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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동시대인이라는 영광

당신이 동시대인이라는 영광 입력 : 2023.11.05 20:27 수정 : 2023.11.07. 16:13 이슬아 ‘일간 이슬아’ 발행인·헤엄출판사 대표 ‘거대한 동시대인’이라는 말을 만지작거린다. 마거릿 애트우드의 책 에서 발견한 표현이다. 이 책에는 시몬 드 보부아르에 관한 글이 실려 있는데 애트우드가 거장일 때 쓴 원고인데도 보부아르를 향한 흥분감이 역력하다. 오래전 토론토에서 대학을 다니던 젊은 애트우드에게 프랑스 실존주의자들은 숭배의 대상이었다. 카뮈와 베케트와 사르트르 같은 명사들 사이에서 여자는 딱 한 사람 뿐이었고 그게 보부아르였으니 그에 대한 애트우드의 선망을 쉬이 짐작할 수 있다. 스무 살의 애트우드는 생각했다. “초특급 지성들이 모인 파리의 올림포스 산에서 한자리를 차지한 여성. 그녀..

책이야기 2023.12.26

그리움으로 해내는 일들

그리움으로 해내는 일들 입력 : 2023.07.03. 03:00 이슬아 ‘일간 이슬아’ 발행인·헤엄출판사 대표 이 나라에서 내가 배우는 것 중 하나는 이런 것이다. 사람들이 그리움으로 무얼 하는지. 다시 만날 수 없는 이를 가슴에 품은 채 어떻게 움직이는지. 사랑하는 친구가 크게 다쳤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이미 수술실에 들어간 터라 친구 휴대폰의 전원이 꺼진 상태였다. 전화기가 켜지기만을 기다리며 친구의 부드러운 밤색 피부를 떠올렸다. 뒷산을 성큼성큼 오르는 두 다리와 자주 엉키는 머리카락과 툭 치면 흘러나오는 숱한 문장들도 떠올렸다. 그는 아주 많은 책을 외우고 있었다. 친구의 사라짐은 도서관의 사라짐이고 어떤 대화의 멸종이고 다시는 만질 수 없는 살갗일 것이었다. 며칠 만에 다시 휴대폰이 울렸다...

칼럼읽다 2023.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