 출판사 정미소 대표) 2019. 11. “작가가 출판사를 만들었다고요. 뭔가 어중간하게 책을 판 작가들이 꼭 그러더라고요.” 첫 책을 만들고 물류계약을 위해 유통사를 찾았을 때 들었던 말이다. 사실 비슷한 말을 몇 차례 듣기는 했지만 이렇게 직접적이기는 처음이었다. 그에게 ‘어중간하게’의 범위가 궁금해서 물어보니 대략 3만부 내외라고 했다. 내가 낸 다섯 권의 책 판매량을 다 합하면 그 정도가 간신히 넘을지 모르겠다. 그러니까 나는 ‘어중간하게’라든지 ‘그럭저럭’이라든지 하는 언저리에도 못 가는 셈이었다. 그에게 다른 작가들의 책을 내고 싶어서 출판사를 만들었고, 내 책은 여전히 다른 출판사에서 내려 한다고 하자 잘 믿지 않는 ..

책이야기 2022.03.02

교육과 저작권

교육과 저작권 이융희 문화연구자 웹소설부터 에세이 쓰기, 브런치 작가, 텀블벅 모금 등 출판과 관련된 다양한 출구전략 및 영역의 확대가 이루어진 글쓰기를 통해 생계유지가 가능한 시대가 되었다. 바로 이 지점을 노리고 ‘글쓰기 교육’ 상품이 성황리에 판매되기 시작했다. 각종 SNS에서는 너도나도 수십억원을 벌어들이는 작가가 될 수 있다며, 자신은 제대로 된 지식 하나 없이도 이렇게 글을 썼다는 광고가 줄을 잇는다. 인세 수입이 이만큼 났다고 통장의 수익을 공개하는 영상도 있었다. 나 역시 글쓰기 교육 현장의 한 일원으로 있는 만큼 이러한 산업의 구조나 형태 자체를 비판할 생각은 없다. 그런데 최근 들리는 제보에 의하면 이러한 교육 공간으로 나온 강사의 강의 교안, 그리고 영상 강의 내용 중 기출간된 웹소설..

책이야기 2022.03.01

[2022년 청년 책의 해 - 2030이 말하는 책 생태계] 나를 읽게 하는 사람

[2022년 청년 책의 해 - 2030이 말하는 책 생태계] 나를 읽게 하는 사람 김화진(민음사 편집자, 소설가) 2022. 02. 서울시 중구에 새로 생긴 도서관에서 4회간 한국문학에 대해 짧은 강연을 한 적이 있다. 도서관 강연은 처음인데…… 떨리고 두려웠으나 언제나 안 해 보던 일을 해 보는 쪽으로 결론을 내리곤 했고, 일 때문에라도 정기적으로 도서관에 들른다는 사실이 좋았고, 도서관에서 강의를 듣는 사람들이 궁금했으므로 하겠다고 했다. 4강의 작품 리스트를 짤 때에는 조금 신이 난 상태였다. 무슨 얘길 하지?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나누는 한국문학 얘기는 언제나 재밌지, 도서관이니까 구간부터 정기간행물까지 읽을 수 있는 재밌는 작품을 소개해야지, 하고 말이다. 그렇게 하여 내가 짜 간 리스트는 ..

책이야기 2022.02.28

[2022년 청년 책의 해 - 2030이 말하는 책 생태계] 독서의 무용함, 그리고 유용함

[2022년 청년 책의 해 - 2030이 말하는 책 생태계] 독서의 무용함, 그리고 유용함 임명묵(작가) 2022. 02. 얼마 전에 키우는 개한테 심하게 물리는 사고가 있었다. 한 번 ‘입질’하고 만 것이 아니라, 마치 맹수한테 사냥을 당하는 것처럼 물어 뜯겼다. 팔 한 쪽에는 마치 커다란 구멍이 파인 것 같았다. 사고를 대충 수습하고 우리 집은 나를 문 개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두고 고심했다. ‘안락사를 시켜야 하나?’ 아무리 내가 공격당했다 하더라도, 이미 가족이 된 개를 죽이는 건 차마 하지 못할 일처럼 느껴졌다. ‘중성화 수술을 하면 나아질까? 그래도 바뀌지 않고 계속 사람을 공격하면 어쩌지?’ 걱정과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러다가 어머니가 유튜브를 통해 알게 된 한 애견 훈련사를 부르..

책이야기 2022.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