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읽다 921

가공육이 먹음직스러운 이유

가공육이 먹음직스러운 이유 입력 : 2024.04.04 20:30 수정 : 2024.04.04. 20:33 임두원 국립과천과학관 연구관 햄이나 소시지만큼 손쉬운 반찬거리도 아마 없을 것입니다. 그냥 삶거나 볶아도 맛있고 다른 야채들과 함께 조리하면 제법 그럴싸한 요리가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가공육에는 식품첨가제들이 들어 있습니다. 특히 ‘아질산나트륨’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아질산나트륨은 지방의 산화와 유해한 세균의 번식을 막아 가공육의 보존기간을 늘리는 데 사용되는 일종의 보존제입니다. 이를 사용하지 않은 가공육은 유통기간이 10일 내외인 데 비해, 아질산나트륨을 첨가하면 30일 이상으로 늘릴 수 있다고 합니다. 보다 안전한 식품 섭취와 식재료의 낭비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을 주는 것이죠. ..

칼럼읽다 2024.04.05

넓은 집과 넓은 도시

넓은 집과 넓은 도시 [크리틱] 수정 2024-04-03 19:02 등록 2024-04-03 18:19 임우진 | 프랑스 국립 건축가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보니 한강을 덮은 물안개가 근사하다. 컨시어지 서비스로 배달된 아침식사를 마치고 출근 준비를 한다. 초고속 엘리베이터로 50층을 내려가 지하주차장에 세워둔 승용차를 타고 회사로 직행한다. 업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차를 세워두고 아파트 2층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고 아내를 불러 건물 지하의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 하루를 마무리한다. (생각나는 데로 갈겨썼지만, 충분히 있을 법한) 대도시 고층주상복합아파트에 사는 어떤 이의 일상이다. 럭셔리한 인테리어의 넓은 아파트, 멋진 전망, 호텔식 서비스, 엘리베이터만 타면 도달할 수 있는..

칼럼읽다 2024.04.04

4월의 흔한 풍경

4월의 흔한 풍경 입력 : 2024.04.03 20:33 수정 : 2024.04.03. 20:42 복길 자유기고가 저자 시장 초입의 버스정류장에서 한 할머니와 버스기사가 실랑이를 벌였다. 할머니에게는 아직 정류장까지 오지 못한 세 명의 일행을 위해 시간을 끌어야 하는 미션이 있었고, 버스기사에게는 대부분이 노인인 승객들을 데리고 이 복잡한 시장통을 무사히 벗어나야 하는 미션이 있었기 때문이다. 서로의 목표가 충돌하니 언쟁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할머니는 자기 말을 무시하고 자꾸만 문을 닫으려 하는 기사가 야속했고, 버스기사는 다리를 계단에 올린 채 막무가내로 기다려달라 조르는 할머니의 행동에 화가 났다. ‘참전하겠습니까?’ 눈앞에 상태창이 깜빡였다. 지체 없이 ‘YES’ 버튼을 누른 것은 노인을 공경하는 ..

칼럼읽다 2024.04.04

사람을 알아본다는 일

사람을 알아본다는 일 입력 : 2024.04.02 20:34 수정 : 2024.04.02. 20:35 송혁기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관포지교는 두터운 우정을 이르는 말로 알려진 고사성어다. 그런데 고사의 출전인 에서는 관중의 열전 첫머리를 포숙아와의 교유로 시작하면서 “관중은 가난해서 늘 포숙아를 속였지만, 포숙아는 관중을 끝까지 잘 대해주고 그 일을 거론하지 않았다”고 했다. 관중의 회고담으로 제시된 일화도 좀 이상하다. 장사를 해도, 관직에 올라도, 전쟁에 나가도 실패만 거듭해서 탐욕스럽고 무능하며 비겁하기까지 하다는 비난을 받던 관중을 포숙아는 끝내 변호했을 뿐 아니라, 관중 때문에 죽을 뻔한 제환공에게 관중을 강력히 추천한다. 아름다운 우정을 넘어 지나친 사적 감정으로 비칠 정도다. 사마천이 관중의..

칼럼읽다 2024.04.03

사람들 말소리

사람들 말소리 입력 : 2024.04.01 20:06 수정 : 2024.04.01. 20:07 김상민 기자 종이에 아크릴(53×78㎝) 가만히 혼자 앉아 있어도 오만가지 소리가 다 들려옵니다. 바람, 새, 나뭇잎, 음악, 차 지나가는 소리들…. 이런 소리들은 그냥 흘려들을 수 있지만, 사람들 말소리는 그냥 흘러가지가 않습니다. 신경 쓰지 않으려 해도 자꾸만 무슨 말을 하는지 귀를 쫑긋하게 합니다. 그냥 조용히 머리를 비우고 멍하니 있고 싶은데, 사람들의 하루 일과와 사랑이야기, 정치 성향, 술 먹고 풀어놓는 신세 한탄까지 다 듣게 됩니다. 내 고민도 산더미인데, 다른 사람들의 고민까지 듣고 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시끄러운 음악으로 보호막을 치고 다시 내 속으로 빨려 들어가 봅니다.

칼럼읽다 2024.04.02

파와 마늘

파와 마늘 입력 : 2024.03.31 20:25 수정 : 2024.03.31. 20:26 심미섭 페미당당 활동가·작가 20대 어느 날 엄마의 고백을 스치듯이 들었다. 너희 키울 때는 장 보면서 파를 못 샀다고. 살림을 직접 하지 않던 시기라서 무슨 뜻인지 몰랐다. 30대가 되고 끼니를 내 손으로 해 먹게 되고 나서야 깨달았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못할 때 장바구니에서 파를 가장 먼저 빼내게 된다는 사실을. 손에 물을 묻혀본 적 없는 정치인들은 알까. 파가 무슨 의미인지. 라면이나 떡볶이에도 당연하게 들어가 있는 흔하고 값싼 재료지만, 제한된 예산으로 장을 볼 때는 집기를 망설이게 된다. 파나 마늘 같은 향신채가 없어도 음식은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파채를 올리지 않은 계란찜이나 다진 마늘을 생략한..

칼럼읽다 2024.04.01

지금 여기서, 나이 듦을 상상한다 [서울 말고]

지금 여기서, 나이 듦을 상상한다 [서울 말고] 수정 2024-03-31 18:57 등록 2024-03-31 14:28 김희주 | 양양군도시재생지원센터 사무국장 ‘미래를 상상하는 힘.’ 우주여행같이 희망찬 내일의 비전이 연상된다. 하지만 요즘 이 문구를 떠올리는 순간은 전혀 다르다. 오일장이면 읍내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노인들을 볼 때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짤’ 중에 “공부란 ‘머릿속에 지식을 쑤셔 넣는 행위’가 아니라 ‘세상의 해상도를 올리는 행위’라고 생각한다”라는 글을 보고 감탄했었다. 시골에 살면서 노인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자주 본다. 지금까지 막연히, 다소 뿌옇게 보았던 ‘나이 듦’에 대해 좀 더 해상도가 높아졌다. 신체의 노화는 개인의 몸에서 시작되지만 나이 듦은 결코 개인의 차원에서 끝..

칼럼읽다 2024.04.01

공감의 반경

공감의 반경 입력 : 2024.03.26 20:24 수정 : 2024.03.26. 20:26 하미나 저자 안다고 생각하지만 알지 못하는 것들. 상투어가 되어버린 말들. 당연하게 받아 누려 온 역사들. 이것들이 낯설고 새롭게 다가와 마음을 때리는 일은 언제, 왜 일어나는 것일까? 고백하자면 나는 한국을 떠난 사람들을 향한 약간의 미움이 있었다. 나를 버리고 더 좋은 세상으로 떠난 당신…. 막상 나가보니 실상은 달랐다. 오래전 하와이로 떠난 이민자는 독립운동의 자금줄이었고 광부로 또 간호사로 독일에 도착한 이들은 민주화 운동을 다방면으로 도운 사람들이었다. 국내에 있을 때는 해외로 떠난 사람들이 사라져버리는 것만 같았는데 밖에서 보니 이들의 발자취가 형형히 빛난다. 최돈미 시인이 그렇다. 그를 처음 본 것은..

칼럼읽다 2024.03.31

일주일은 왜 7일일까

일주일은 왜 7일일까 입력 : 2024.03.27 22:08 수정 : 2024.03.27. 22:09 김범준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 아침에 해 뜨고 다음날 다시 해 뜰 때까지가 하루다. 지구 어디서나 오래전부터 하루라는 시간의 길이를 이용했다. 보름달부터 다음 보름달까지 몇번의 하루가 있는지 세면 약 30이다. 대부분 문명에서 한 달의 길이가 30일 정도로 정해진 이유다. 매일 아침 어느 방향에서 해가 뜨는지 살피면 365일 정도를 주기로 해 뜨는 위치가 다시 반복되는 것을 알 수 있다. 하루, 한 달, 그리고 한 해의 길이는 하늘에서 볼 수 있는 가장 밝은 두 천체인 해와 달이 알려준다. 또 다른 흥미로운 주기가 일주일이다. 기독교 성경 창세기에는 하나님이 세상 만물을 6일에 걸쳐 만들어내고 다음날인 ..

칼럼읽다 2024.03.31

봄날, 나뭇잎 하나의 몽상

봄날, 나뭇잎 하나의 몽상 입력 : 2024.03.07 20:22 수정 : 2024.03.07. 20:26 이갑수 궁리출판 대표 봄은 오되 기차처럼 온다. 참새 떼 훑고 가는 가시덤불로도 은근히 오고 바지 주머니에도 와서 사람들 인정 넉넉하게 데운다. 봄은 잎에 업혀서도 나온다. 대개 꽃보다 먼저 피는 잎은 가지가, 이렇게 아름다운 풍선 좀 보라며, 피리처럼 힘껏 불면 다투어 봄을 싣고 이 세상으로 불룩하게 나오는 것. 나뭇잎은 나무의 입에 불과한 것 같아도 그 생김새가 저마다 독특하다. 물푸레나무 잎사귀는 가장자리가 물결처럼 꿀렁꿀렁해서 어느 나라의 해변 같기도 한데 그 물가에서 자맥질하며 놀던 아이들의 파리한 입술을 닮았다. 섬마다 지천인 동백잎은 둘레마다 까끌한 톱니가 발달했는데, 손으로 한바퀴 돌..

칼럼읽다 2024.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