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자인가 하면 독재자인, 독자 최재봉의 탐문 _07 독자 글은 작가의 손끝에서 탄생하지만 독자에게 읽힘으로써 비로소 완성된다. 그런 점에서 작가와 독자는 상보적인 관계에 놓인다. 모든 작가는 독자에서 출발한다. 글을 쓰기 전에 읽는 일이 먼저다. 읽는 일이 쌓이고 쌓인 끝에 쓰는 일로 몸을 바꾼다. 독자로 출발해 작가가 된 뒤에도 독자로서의 정체성은 언제까지고 그를 따라다닌다. 모든 작가는 곧 독자이기도 하다. “시를 썼으면/ 그걸 그냥 땅에 묻어두거나/ 하늘에 묻어둘 일이거늘/ 부랴부랴 발표라고 하고 있으니/ 불쌍하도다 나여/ 숨어도 가난한 옷자락 보이도다” 정현종의 시집 (1978) 맨 앞에 실린 작품 ‘불쌍하도다’의 전문이다. 이 시에서는 시를 쓰는 행위와 남들에게 읽히는 행위 사이에 위계가 분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