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슬기로운 서평생활] 동네책방이 책 이상의 문화공간을 만드는 이유

닭털주 2023. 9. 16. 20:58

[슬기로운 서평생활] 동네책방이 책 이상의 문화공간을 만드는 이유

기자명 장슬기 기자

 

입력 2023.02.18 10:35 수정 2023.02.20. 14:54

 

 

 

어떤 면에서 글을 쓰고 읽는 행동은 가장 사치스러운 행동이다.

사치란 말이 보통 부정적으로 쓰이지만 긍정적인 부분만 발라내면 그렇지 않을까 싶다.

인간 중심적인 생각을 조금 더 펼쳐보면 여타 동물과 구분되는 인간의 특징이 글로 소통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지적 허영심을 충족하기 좋은 공간 중 하나가 동네책방이다.

 

정말 동네마다 책방이 있을 정도로 동네책방이 많다.

위트앤시니컬(유희경 시인),

책방이듬(김이듬 시인),

책방무사(가수 요조),

당인리책발전소(김소영·오상진 전 아나운서 부부),

니은서점(사회학자 노명우),

쩜오책방(사회학자 조형근) 등 유명인들도 동네책방을 차렸다.

정치권에서는 김재연 전 진보당 대표가 의정부에서 책방을 운영했고,

최근 문재인 전 대통령이 평산마을에 책방을 열기로 했다.

 

동네책방은 책방지기의 관심사가 중요하다.

역사에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모를 수 없는 역사 책방’,

국내 1호 자연과학 전문 서점인 동주’,

영화에 관심이 많다면 관객의 취향’,

북한 관련 서적이 필요하면 이나영 책방’,

페미니즘 전문 서점인 달리, 이나 여우책방

취향별 서점이 늘어간다.

 

동네책방은 책 판매만으로 승부하지 않는다.

 

책 구매고객에게 명함보다 작은 미니북을 주는 회전문 서재’,

힐링과 상담을 제공하는 지금의 세상’,

독서모임으로 북적이는 서촌그책방등을 찾을 수 있다.

동아서점(속초), 동네산책(목포), 책방19호실(창원), 푸근한곰아저씨(서귀포) 등 타지역까지 유명한 동네책방도 많다.

책방시점(강화), 오월의 푸른하늘(이천), 정원책방(서귀포)

책 속에서 잠들 수 있는 북스테이도 인기다.

 

 

동네책방 분투기/ 박태숙·강미 지음/ 학이사 펴냄

 

울산 외곽인 울주군 두동, 울산 중심가보다는 경주에 더 가까운 이곳에서 책방 바이허니를 운영하는 국어교사 출신 박태숙 대표가 국어교사를 지낸 강미 작가와 함께 <동네책방 분투기(역세권보다 책세권)>을 냈다.

책에선 여러 책 관련 공간을 소개하고 있는데

책방을 내기로 결심하고 국내외 도서관과 서점을 둘러보고 일부를 담았다.

 

서울 은평구 구산동 도서관 마을은 주민들이 직접 머리를 맞대 만든 소통 공간으로 다세대주택 다섯 채를 수리해 만들었다. <작은 책방, 우리 책 쫌 팝니다>의 저자가 운영하는 충북 괴산 숲속작은책방은 마당에 풀꽃들과 서가가 어우러져 있고 북스테이도 마련돼 있다.

책이 있는 곳이 조용하고 엄숙해야 한다는 편견을 깨 편안한 공간들이다.

 

책 큐레이션이 인상적인 곳으로는 대전 우분투북스와 일본 사와야 서점을 꼽았다.

<책과 사람이 만나는 곳, 동네서점>의 저자이자 사와야 서점 페잔점 점장인 다구치 미키토씨는 책음 기호품이 아니라 필수품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지역민들의 삶이 무너졌을 때 서점으로 왔고 사재기하듯 사와야 서점으로 몰려왔고 큰 재난 앞에서 책이 필요했다는 경험에서 나온 말이다.

 

북유럽의 사례도 인상적이다.

핀란드는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도서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도서관법이 있다고 한다. 지난 2018년 핀란드가 독립 100주년을 맞이해 헬싱키 중앙도서관을 짓는데 도서관이름을 시민공모(오디도서관)로 정하고 건물설계도 소외되는 이들 없도록 디자인했다.

노르웨이 트롬소 도서관은 도심 가장 좋은 자리에 위치하고 있다.

 

점점 독서인구가 줄고, 그들도 넷플릭스와 같은 OTT 시장에 독서시간을 빼앗기고 있다.

책을 쓰는 사람이 읽는 사람보다 많다는 농담이 나올만큼 저자도 많고 책방도 많아지고 있다. 다양한 책방만큼 문 닫는 책방도 많다. 통계상 두곳 중 한곳이 2년내 망한다고 한다. 그래서 책방지기들은 다른 책방을 열심히 돌아다니고 서로의 노하우를 공유한다. 그리고 이를 책으로 남긴다.

 

책에서 국어교사를 하던 박 대표는 연구원으로 일하던 그의 남편과 공간을 마련해 책방을 설계하고 짓는 과정을 상세하게 기록했다.

책 뒷부분에는 책방 운영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흔히들 자영업이 수익을 내려면 재료비 40%, 임대료와 공과금 30%, 인건비 30%를 잡아야 한다는데 동네책방의 책(재료) 구입비는 70% 내외인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거기다가 임대료와 부대 경비까지 빼야 하니 책방을 지속할 수 있는 수익구조가 안 되는 것이지요. 온라인서점이나 대형서점이 누리는 할인율은 꿈꿀 수도 없고요.”(132)

 

전국 여러 지자체에선 지역서점 활성화 조례가 제정되고 있다.

공공도서관 등에서 동네책방의 책을 우선 구매하는 것 등을 내용으로 하는데 지자체마다 등록기준이나 구매방식 등이 다르고 해당 조례가 권고사항에 불과해 유명무실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런 어려운 환경은 동네책방이 다양한 수익모델을 추가로 만들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동시에 이는 동네책방이 문화공간이자 동네사랑방 역할을 하게 되는 원동력이다.

 

 

울산에 위치한 책방 바이허니. 사진=장슬기 기자

 

책방 바이허니에서는 시골의 농부와 도시의 손님을 연결하는 허브 역할을 한다.

그러다보면 시골에서 책방카페를 하는 재미는 제가 굳이 농사를 짓지 않아도 제철에 나는 먹거리들을 때 놓치지 않고 얻어먹”(148)을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바이허니에는 책 관련한 여러 모임이 있다.

가장 먼저 만든 책 모임인 금요시읽기모임, 참석자들이 책을 선정하는 내키는대로-북테라피-모임’, 꼰대 탈출을 위한 아저씨 독서 클럽’, 책방 안에서 모임을 꾸린 게 아니라 팀을 만들어서 들어온 마음이 향하는 독서모임등이다. 구성원들이 원하는 작가를 직접 불러 북토크를 진행하기도 한다.

 

책모임 외에도 참가자들의 물건을 사고파는 손바닥 장터를 열어 서로 교류한다.

여름밤 토요일 저녁마다 가족이 즐길 만한 작품을 골라 함께 상영하는 달빛 극장에는 자연스레 먹을거리를 들고 와 포트럭 파티가 열리기도 한다.

 

박 대표의 배우자인 김수헌 대표는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고 바이허니 커피교실을 운영한다. 수강생은 4명으로 한정해 8주간 진행한다. 참고로 책방 이름인 바이허니는 박 대표가 김수헌의 을 따서 ‘By 허니라고 지었다고 한다. 그 밖에도 장담그기 교실, 타로 상담 교실, 여행 스케치 교실, 무엇이든 원데이 클래스 등 다양한 모임이 열리는 공간이 됐다.

 

이쯤되면 책방이상이다.

책을 많이 읽지 않아도 책방을 찾게 되고, 멀리서도 바이허니를 찾는 배경이다.

뭐든 할 수 있는 게 책방 바이허니의 특징이자 매력이다.

 

사람은 밥만 먹고 살 수 없지요. 형이상학이 뭐 별건가요. 밥으로 채워지지 않는 욕구 혹은 욕망이 있다는 거겠죠. 문화생활이 뭐 별건가요. 책을 읽고, 커피를 마시고, 음악을 듣고, 좋은 풍경을 찾아 떠나는 걸음이 모두 문화생활이죠. 향유의 기쁨도 있지만 창조의 환희도 있겠지요.”(144)

 

저자뿐 아니라 많은 책방지기가 책방을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어가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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