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읽다

윤여정의 커밍 아웃

닭털주 2025. 4. 22. 09:27

윤여정의 커밍 아웃

 

수정 2025.04.21 21:49

 

이명희 논설위원

 

 

영화 <결혼 피로연>에 출연한 배우 윤여정씨가 지난 14(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배우 윤여정씨는 용감하다. 아닌 건 아니라고 하고, 에둘러 말하지 않는다.

모르는 게 드러날 때도 천연덕스럽다.

자기 생각이 맞다고 강요하지도 않는다.

쿨한 할머니로 통하는 윤씨에게 쏟아지는 얘기를 종합해보면 이렇다.

정작 그는 지난해 MBC <손석희의 질문들>에 출연해선 “(대중의 기대에) 멋있어야 할 것 같아서 짜증 난다고 했다. 아마도 이런 솔직함이 그의 어록으로 회자되고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동력이 됐을 것이다.

 

윤씨는 영화 <결혼 피로연> 개봉을 맞아 19(현지시간) 가진 해외 인터뷰에서 아들의 커밍아웃 사실을 공개했다. 이 영화는 1993년 개봉한 리안 감독의 작품을 리메이크했다.

동성애자인 주인공이 집안 성화로 위장 결혼을 하며 벌어지는 소동을 그렸다. 윤씨는 주인공의 할머니 역할을 맡았다. 그는 출연 배경을 묻는 질문에 내 개인적인 삶은 이 영화와 매우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장남이 2000년 동성애자라고 커밍아웃했고, 뉴욕에서 동성혼이 합법화됐을 때 결혼식을 올린 경험을 영화에 녹였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귀국하면, “내게 책을 집어 던질지도 모른다며 걱정이라고 했다.

 

그의 말처럼 한국 사회에서 성소수자 커밍아웃은 많은 걸 희생할 각오를 해야 한다.

유명인은 더하다.

2000년 방송인 홍석천씨가 그랬다.

하루아침에 방송에서 퇴출됐고, 복귀에 수년이 걸렸다.

아우팅의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부모나 가족의 커밍아웃도 쉽진 않다.

그래서 “(네가 누구든) 너는 내 손자야라는 그의 영화 속 대사는 성소수자들이 가장 듣고 싶은 말일 터다.

이 대사는 윤씨가 감독과 이야기를 나눈 후 함께 쓴 것이라고 한다.

 

윤씨 고백도 쉽진 않았으리라. 나종호 미국 예일대 교수는 20일 페이스북에 경의를 표한다고 적었다.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임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윤씨는 인터뷰 끝에 그냥 말했을 뿐인데, 무슨 호들갑이냐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의 용기 덕에 사람들의 마음자리가 조금 넓어질 것이다.

윤씨는 할리우드의 인종 차별 논란에 대해 우리는 따뜻하고 같은 마음을 가진 평등한 사람이다. 서로를 끌어안아야 한다고 했다.

다양성 포용을 향한 백래시(반발)가 심한 지금, 그의 한 마디·한 걸음의 울림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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