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 49

이상해서 평범한, 그래서 비범한···영화 ‘괴인’

이상해서 평범한, 그래서 비범한···영화 ‘괴인’ 입력 : 2023.11.09 17:10 수정 : 2023.11.09. 23:51 최민지 기자 영화 의 한 장면. 진진 제공 이상해서 평범하고, 그래서 비범하다. 요상하게 들릴 게 뻔하지만 이렇게밖에 표현할 도리가 없다. 영화 말이다.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상, 제48회 서울독립영화제 대상 등 여러 영화제에서 상을 휩쓸며 기대를 모아온 이 영화가 지난 8일 개봉했다. 주인공 ‘기홍’(박기홍)은 젊은 목수다. 인테리어 공사 현장에서 일한다. 진한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그는 언행이 거칠다. 어린 여성 고객에게 은근슬쩍 말을 놓고 난감한 부탁을 아무렇지 않게 한다. 나이 지긋한 인부의 임금 재촉은 ‘찍찍’ 반말로 제압한다. 기홍은 ‘진상’인가? 퇴근 후..

칼럼읽다 2023.11.10

이상한 것, 중요한 것, 아름다운 것

이상한 것, 중요한 것, 아름다운 것 입력 : 2023.11.08. 20:29 인아영 문학평론가 시는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을까. 시의 길이와 무관하게 서사, 장면, 언어라는 세 가지 차원이 있다고 말해보자. 시에서는 일련의 사건이 흘러가기도(서사), 하나의 풍경이 드러나기도(장면), 말 자체가 서술되기도 한다(언어). 한 편의 시에는 세 요소가 혼합되어 있을 테고, 세 가지 모두 시가 꽤나 잘 다루는 영역이지만, 장면에 관해서라면 시라는 장르와 유독 각별하다. 물론 소설처럼 이야기에 육박하는 시도 있고, 사진처럼 순간으로 압축되는 시도 있으며, 철학처럼 명제로 승화되는 시도 있다. 하지만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장면을 만들어내고 거기에 머물게 하는 일이라면 시만큼 잘하는 장르를 떠올리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책이야기 2023.11.10

'전청조 말투' 고민 없는 소비…게을러진 한국 예능 ‘I am 절망한다’

위근우의 리플레이 '전청조 말투' 고민 없는 소비…게을러진 한국 예능 ‘I am 절망한다’ 위근우 칼럼니스트 입력 : 2023.11.03 16:07 수정 : 2023.11.03 23:12 ‘yuji’같은 비판적 폭로와 풍자는 없고 말장난으로 남발되는 ‘I am’ 다들 작작 좀 하면 좋겠다. 사기꾼 전청조의 말투를 흉내낸 ‘밈(meme)’ 활용에 대한 얘기다. 최근 펜싱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남현희와의 사기 결혼으로 유명해진 전청조는 또 다른 사기 행각을 위해 어설픈 한영 혼용 말투를 사용한 게 알려지며 한 번 더 화제가 됐다. 재벌가의 숨겨진 3세, 의과대학 졸업, 뉴욕 유학파 컨설턴트 등 다양하고 그럴듯해 보이는 모든 프로필을 뒤섞어 자신을 소개하던 그는. 사기 대상에게 “OK.. 그럼 Next time..

칼럼읽다 2023.11.05

'어머니, 어쩌면 제가 오늘 죽을지도 모릅니다' 도심에 새긴 문구

'어머니, 어쩌면 제가 오늘 죽을지도 모릅니다' 도심에 새긴 문구 '학도병 이우근의 부치지 못한 편지' 조형물 제막식 23.11.04 13:53l최종 업데이트 23.11.04 13:53l 김학규(hkkim21) "우리 동작구에 전쟁과 관련한 장소가 굉장히 많아요. 그래서 직접 제가 돌아다니면서 전쟁의 현장들을 둘러보기도 했어요. 전쟁 현장을 계속 아픔으로만 간직하는 것이 아니라, 이 시대에 맞는 평화의 정신으로 기념해서 평화롭게 살아가자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요." - 강민수 키비처 동아리 회원(경문고 2학년) ▲ 이우근의 부치지 못한 편지 조형물 제막식 참석자들이 청소년을 중심으로 제막식을 위해 양쪽으로 늘어서 있다. ⓒ 김학규 ▲ 이우근의 부치지 못한 편지 조형물 학도병 이우근의 부치지 못한 편지를 ..

기사읽다 2023.11.04

'103세 철학자' 김형석이 한국사회를 보는 눈

'103세 철학자' 김형석이 한국사회를 보는 눈 이명재 에디터 promes65@daum.net 미디어비평 입력 2023.11.01. 10:41 수정 2023.11.03 10:09 언론들, '100년 경륜' 권위로 '친윤' 발언 지면화 그 자신도 '힐링 인생관' 넘어 정치현실 과잉언급 편벽된 인식을 '원로'의 가르침으로 포장해선 곤란 '103세 철학자' 김형석 교수가 유력한 언론들에 최근 자주 등장하고 있다. 그를 ‘원로’로 받드는 언론은 '100년을 살아본 어른'으로서 한국사회를 일깨워주는 스승을 모시듯 공경과 환대가 지극한데, 1일자 조선일보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18개월간의 국정에 대한 그의 평가를 싣고 있다. 한국 언론의 공경과 환대를 받는 이의 윤 정부 평가 그는 윤 대통령의 멘토로 불리는 ..

칼럼읽다 2023.11.04

"1인시위 하면 소설 구상이 잘 된다"는 이 작가

"1인시위 하면 소설 구상이 잘 된다"는 이 작가 [인터뷰] 닿을 수 없는 고통을 SF에 담는 '미미한 작가', 정보라 23.10.31 17:29l최종 업데이트 23.10.31 17:36l 장슬기(achampspd) "삶이 고통의 바다라서…" 지난 8월 장편소설 를 출간한 정보라 작가는 자신이 고통에 천착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번 소설만이 아니다. 박사논문 1장 제목도 '고통과 괴로움'이다. 고통은 인류의 오랜 관심사다. 살아있는 이들만 고통을 느낄 수 있기에 고통은 삶과 죽음을 구별하는 기준이자 삶의 본질인지도 모른다고 정 작가는 소설을 통해 이야기한다. 그러나 모두가 겪는다고 해도 고통을 타인과 공유하긴 만만치 않다. 고통은 저마다 고유하고, 타인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그저 상대방의 고..

책이야기 2023.11.04

전쟁 '드라마'를 보다가

전쟁 ‘드라마’를 보다가 입력 : 2023.11.03 20:33 수정 : 2023.11.03. 20:39 오수경 자유기고가 저자 요즘 즐겨 보는 드라마 은 ‘로맨스’ 사극이지만 전쟁 드라마이기도 하다. 1636년 조선, 능군리에 사는 길채는 “연모하는 이와 더불어 봄에는 꽃구경하고 여름엔 냇물에 발 담그고 가을에 담근 머루주를 겨울에 꺼내 마시면서 함께 늙어가”는 게 꿈이다. 길채뿐 아니라 많은 이의 바람이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갑자기 들이닥친 전쟁에 그 바람은 거침없이 짓밟힌다. 백성들은 삽시간에 삶의 터전을 잃고, 사랑하는 이를 잃고, 내일을 잃었다. 대부분의 전쟁이 그러하듯 에서도 전쟁의 가장 큰 희생자는 무고한 백성들, 특히 노약자와 어린이, 여성이었다. 남성들이 ‘나라의 근본(왕)’을 구하기..

칼럼읽다 2023.11.03

위대한 배우는 어떻게 나이들어가는가

위대한 배우는 어떻게 나이들어가는가 김은형|문화부 선임기자 한달 전 40주년 회고전을 여는 정지영 감독 인터뷰를 하던 중 정 감독에게 전화가 왔다. 그날 저녁 열릴 개막식에 참석하겠다는 배우 안성기의 연락이었다. ‘남부군’ ‘하얀 전쟁’ ‘부러진 화살’ 등 정지영 감독의 주요 작품에서 주인공을 연기한 안성기는 정지영 회고전에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하지만 정 감독은 긴 시간 혈액암 투병을 해온 안성기의 건강이 염려돼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했던 모양이다. 그랬더니 안성기가 직접 연락해 오겠다고 한 것이었다. 안성기는 같은 식으로 1년 전 이맘때 열렸던 배창호 감독 데뷔 40주년 특별전에도 참석했다. 그때 얼굴이 붓고 가발을 쓴 모습으로 나타나 암 투병 사실이 세간에 알려졌다. 며칠 뒤 안성기 배우를 직..

칼럼읽다 2023.11.03

실버타운에 가시렵니까?

실버타운에 가시렵니까? 김은형 | 문화부 선임기자 2주 전 외출에서 돌아온 집 현관에 광고 전단이 붙어 있었다. 경기도 외곽의 실버타운 분양 정보였다. 소오름. ‘방충망 교체해야 하나’ 따위의 말로도 꺼내지 않았던 내 머릿속을 뒤져 온라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데 만족하지 못하고 이제는 오프라인으로까지 직접 서비스를 하시겠다 이거지, 이 무서운 인공지능아!(인공지능과 뭔 상관인데) 옆집에도 같은 전단이 붙어있던 건 알아보지 못한 채 ‘요새 호텔식 컨시어지 어쩌고 하는 호화 실버타운도 많다는데 내가 좋아하는 ‘가성비’만을 이토록 강조하다니 이제는 광고 전단도 커스터마이즈하나, 소름 끼치는 인공지능 세상 같으니라구’ 망상의 나래를 펼치며 광고전단을 숙독하기 시작했다. 파닥파닥. 다섯살만 더 먹었으면 당장 뛰쳐나..

칼럼읽다 2023.11.03

살아야 죽는다

살아야 죽는다 입력 : 2023.09.06. 20:22 김홍표 아주대 약학대학 교수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세포는 무척 역동적이다. 매일 약 2000억~3000억개의 세포가 죽는다. 또 그만큼의 세포가 새롭게 만들어진다. 성인 몸 세포 약 40조개의 0.5%가량이 매일 교체되는 셈이다. 그렇게 얼추 200일마다 우리 몸은 새롭게 태어난다. 하지만 이 말은 절반만 옳다. 세포에 따라 수명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심장근육 세포나 1000억개에 이르는 뇌 신경세포는 수명이 상당히 길다. 압도적으로 숫자가 많은 적혈구는 120일을 살지만 1초에 200만개씩 태어나고 죽어간다. 테니스장 넓이의 소화기관 상피세포는 4~5일마다 교체된다. 엄마 배 속에 있을 때부터 죽을 때까지 우리 세포는 쉼 없이 살고 죽기를 되풀이..

칼럼읽다 2023.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