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384

최재봉의 탐문 _07 독자 -후원자인가 하면 독재자인, 독자

후원자인가 하면 독재자인, 독자 최재봉의 탐문 _07 독자 글은 작가의 손끝에서 탄생하지만 독자에게 읽힘으로써 비로소 완성된다. 그런 점에서 작가와 독자는 상보적인 관계에 놓인다. 모든 작가는 독자에서 출발한다. 글을 쓰기 전에 읽는 일이 먼저다. 읽는 일이 쌓이고 쌓인 끝에 쓰는 일로 몸을 바꾼다. 독자로 출발해 작가가 된 뒤에도 독자로서의 정체성은 언제까지고 그를 따라다닌다. 모든 작가는 곧 독자이기도 하다. “시를 썼으면/ 그걸 그냥 땅에 묻어두거나/ 하늘에 묻어둘 일이거늘/ 부랴부랴 발표라고 하고 있으니/ 불쌍하도다 나여/ 숨어도 가난한 옷자락 보이도다” 정현종의 시집 (1978) 맨 앞에 실린 작품 ‘불쌍하도다’의 전문이다. 이 시에서는 시를 쓰는 행위와 남들에게 읽히는 행위 사이에 위계가 분명..

책이야기 2022.02.09

책읽는 노동자

책읽는 노동자 김영준 | 전 열린책들 편집이사 농민공은 중국에서 이주 노동자를 가리키는 용어이다. 농민의 자유로운 이주를 허용하지 않는 중국에서 농촌을 떠나 도시나 공업 지대를 떠돌며 비합법적으로 저임금 노동에 종사하는 이들의 수는 대략 2억9천만명쯤 된다.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이들이 사실상 체제를 떠받치고 있는 것이다. 2021년의 한 조사는 이들 중 7천만명이 이미 자기 고향으로부터 ‘아주 멀리’ 떨어진 곳까지 왔다고 추산했다. 이런 묘사는 다소 시적으로 들리기도 한다. 지난해 11월 한 농민공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더우반에 글을 하나 올렸다. 그는 수년간 철학과 영어를 독학해왔으며, 4개월 걸려 이라는 영문 책의 번역을 마쳤다고 하면서 출판 가능성을 알고 싶어 했다. 이때까지 더우반의 ‘하이데..

책이야기 2022.02.05

책 읽기를 부르는 책 읽기

책 읽기를 부르는 책 읽기 박태근 위즈덤하우스 편집본부장 새해 목표와는 거리가 먼 삶이라 요즘에는 어떤 이야기가 자주 오르내리는지 모르겠으나, 역시 빠지지 않는 주제는 독서 아닐까 싶다. 하루에 30분 읽기라든지 1년에 100권 읽기처럼 달성 여부를 확실하게 파악할 수 있는 기준을 세우기도 하고, 한 달에 한 명의 저자를 정해 작품을 집중해서 읽는다든지 특정 시리즈를 독파하는 방식의 계획도 익숙하다. 주변에는 독서보다는 책 구매를 다짐하는 경우가 잦은데, 워낙 많은 책을 사느라 읽어내지도 못하고 쌓인 책을 쳐다보며 “올해에는 작년보다 덜 사야지”라고 마음을 먹는 상황인데, 성공 사례가 드문 걸 보면 역시 방향을 돌려 더 열심히 많이 읽는 쪽으로 향하는 게 온당하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독서 목표로 다시 ..

책이야기 2022.02.04

어른을 사로잡는 그림책 보실래요? -조은숙 그림책 연구자

설 연휴, 어른을 사로잡는 그림책 보실래요? 어른들을 울리고 토론하게 하는 그림책들로 내면에 말 걸어보자 인도 전통미술, 나이별 잠언집에 시 그림책과 탈모 그림책까지 혹시 아시는지? 어른들이 그림책을 보며 눈시울을 붉히고, 때론 열띠게 이야기를 나누는 풍경은 이제 웬만한 공간에서 흔한 풍경이 됐다는 것을. 압축된 언어와 이미지로 우리의 의식과 무의식을 두드리는 그림책들을 보며, 새해를 자신의 내면에 말 걸기로 시작하면 어떨까? 표지. 보림 제공 (바주 샴 ‧ 두르가 바이 ‧ 람 싱 우르베티 지음, 이상희 옮김, 보림, 2012)은 당산나무 아래에서 새해의 희망을 기원했던 옛사람들의 경건함을 떠올리게 한다. 이 책은 인도 중부 곤드족의 전통 미술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원래 숲에 살던 곤드족에게 나무는 인..

책이야기 2022.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