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버둥
수정 2025.05.21 20:57
임의진 시인
억척이란 말엔 다분히 오기와 억지가 담겨 있을 테지만, 살아보려고 애를 쓰는 한 인생의 수고와 고생이 설핏 느껴지기도 해.
먹고살기 힘든, 어려운 시절에 누구나 발버둥을 치면서 살아가지.
철학만큼 숭고한 ‘먹고사니즘’… 숨이 턱밑에 훅훅 걸려도 야물게 이를 문 당신, 꼭 껴안아 주고파.
지난 바람 부는 날, 나비 한 마리의 열심인 날갯짓을 보았어.
고약한 마파람을 뚫고 어기영차 날던 나비가 꽃에 다다랐을 때 나비는 더욱 빛나고 고운 날개빛을 띠더라.
낮에도 별은 뜨는데 보지 못하는 것뿐. 나비를 무척 좋아했던 ‘울 오마니’ 생각을 했어. 하늘 보금자리 찾아간 엄마.
김원일의 소설 <강>에 보면 엄마가 숨을 거둔 밤에 뜨는 별, 오마니별 이야기가 나온다.
하나는 아바지별, 하나는 오마니별. “천지강산에 우리 둘만 남기구 아바지가 오마니 데빌구 하늘에 가서 별루 떴어.
저기, 저기 오마니별 보여?” 발버둥치면서 살지만 고개를 들면 계시는 아바지별, 오마니별.
“시냇물 흘러서 가면 넓은 바다 물이 되듯이 세월이 흘러 익어간 사랑.
가슴속에 메워 있었네. 저녁노을 나를 두고 가려마. 어서 가려마. 내 모습 감추게.
밤하늘에 찾아보는 별들의 사랑 이야기 들려줄 거야.
세월이 흘러서 가면 내 사랑 찾아오겠지.”
지금은 세상을 떠나 옛사람이 되었지만, 정말 좋아하는 가수 장현이 부른 신중현의 노래엔 별들이 나란히 뜬다.
발버둥을 쳐온 사랑 이야기.
우리 부모 이야기고 또 대를 이은 우리들 이야기이기도 해.
후손들도 발버둥으로 따라오겠지.
인생이 다 그렇다. 별이 되기까지, 나비가 되기까지 다들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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