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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방에 세면대가 두대인 이유 [.txt]

이 책방에 세면대가 두대인 이유 [.txt]우리 책방은요수정 2025-05-23 14:30 등록 2025-05-23 14:00 경기 수원시 팔달구 행궁동에 위치한 독립서점 ‘큰새’. “손이라도 닦고 가세요”라고 적힌 철제 선간판이 눈길을 끈다. 책방지기 제공 경기 수원시 팔달구 행궁동 북적거리는 중심가를 조금 지나면 입구부터 유쾌한 기운을 머금은 서점 하나가 있다. “손이라도 닦고 가세요.” 이렇게 적힌 철제 선간판이 행인들을 향해 손짓하는 듯하다. 책방 이름은 ‘큰새’. 25평 규모 아담한 책방이지만 이름만큼은 ‘큰새’다. 우리 책방은 대형 서점과는 조금 다르다. 빼곡한 신간 코너, 시끌벅적한 베스트셀러 랭킹 같은 건 어디에도 없다. 대신 서가에 비치한 책들마다 손 글씨로 써 내려간 문장이 붙어 있..

책이야기 2025.05.25

우리 시대의 시

우리 시대의 시함기석 시청광장에서 처형된 사형수다그녀의 눈동자에 고인 12월의 밤하늘이고목에 걸린 인조 목걸이다 육교 계단에서 추위에 떠는 고아들녹슨 빗속을 최면 상태로 걸어가는 부랑자들이고젖은 불빛이다 낫들이 활보하는 도시거리엔 웃음 없는 무녀의 피가 떠돌고, 우리의 얼굴은죽음이 화인 火印으로 남긴 검은 판화들 잠들면 종이가 자객처럼 내 눈을 베는 소리 들리고고열과 오한 사이에서 나의 펜은눈물을 앓는 새

시를읽다 2025.05.25

부글부글·풍덩…감정에 색깔 입히는 의성의태어 [.txt]

부글부글·풍덩…감정에 색깔 입히는 의성의태어 [.txt]신견식의 세계 마음 사전 추상적 감정 구체화하는 의성의태어 한국·아시아·아프리카어에 많아 복잡한 감정의 결 살려 생동감 더해 수정 2025-05-24 17:51등록 2025-05-24 02:00 ‘부글부글’은 원래 액체가 계속 야단스럽게 끓어오르는 소리나 모양을 일컫는데 울화나 분노, 언짢은 생각이 치밀어 오르는 모양도 빗댄다. 게티이미지뱅크 언어 기호의 자의성은 언어학자 소쉬르가 주창한 이래로 널리 알려진 언어학의 기본 개념이다. 예컨대 한국어 ‘나무’, 중국어 ‘木’, 영어 ‘tree’의 말소리는 이것이 일컫는 말뜻과 아무 상관이 없다. 추상명사로 가면 그 정도는 더한데 ‘사랑’, ‘愛’, ‘love’가 왜 하필 그 뜻인지는 설명하기 어렵다...

책이야기 2025.05.25

오늘, 커피가 가장 저렴한 날입니다

오늘, 커피가 가장 저렴한 날입니다6411의 목소리수정 2025-05-19 08:23 등록 2025-05-19 08:00 커피 로스팅 장면. 필자 제공 정동혁 | 커피 매장 ‘아마토르’ 운영 저는 서울 변두리에서 커피를 볶아 판매하는 작은 커피 매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갓 볶은 커피가 뿜어내는 향이 많은 이들을 미소 짓게 하듯, 저 또한 평범한 직장인일 때 우연히 마신 커피의 달콤한 향기에 매료되었습니다. 커피 소비의 대부분이 인스턴트커피일 정도로 원두커피 시장이 미약하던 20여년 전부터 취미로 커피를 판매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지금은 초등학생들까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즐기고, 커피머신이 필수 혼수로 인식될 정도로 원두커피 시장이 양적으로 성장한 시대입니다. 저 또한 매장 내 커피 판매를 넘어 전국의..

칼럼읽다 2025.05.24

바닥 신호등 [말글살이]

바닥 신호등 [말글살이]수정 2025-05-22 18:44 등록 2025-05-22 15:47 서울 중구 청구역 앞 스쿨존 횡단보도에 설치된 LED 바닥 신호등에 빨간불(왼쪽 사진)과 초록불(오른쪽 사진)이 들어온 모습. 연합뉴스 김진해 |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경희대 교수 딸은 장난치듯 챗지피티를 열더니 내 글이 실린 사이트 주소를 대여섯군데 알려주고 ‘이 사람의 글쓰기를 분석해 달라’고 한다. 아양 떠는 답변만 하길래, 입에 발린 소리 그만하고 신랄하게 비판해 보라고 하니, 어머! 글이 ‘미학적 자기기만’이자 ‘책임 회피’라 하더라. 그러면서 ‘자신을 낮추는 듯하면서도 이미 획득한 지식인의 권력을 매끄럽게 유지한다’는 준엄한 판결을 내린다(기계마저 내가 이중인격자임을 알다니). 필요하다면(!..

연재칼럼 2025.05.24

오월의 달력

오월의 달력 수정 2025.05.22 20:56 이갑수 궁리출판 대표 벽에 걸린 달력만큼 중용(中庸)의 도가 실천되는 곳도 드물다. 네모난 칸마다 수인처럼 들어 있는 숫자. 비좁은 칸칸마다 똑같은 복장으로 앉아 그날 그때의 천하만사를 공평하게 지휘하는 아라비아 사신들. ‘중용의 도’란 애매한 중간을 취하자는 게 결코 아니다. 중(中)과 용(庸·적중한 상태)은, 늘 떳떳하게 유지함이다. 배고플 때 밥 먹고, 머리 허전할 때 공부하는 것처럼. 살아 있는 동안 온 힘을 다해 열심히 사는 것, 죽음 이후에라야 이를 벗어날 수 있다니 그 얼마나 멀고 고된 길이겠는가. 절기상 청명으로 시작한 사월. 4·3, 4·16, 4·19 등등 슬픔의 물결이 잇달아 도래했다. 짐짓 눈물이 필요한 나날들. 비는 하늘에서 오는..

칼럼읽다 2025.05.23

단맛의 비밀 캐낸 20여년 집념 [강석기의 과학풍경]

단맛의 비밀 캐낸 20여년 집념 [강석기의 과학풍경]수정 2025-05-20 18:41 등록 2025-05-20 16:52 2001년 실체가 드러난 단맛수용체 분자의 구조가 마침내 밝혀졌다. 단맛수용체는 TAS1R2 단백질과 TAS1R3 단백질의 복합체로 이 가운데 TAS1R2 단백질의 특정 부위에 감미료 분자(빨간색)가 달라붙어 수용체를 활성화해 단맛 신호를 전달한다. 셀 제공 강석기 | 과학칼럼니스트 ‘단맛 쓴맛 다 보았다’는 표현이 있다. 세상의 온갖 일을 겪어보았다는 뜻으로, 단맛은 좋은 일을, 쓴맛은 나쁜 일을 가리킨다. 실제 단맛은 음식에 영양(탄수화물인 당분)이 풍부하다는 신호이고 쓴맛은 독을 지니고 있다는 경고다. 즉 동물의 생존에 도움을 주기 위해 진화한 감각들인 셈이다. 그런데 ..

칼럼읽다 2025.05.22

한 시절 잘 살았다

한 시절 잘 살았다송경동 나는 내 시에푸르른 자연에 대한 찬미와 예찬이 빠져 있음을한탄하지 않는다 나는 내 시에부드러운 사랑에 대한 비탄과 환희가 빠져 있음을아쉬워하지 않는다 나는 내 시에저 드넓은 우주에 대한 경배와 경이로움이 빠져 있음을억울해하지 않는다 나는 내 시에빛나는 전망과 역사에 대한 확고한 낙관이 반영되지 못했음을그닥 반성하지 않는다 가령 뜨거운 화덕 앞에서 일하는 사람들가령 뙤약볕과 추위 속에서 일하는 사람들가령 착취와 차별과 폭력과 모멸 속에서 일하는 사람들 한 시절 인연이 그들 곁이었으므로그들의 비천하고 비좁은 이야기로 내 시가 가득찼음을 후회하지 않는다 한 시절 인연이충분히 고귀하고 행복한 세상과 절연하고고통만이 전부인 세상과 교통하는 일이었으므로그 절규와 아우성으로부터내 시가 몇 ..

시를읽다 2025.05.22

발버둥

발버둥 수정 2025.05.21 20:57 임의진 시인 억척이란 말엔 다분히 오기와 억지가 담겨 있을 테지만, 살아보려고 애를 쓰는 한 인생의 수고와 고생이 설핏 느껴지기도 해. 먹고살기 힘든, 어려운 시절에 누구나 발버둥을 치면서 살아가지. 철학만큼 숭고한 ‘먹고사니즘’… 숨이 턱밑에 훅훅 걸려도 야물게 이를 문 당신, 꼭 껴안아 주고파. 지난 바람 부는 날, 나비 한 마리의 열심인 날갯짓을 보았어. 고약한 마파람을 뚫고 어기영차 날던 나비가 꽃에 다다랐을 때 나비는 더욱 빛나고 고운 날개빛을 띠더라. 낮에도 별은 뜨는데 보지 못하는 것뿐. 나비를 무척 좋아했던 ‘울 오마니’ 생각을 했어. 하늘 보금자리 찾아간 엄마. 김원일의 소설 강>에 보면 엄마가 숨을 거둔 밤에 뜨는 별, 오마니별 이야기가 나..

칼럼읽다 2025.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