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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전염병처럼 번진다

전쟁은 전염병처럼 번진다 김종대 | 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 10월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 뒤, 가자지구에서 1만명 넘는 팔레스타인인을 숨지게 한 이스라엘의 공습에도 불구하고 하마스의 정치-군사적 지도력은 여전히 건재하다. 이스라엘의 지난 3주간 공습 기간에도 알카셈(알깟삼), 사라야 알쿠드스, 아부 알리 무스타파 등으로 알려진 여단급 무장 조직들은 이스라엘 영토를 향해 매일 로켓 포탄을 쏘고 있다. 10월27일부터 가자시티 인근에 진입한 이스라엘 전차와 장갑차를 표적으로 이들 여단은 합동작전도 진행하고 있다. 최고사령관이 사망했어도 여전히 제병합동 지휘통제 체계가 유지된다는 뜻이다. 하마스는 자신들이 억류한 이스라엘 인질들 동영상을 공개하는 심리전도 수행하고 있고, 러시아에서 이란과 헤즈볼라 지도자들..

칼럼읽다 2023.11.03

이념적인 것과 현실적인 것

이념적인 것과 현실적인 것 입력 : 2023.11.01. 20:53 이정철 경북대 영남문화 연구원 전임연구원 조선왕조는 태조 이성계부터 마지막 순종까지 27대 518년 동안 이어졌다. 세계적으로 봐도 드물게 오래 지속된 왕조이다. 하지만 그 국왕 권력이 순조롭게만 이어지지는 않았다. 두 번의 반정(反正)이 있었다. 연산군을 몰아낸 중종반정(1506)과 광해군을 몰아낸 인조반정(1623)이 그것이다. 중종은 연산군의 이복동생이었고, 인조는 광해군의 조카였다. 조선 왕실의 연속성은 이어졌지만, 지금 관점에서 보면 두 반정이 정치 쿠데타인 것은 분명하다. 16세기 초반에 일어난 중종반정과 임진왜란 뒤 17세기 전반에 일어난 인조반정은 반정이라는 이름은 같아도 그 성격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 이는 100여년 ..

칼럼읽다 2023.11.03

[말글살이] 주현씨가 말했다

[말글살이] 주현씨가 말했다 김진해 |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경희대 교수 생존자 이주현씨는 10·29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처음엔 이 자리를 거절했습니다. 이 짧은 5분 안에 제 마음과 생각을 다 전달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여기서 못다 한 말들은 그냥 다 없는 말이 되어 버릴 것 같았습니다. 저는 분향소보다는 이태원을 자주 갔습니다. 그 참사 현장을 제 눈으로 똑똑히 봤고 저라도 선명히 계속 기억해 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억의 벽 앞에도 자주 갔습니다. 그런데 한번도 메모지에 글을 쓴 적은 없습니다. 말 몇 마디로, 몇 줄의 문장으로 어떻게 이 마음을 다 표현합니까. 단 한 줄도 쓰지 못했습니다. 분향소 앞에서 그분들의 영정을 마주 볼 때는 한 가지 말을 되뇔 수 ..

연재칼럼 2023.11.03

일꾼의 탄생과 농촌돌봄

일꾼의 탄생과 농촌돌봄 입력 : 2023.11.02. 21:36 정은정 농촌사회학 연구자 은 30년째 농촌을 주제로 하는 KBS의 대표 장수프로그램이다. 인기 코너인 ‘청년회장이 간다’는 코미디언 손헌수씨가 승용차 ‘붕붕이’로 하염없이 버스를 기다리는 농촌 주민들을 집까지 바래다주며 현장 토크를 이어간다. 출연자는 마을에 도착해서는 농사일이나 간단한 집수리를 돕곤 한다. 이 코너에서 파생한 프로그램인 이 정규프로그램으로 2년 넘게 순항 중이다. 마을의 사정을 잘 아는 이장이나 부녀회장이 시급한 상황에 놓인 주민들의 일을 먼저 하도록 주선을 하는데, 주로 초고령 독거노인, 장애인 가족과 함께 사는 노부부,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주민들의 일을 출연진이 돕는 것이 프로그램의 고갱이다. 작업 내용은 몸이 아파 ..

칼럼읽다 2023.11.02

‘희망’은 무엇을 하는가

‘희망’은 무엇을 하는가 입력 : 2023.10.03. 20:25 정희진 월간 오디오매거진 편집장 “정치인과 지식인 모두가 기후위기를 심각하다고 부르짖지만, 뒤돌아서는 평소대로 먹고, 마시고, 여행하고, 소비한다. 로이 스크랜턴은 우리가 기후위기를 해결하고 문명과 인류를 이어갈 확률이 희박하다는 사실을 냉정하게 드러낸다. 혁신이 이어지고 경제가 성장해도 미래는 암울하다. 아니, 더 암울한데, 우리가 피부로 느끼는 전 지구적 기후위기는 바로 이런 자본주의적 혁신과 성장에서 오기 때문이다. 기술 발전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해서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는 전망도 과장되어 있다. 우리는 뒤에 올 사람들을 위해 삶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품위 있게 살아야 하는데, 그 길은 죽는 법을 배우는 데 있다. 애착이 가는 것,..

연재칼럼 2023.11.02

뉴스는 빨라야 할까

뉴스는 빨라야 할까 입력 : 2023.10.31 20:23 수정 : 2023.10.31. 20:24 정희진 월간 오디오매거진 편집장 신문(新聞)에 대한 오랜 개념 중 하나는 ‘새로운 소식을 신속, 정확하게 널리 알리는’ 정기 간행물이다. 신문은 이미 아는 이야기, 즉 구문(舊聞)과 대비되는 속도의 매체라는 것이다. 지금은 사라진 호외(號外)도 그 연장선상에 있었다. “윤전기를 세웠다”는 표현이 긴급한 뉴스를 대신하던 시절 역시 비슷한 시기의 일이다. 이런 맥락 때문에 종이 신문과 인터넷 신문은 경쟁이 안 되고, 종이 신문은 사양 산업이라는 통념이 생겼다. 정말, 신문 산업의 미래는 신속성의 문제일까. 주지하다시피 현실이 모두 뉴스가 되지는 않는다. 무엇이 현실이고 사실인가 자체가 논쟁거리다. 뉴스에는 ‘..

연재칼럼 2023.11.02

“전시엔 재판 없이 죽일 수도”…무지하고 자격 없는 김광동 위원장

“전시엔 재판 없이 죽일 수도”…무지하고 자격 없는 김광동 위원장 임재성|변호사·사회학자 이 글의 목적은 하나다. ‘전시에는 재판 없이 죽일 수 있다’라는 말이 명백한 허위라는 점을 입증하는 것. 법치주의는 좌든 우든, 독재든 민주주의이든 부인할 수 없는 문명국가의 원칙이다. 독재자라도 흉내는 낸다. 그런데 국가가 재판절차 없이 국민을 죽일 수 있다는 말을, 2023년 대한민국 장관급 인사가 서슴없이 내뱉는다. 김광동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은 지난달 10일 한국전쟁 시기 민간인 학살 피해자 유족들을 만나 ‘6·25 전쟁 같은 전시하에서는 재판 등이 이뤄질 수 없으므로 적색분자와 빨갱이를 (재판 없이) 군인과 경찰이 죽일 수도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같은 달 13일 국정감사에 출석해서도..

칼럼읽다 2023.11.02

[데스크광장] 대학 도서 폐기에 대한 단상

[데스크광장] 대학 도서 폐기에 대한 단상 입력 2023.10.27 07:00 우세영 기자 sy6262@daejonilbo.com 최근 전국 대학 도서관들의 장서 폐기가 세간의 화제가 됐다. 울산대가 미래형 도서관으로 리모델링하는 과정에서 보관 장서 94만 권 중 폐기 도서를 45만 권 선정했다는 소식이었다. 관련 기사를 검색해 보니, 울산대를 비롯해 전국 대학도서관의 폐기 도서가 매년 늘어 지난해엔 200만 권이 폐기 처분됐다고 한다. 이에 대해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졌고, 우려를 나타냈다. 대화형 인공지능(ChatGPT) 등 초디지털 시대, 아날로그의 대표격인 '책'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묻어나는 글들이 대부분이었다. 지난해 1월 발표된 문화체육관광부의 '2021년 국민독서실태'에..

책이야기 2023.11.01

미래형 도서관

미래형 도서관 입력 : 2023.10.31 20:29 수정 : 2023.10.31. 20:31 송혁기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MIT(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를 상징하는 건물은 높이 50m에 달하는 거대한 돔으로 덮여 있다. 1994년 난데없이 자동차 한 대가 그 돔 위에 올라앉은 이후, 해커스(hackers)를 자칭하는 학생들의 기발한 장난이 이어졌다. 라이트 형제의 비행기 모형이 출현하더니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로 변신하기도 했다. 기물 파괴 등의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지만 대학 본부는 이들을 공식 홈페이지에 올려 두었다. 학생들의 발칙한 상상력을 오히려 권장하는 모양새다. 기발한 장난의 무대가 된 그 거대한 돔의 내부에는 무엇이 있을까? 첨단 기술의 장비나 혁신적인 발명품 같은 것이 있지 않을까 싶은 예상은..

책이야기 2023.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