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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조작이 출세 수단, ‘사이비 능력주의’ 조장

표절·조작이 출세 수단, ‘사이비 능력주의’ 조장 [이봉수 제주 이왁] MBC저널리즘스쿨 2기 고별강연 이봉수 한국미디어리터러시스쿨 원장 육지 사람들에게 제주는 바다 건너 버려진 땅이었고 죄수를 보내는 유배지였다. 지금은 이익을 노려 자본이 몰려들지만 진정으로 제주를 이해하는 이는 많지 않은 듯하다. 나 또한 제주 사람 눈에는 그렇게 비칠 수 있으리라. 그런 제주인의 한과 정서를 이해하려다 제주학에 빠졌고 도민이 됐다. 키아오라리조트를 운영하면서 제주가 미디어와 인문학 교육의 중심이 되게 하겠다는 각오로 한국미디어리터러시스쿨(한미리스쿨)을 설립했다. ‘이봉수 제주 이왁'은 제주민과 나의 일상에 인문학과 세상 ‘이야기’(제주어로는 ‘이왁’)를 덧실어 보내는 글이다. 김윤식 교수 5주기의 종강사 흉내 가을의..

칼럼읽다 2023.10.27

평론하는 마음

평론하는 마음 입력 : 2023.10.25 20:29 수정 : 2023.10.25. 20:44 성현아 문학평론가 어느 젊은 시인의 시집 해설을 쓰고 있다. 시집이나 소설집 말미에 실려 해당 책의 방향성을 소개해주고 책에 묶인 각각의 작품이 지니는 의미를 살펴주는 짤막한 글을 본 적이 있을 테다. 이러한 종류의 글을 해설이라고 부르는데, 주로 문학평론가들이 쓴다. 작품론이나 리뷰, 주제가 있는 평론을 쓰는 일보다 해설을 쓰는 일이 언제나 더 어렵게 느껴진다. 여러 저자의 글이 한 권의 책에 함께 묶이는 여타의 글과 달리, 해설은 한 권의 책에 딱 한 편만 실리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해설을 잘 쓰지 못하면, 한 작가의 책을 망치게 되리라는 부담감에 사로잡히곤 한다. 해설 청탁을 받아두고 압박감에 시달리던..

책이야기 2023.10.27

아는 것과 이해하는 것

아는 것과 이해하는 것 입력 : 2023.10.25 20:21 수정 : 2023.10.25. 20:24 이은희 과학저술가 몇해 전부터 물리학자들과의 만남이 잦아지고 있다. 계기는 포항공대 내에 위치한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APCTP)의 과학문화위원회 일을 맡게 되면서였다. 물론 그곳에서 내가 맡은 바는 물리학적 지식과는 크게 상관이 없는 대중과학 및 과학 커뮤니케이션 분야 일이지만, 아무래도 이전에 비해 물리학자들과의 접촉 빈도가 크게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물리학과의 직접적 인연은 대학교 때 들었던 일반물리학이 마지막이었기 때문에, 새롭게 접한 물리학자들의 세계는 낯설고도 신선했다. 그러다보니 이토록 쟁쟁한 물리학자들 사이에서 혼자만 물리학 문외한으로 있는 것도 멋쩍어서 크게 관심을 두지 ..

칼럼읽다 2023.10.27

‘제국의 위안부’ 무죄

‘제국의 위안부’ 무죄 입력 : 2023.10.26 19:27 수정 : 2023.10.26. 20:39 이명희 논설위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박유하 세종대 명예교수가 26일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유하 세종대 명예교수가 쓴 초판이 2013년 8월 나오자 세상이 시끄러워졌다. 그는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 그동안 밝혀진 사실과는 ‘다른 이야기’를 했다. 책 출간 후 한국 사회는 찬반으로 갈라져 치고받았다. 그리고 싸움은 학문의 공론장을 넘어 법정으로까지 번졌다. 2014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9명은 박 교수를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박 교수는 책에서 “위안부들을 유괴하고 강제연행한 건 최소한 조선 땅에서는, 그리고 공..

칼럼읽다 2023.10.27

순대가 비싸진다

순대가 비싸진다 입력 : 2023.10.26 20:22 수정 : 2023.10.26. 20:23 박찬일 음식칼럼니스트 떡볶이 파는 평범한 동네 노점이랄까, 시장 좌판 가게가 점점 줄어든다. 입맛이 바뀐 것인지, 먹을 게 많아서인지 모르겠지만 오랫동안 불후의 일등 간식이 왕좌를 내놓는 것 같아 슬프다. 불후라고 썼지만, 이건 어폐다. 영원해야 불후인데, 영원하지 않을 예감이니까. 얼마 전 한 초등학교에 갈 일이 있었는데 아이들에게 제일 즐기는 간식을 물어보았다. 첫째가 마라탕, 둘째가 탕후루였다. 한때의 인기 정도로 생각했던 마라탕은 자리를 굳힌 느낌이다. 떡볶이를 밀어냈다. 매운 음식은 중독이 되고, 스트레스를 풀어주는데 마라탕이 이제 그들 말대로 ‘원톱’이다. “엄마랑 같이 갈 때나 떡볶이 먹어요. 우..

칼럼읽다 2023.10.27

[말글살이] 까치발

[말글살이] 까치발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사흘 앞둔 26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해밀톤호텔 옆 골목 입구 바닥에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을 안내하는 동판이 설치돼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김진해 |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경희대 교수 신호등 앞에서 한 노인이 뒤꿈치를 올렸다 내렸다 한다. 종아리 근육을 강화하고 혈액 순환을 원활히 하며 하지정맥류를 예방하는 만병통치의 까치발 운동. 속으로 ‘하나 둘 하나 둘’ 구령을 붙이고 있겠지. 새들은 모두 뒤꿈치를 들고 다닌다. 까치를 자주 봐서 까치발이려나, 한다. 제비발이나 까마귀발이라 해도 문제없다. 네발짐승들도 뒤꿈치를 들고 발가락 힘만으로 걷는다. 네발이니 땅에 닿는 면적이 좁아도 괜찮다. 강아지만 봐도 발꿈..

연재칼럼 2023.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