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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는 ‘나의 해방일지’ [강준만 칼럼]

다시 보는 ‘나의 해방일지’ [강준만 칼럼] “걔가 경기도를 보고 뭐랬는 줄 아냐? 경기도는 계란 흰자 같대. 서울을 감싸고 있는 계란 흰자. 내가 산포시 산다고 그렇게 얘기를 해도 산포시가 어디 붙었는지를 몰라. 내가 1호선을 타는지, 4호선을 타는지. 어차피 자기는 경기도 안 살 건데 뭐 하러 관심 갖냐고 해. 하고많은 동네 중에 왜 계란 흰자에 태어나 갖고.” 지난해 봄에 방영된 인기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에 나오는 대사다. 나는 이 드라마의 열혈 팬이었지만, 다른 팬들과는 관심사가 좀 달랐다. 작게는 서울에 직장을 둔 일부 경기도민들의 출퇴근 고통과 비애, 크게는 ‘서울공화국’ 체제가 강요하는 삶의 고단함을 다룬 드라마라는 게 나의 관전 포인트였다. 메마른 나의 감성에 다른 팬들의 너그러운 이해..

칼럼읽다 2023.11.18

두 얼굴의 AI

두 얼굴의 AI 입력 : 2023.11.16 20:51 수정 : 2023.11.16. 20:52 하태훈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장 고려대 명예교수 사람의 상상력과 창의적 사고에 한계가 없듯 AI의 세계도 무한하다. 보건 의료, 법률, 군사, 물류 유통, 금융 등 모든 분야에서 AI의 활약상은 대단하다. 최근에는 구글에서 기상청보다 더 정확한 날씨 예측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창작과 예술에서도 인간을 능가한다는 평가다. 인공지능 기반 로봇이 사람을 대신해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고 완전 자율 주행 자동차 상용화도 눈앞에 다가왔다. 이제 일상생활 곳곳에 인공지능 기술이 퍼져 우리의 삶은 편리성, 효율성, 생산성이라는 혜택을 누리고 있다. 민간 영역을 넘어 정부도 행정 영역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칼럼읽다 2023.11.18

빈대떡이 맛있었던 이유

빈대떡이 맛있었던 이유 입력 : 2023.11.16 20:38 수정 : 2023.11.16. 20:39 임두원 국립과천과학관 연구관 오늘은 갑자기 빈대떡이 먹고 싶어졌습니다. 이것저것 재료를 넣고 반죽을 만들어 기름을 두른 후 부쳐내었는데요. 분명 맛있기는 한데 뭔가 부족한 느낌입니다. 단골 전집에서 시켜먹던 빈대떡보다 풍미가 조금 약하다고나 할까요. 궁금한 것은 못 참는 성격이라 바로 한식 요리사분께 여쭤봤습니다. 그랬더니 그 비결은 다름 아닌 기름에 있었습니다. 제가 자주 하는 튀김처럼 부침의 경우도 보통은 식물성 기름을 사용합니다. 기름에는 식물성 기름, 동물성 기름, 그리고 석유라고도 불리는 광물성 기름이 있습니다. 기름이란 물보다 가벼우면서도 불이 잘 붙는 물질을 의미하는데, 모든 기름이 다 식..

칼럼읽다 2023.11.17

'대한민국 최초' 탈북청소년들의 집과 고향, 충남에 있다

'대한민국 최초' 탈북청소년들의 집과 고향, 충남에 있다 [2023충남학교 통일교실⑧] 드림학교 개교 20주년…천안에는 북한이탈 청소년들의 배움터도 23.11.16 15:34l최종 업데이트 23.11.16 16:19l 심규상(djsim) 대한민국 최초의 북한 이탈 청소년 대안교육시설은 어디일까. 지난 2003년 3월 개교한 '드림학교'다. 북한 이탈 학생들의 남한 생활 정착을 돕는 대안학교 역시 이곳, 드림학교다. 만 12세부터 25세의 무연고 북한이탈청소년을 대상으로 중학교와 고등학교 과정, 대안 위탁교육 과정(충남 소재 초중고 일반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 중 드림학교에서 생활)을 운영한다. 2003년 개교, 한국 최초의 북한 이탈 청소년 대안교육시설 드림학교가 지난 9일 개교 20주년을 기념하는 드림..

기사읽다 2023.11.17

선배가 불렀다 "이런 거 말고... 제목 10개씩 다시"

선배가 불렀다 "이런 거 말고... 제목 10개씩 다시" [제목의 이해] 문장 감각 키우기 23.11.16 17:13l최종 업데이트 23.11.16 19:58l 최은경(nuri78) 편집기자가 팀장이 되면 후배가 편집한 원고를 '데스킹'한다. 글 한 편을 독자에게 선보이기 전에 편집의 완성도와 제목, 사진, 본문 중제 등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그때 제목을 다시 뽑아보라고 요청하는 경우가 있다. 제목 한 문장을 읽었을 때 직관적으로 궁금한 마음이 들지 않거나, 재밌다고 느껴지지 않거나, 너무 착한 문장, 그러니까 공자님 말씀 같거나 등등의 이유가 생겼을 때. 그러고 나면 가끔씩 예전 일이 생각난다. 그러니까 내가 막 입사해서 편집 일을 배울 무렵 말이다. 제목을 몇 개씩 뽑아보라는 요청 ▲ 나는 번번이 싸..

책이야기 2023.11.17

[말글살이] 내색

[말글살이] 내색 게티이미지뱅크 김진해 |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경희대 교수 얄궂다. ‘내-색(色)’. 색을 냄, 색을 내보임, 마음에 느낀 걸 얼굴에 드러냄. 그런 뜻이라면 ‘색내’나 ‘색냄’이라 해도 됐을 텐데, 굳이 동사 ‘내다’를 ‘색’ 앞으로 보냈다. ‘놀토, 먹방’ 같은 말이 만들어질 조짐이 오래전부터 있었나 보다. 무술에서는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격동을 겉으로 드러내지 말라고 한다. 두렵지만 두려운 내색을 하지 말고, 즐겁지만 즐거운 내색을 하지 말라는 것. 평정심과 항구여일의 풍모를 잃지 말라는 것. 무표정한 얼굴(포커페이스)을 하라는 게 아니다. 변함없는 얼굴을 하라는 것이다. 평소에 웃는 얼굴이라면 싫은 사람이 나타나도 웃고, 늘 째려보는 얼굴이라면 두려운 사람이 나타나도 째려보라는 ..

연재칼럼 2023.11.17

참으로 어리석은 사람

참으로 어리석은 사람 입력 : 2023.11.14 20:31 수정 : 2023.11.14. 20:32 송혁기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동아시아의 전근대 학술사는 경전 해석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전의 반열에 오르게 된 몇몇 텍스트에 대한 주석이 시대마다 끊임없이 이어졌다. 이른바 ‘술이부작(述而不作)’의 오래된 지향을 따라, 새로운 저술보다는 경전에 대한 풀이와 부연의 방식으로 자신의 학문 견해와 시대 인식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았다. 그 경전 해석의 계보에는 다양하고 치열한 이견과 논쟁이 담겨 있다. 역시 함축된 표현 때문에 여러 이설이 부딪치는 구절이 많다. 공자가 위나라 대부 영유를 평가한 대목도 그렇다. “영무자는 나라에 도가 있으면 지혜롭고 나라에 도가 없으면 어리석었다.” 군주가 훌륭하여..

칼럼읽다 2023.11.16

1950년도 출간되어 아직도 아마존에서 팔리는 책

1950년도 출간되어 아직도 아마존에서 팔리는 책 길버트 하이트가 쓴 (아침이슬)을 읽고 23.11.15 09:16l최종 업데이트 23.11.15 09:16l 김홍규(plataux) ▲ 책 표지 길버트 하이트(Gilbert Highet)가 1950년에 쓴 책 표지이다. ⓒ 아침이슬 쉬운 내용인데 유독 읽기 어려운 책이 있다. 길버트 하이트(Gilbert Highet)가 쓴 도 내게 그런 책이었다. '뼈를 때리는' 문장을 만날 때마다 한참을 꼼짝하지 못했다. 지난 교직 생활이 떠올라 읽던 책을 여러 번 덮었다. 다음 인용 문장들도 내 심장과 뇌를 오랫동안 붙잡아 두었다. "가르침이란 극히 미묘한 것이다." (책, 17쪽) "기억하라, 학생들은 그것을 아주 단번에, 너무도 민감하게 알아차린다는 것을" (책,..

책이야기 2023.11.16

창작과 사업, ‘두 사람’의 나

창작과 사업, ‘두 사람’의 나 입력 : 2023.11.15. 20:25 김태권 만화가 “나는 아이디어를 내고, 인공지능은 글 쓰고 그림을 그리는 창작의 미래.” 창작자인 나는 상상한다. 창작자의 상상이 사실이 될까? 사업가인 또 다른 내가 나를 찾아와 말한다. “아무리 즐거운 상상도 사업성이 없으면 현실이 되지 못해.” 이렇게 두 사람의 나는 대화를 시작한다. 얼마 전 오픈AI의 발표회가 있었다(오픈AI는 챗GPT를 선보인 인공지능 회사다). 아이를 재우느라 우리 시간으로 한밤중에 하는 발표를 직접 듣지는 못했지만 새벽 시간에도 여러 친구와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그만큼 관심을 모으는 행사였다. 그 며칠 후 이재민 평론가와 만났다. 그 역시 평론가와 사업가 두 사람으로 나뉜 듯했다. 우리 둘, 아니..

책이야기 2023.11.16

인테리어 열풍은 ‘결핍’ 때문일 수도

인테리어 열풍은 ‘결핍’ 때문일 수도 임우진│프랑스 국립 건축가 2020년 현대 인류문명을 불시에 마비시킨 바이러스의 습격은 인류의 시간을 그 전과 그 후로 나눌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시대에 인류는 어떤 변화를 겪을까. 그중 특히 관심을 받은 분야가 ‘공간’이다. 타인과 단절되어 자신의 집에서 전례 없이 긴 시간을 보내다 보니 많은 이가 자신의 공간을 전과는 다른 눈으로 보고 그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집과 공간에 관심이 커지면서 수혜를 입은 산업 중 하나가 인테리어 업종이다. 인테리어는 영어로 ‘내부’를 의미하니, 정확히 표현하면 ‘인테리어 디자인’이나 ‘실내건축설계’가 맞겠지만, 국내에서는 주택 등 건축물 내부공사를 그렇게 부른다. 여기에는 인테리어 설계와 시공 분야만 있는 게 아니다. 인테리..

칼럼읽다 2023.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