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읽다

이 시대의 사랑 최승자

닭털주 2022. 2. 11. 12:25

이 시대의 사랑

 

최승자

 

 

불러도 삼월에는 주인이 없다

동대문 발치에서 풀잎이 비밀에 젖는다.

 

늘 그대로의 길목에서 집으로

우리는 익숙하게 빠져들어

세상 밖의 잠 속으로 내려가고

꿈의 깊은 늪 안에서 너희는 부르지만

애인아 사천년 하늘빛이 무거워

<이 강산 낙화유수 흐르는 물에>

우리는 발이 묶인 구름이다.

 

밤마다 복면한 바람이

우리를 불러내는

이 무렵의 뜨거운 암호를

죽음이 죽음을 따르는

이 시대의 무서운 사랑을

우리는 풀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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