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독서의 달과 독서 지원정책의 증발

닭털주 2023. 9. 24. 09:46

독서의 달과 독서 지원정책의 증발

 

지난해 파주출판도시에서 열렸던 '어린이책잔치' 행사의 다채로운 모습들.

파주출판도시 누리집 갈무리

 

 

내년부터 전국 지역서점에서 문화행사를 만나기 어려워졌다.

올해까지 문화체육관광부 지원으로 한국서점조합연합회가 공모하여 진행하던 문화활동 지원사업과 관련된 내년도 예산이 편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영난 때문에 자력으로는 변변한 작가 초청 행사조차 하기 어려운 지역서점 입장에서는

문화활동 지원사업이 가뭄 속 단비와 같았다.

출판문화산업진흥법은 지역서점 활성화 지원을 규정하고 있지만 정부가 앞장서 사문화시키고 있다. 정부가 바뀌고 민간단체 지원과 중복사업을 없앤다는 명분으로 내년도 정부 예산 편성에서 지역서점 지원 예산은 희생양이 되었다.

지역서점 지원이라지만,

사실은 지역문화 거점 공간에서 주민들에게 문화 향유 기회를 제공하던 사업들이다.

지난 4월 방한한 일본의 출판유통 및 서점계 대표단이 훌륭한 모델이라며 부러워하던 한국의 서점 지원정책은 일거에 사라질 위기다.

이뿐만이 아니다.

유일한 국가문화산업단지인 파주출판도시에 지원하던 예산도 전액 삭감되었다.

어린이날을 책으로 풍성하게 수놓던 어린이책잔치,

청소년 대상의 출판 관련 견학 프로그램,

인문학 강연,

출판사 창업 지원 교육 프로그램 등의 운영이 어려워졌다.

정부가 나 몰라라 하는 국가문화산업단지가 돼버렸다.

 

전국의 영유아와 양육자의 그림책 읽기를 지원하는 북스타트,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북토큰(도서교환권),

병영 독서 프로그램,

독서동아리 지원,

책 생태계 확장을 위해 시행하던 책의 해사업 등에 대한 지원도 증발했다.

어렵게 유지되는 책 생태계에서 그나마 마중물 역할을 하던 사업들이다.

퇴행적인 중앙정부의 정책은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지난 95일 작가출판독서 관련 단체들은 정부는 내년도 국민독서문화증진 지원 예산을 복원하고 책 읽는 사회 만들기에 나서야 한다는 성명서를 내고 책은 읽지 말라는 정부, 독서는 진흥하지 않겠다는 정부라고 비판했다.

96일자 <한겨레> 1면에 보도된 책 읽기 예산 60, 통째로 없앤 문체부기사에

그 내용이 상세하다.

아마도 예산 편성 당국자들은 독서가 개인의 선택과 기호의 영역이라고 판단하는 듯하다. 꼭 필요한 예산이 아니면 삭감했다고 하는데, 독서활동은 불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럴 것이면 뭐하러 독서문화진흥법을 만들었으며,

지금 수립 중인 독서문화진흥 기본계획은 무슨 용도란 말인가.

단 한 명뿐이던 독서진흥 담당 사무관 자리도 사라졌다.

40%대로 추락한 성인 독서율을 방치하면서 도대체 어떻게 국민의 창의력과 국가 경쟁력을 키울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9월은 독서문화진흥법이 정한 독서의 달이다.

하지만 정부는 쥐꼬리만 한 예산조차 잘라내며 독서진흥을 내쳤다.

독서정책은 이미 빈사 상태다.

내년도 정부 전체 예산과 문체부 예산안이 모두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독서진흥 예산을 콕 집어 날려버린 것은 최소한의 노력조차 하지 않겠다는 정책 선언과 다름없다.

체계적인 독서 진흥을 위해 컨트롤타워를 세우고 새로운 전략과 예산 투입을 해도 모자랄 마당에 역주행하는 책맹(冊盲) 정책을 멈추라.

“K북이 K컬처의 바탕이라는 허언부터 지우라.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