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년의 은총 김찬호 성공회대 초빙교수 얼마 전 오랫동안 교분을 나눠온 후배가 세상을 떠났다. 상(喪)을 치른 지 한 달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데, 유난히 더 그렇게 느껴지는 까닭이 있다. 카톡의 대화 상대 가운데 첫 사별이기 때문이다. 가족이 계정을 없앤다 해도 그동안 오갔던 메시지는 내 폰에 고스란히 보관된다. 이제 대화를 나눌 수 없지만, 나는 차마 삭제할 수가 없다. 몸은 떠나갔어도, 마음속에서는 곧바로 결별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고인과의 대화방을 보존하는 이들이 많다. 20~30년 후 내 또래의 휴대폰을 상상해본다. 전화번호부에 통신이 종료된 이름들이 절반 이상이 될지도 모른다. 카톡방은 어떨까. 친구나 동문 모임처럼 신입 멤버가 없는 공간에서는 어느 시점부터 인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