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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뒷걸음질에 ‘일회용컵 없는 제주’ 무너질 판

정부 뒷걸음질에 ‘일회용컵 없는 제주’ 무너질 판 일회용컵 보증금제 잠정 중단 알리는 제주 모 카페. 연합뉴스 [왜냐면] 한정희 | 예비사회적기업 푸른컵 대표 “제주도 분들은 좋겠어요. 다회용컵도 많이 쓰고, 일회용컵 보증금제도 시행되고, 나도 제주 살고 싶어요!” 지난봄, 서울에서 온 아무개 환경단체 간사로부터 들은 얘기다. “더 이상은 못해요. 보증금제에 참여하는 곳만 계속 피해를 보잖아요. 하려면 다 같이 해야죠.” 이건 며칠 전, 제주도의 한 카페 사장님이 쏟아 놓은 하소연이다. 필자는 2년 전 ‘일회용컵 없는 제주’를 꿈꾸며 다회용컵 공유 사업을 시작했다. 그 뒤 적잖은 변화를 목격했다. 제주도의 차량이나 사무실에서는 유명 커피 브랜드의 흰색 재사용(리유저블) 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칼럼읽다 2023.12.23

참 군인 김오랑과 비겁했던 그의 동기생들

참 군인 김오랑과 비겁했던 그의 동기생들 영화 '서울의 봄'이 대흥행이다. 이 영화에서 배우 정해인은 짧은 배역에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정해인이 연기한 특전사 소령 오진호의 실제 인물은 김오랑 소령이다. 경남 김해 출신인 김오랑 소령은 가난한 집안 사정으로 중학교를 한 해 늦게 졸업했지만, 김해농고를 수석으로 졸업했다. 당시 수재들이 모이던 부산대 공대에 합격하고도 학비가 없어 들어가지 못했다. 학비가 무료인 육사를 졸업하고 소위로 임관해 제2보병사단 수색대 소대장으로 근무한 그는 맹호부대 소속으로 베트남전에 참전했다. 귀국 후 육군 특수전사령부 제3공수특전여단 중대장을 시작으로 특전사령부 작전장교와 정보장교를 지냈다. 군의 엘리트 코스인 육군대학을 졸업하고 제5공수특전여단 중대장을 거쳐 1979년 정..

칼럼읽다 2023.12.23

‘한강의 기적’ 축복과 저주

‘한강의 기적’ 축복과 저주 입력 : 2023.12.19 20:12 수정 : 2023.12.20. 09:58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서울에 살면서 지방을 찾는 사람들이 가끔 하는 말이 있다. “이렇게 공기 좋은 곳에서 사시니 얼마나 좋습니까.” 그러면 지방 사람은 웃으면서 맞장구를 쳐주긴 하지만, 내심 “그럼 네가 내려와서 살아봐라!”라고 말해주고 싶어한다. 근데 이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통용되는 법칙인가 보다. 18세기 영국 시인 윌리엄 쿠퍼가 남긴 다음 명언이 의미심장하다. “그는 시골을 무척 좋아한다. 그런데 실은 그가 시골이 가장 좋아지는 것은 도시에서 시골에 관해 배우고 있을 때이다.” 미국 정치인들이 선거가 다가오면 거의 예외 없이 벌이는 이벤트가 ‘서민 코스프레’와 더불어 ‘공동..

칼럼읽다 2023.12.23

아버지와 아들

아버지와 아들 입력 : 2023.12.21. 20:38 이갑수 궁리출판 대표 트렘펫은 가장 높은 음을 내는 땡초 같은 금관악기다. 얼마 전 감동적으로 본 영화 에는 조금 서글픈 일화도 있다. 모리코네가 음악에 입문한 건 트럼펫 연주자인 아버지 덕분이다. 어느 날 어머니의 말씀. 얘야, 아버지도 함께 연주하면 안 되겠니? 아들은 아무 대꾸를 않는다. 늙은 아버지와 젊은 아들. 이제 함께하기에는 실력의 차이가 생겨버렸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는 부자(父子) 음악가의 영화다. 집에서는 식구이지만 밖에서는 꿈의 무대를 두고 은근히 경쟁한다. 둘 사이에도 시기와 질투, 두려움과 동정심이 있다. 유명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로 내정된 아들. 그런데 그만 아버지에게로 잘못 전화가 가서 벌어지는 이야기. 너무나 유명한 화..

칼럼읽다 2023.12.23

그 사건은 왜 일어났을까

그 사건은 왜 일어났을까 입력 : 2023.12.22 22:09 수정 : 2023.12.22. 22:30 한민 문화심리학자 영화 의 기세가 심상찮다. 원래 한국은 다른 나라와는 달리 현대사나 정치 관련 콘텐츠가 인기를 얻는 편이라고는 하지만 이 정도의 흥행을 기록한 작품은 드물다. 은 훨씬 더 앞당겨졌을 수 있었던 서울의 봄을 십수 년이나 늦춘 1979년 12월의 그 사건을 다룬 영화다. 40년도 더 된 이야기에서 21세기의 관객들은 무엇을 보고자 하는 것일까.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900만명을 넘은 관객들을 안타깝게 하는 것은 사건이 일어난 과정의 허술함이다.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어설픈(?) 시도를 몇몇 사람들의 오판으로 그르친 아쉬움은 그 뒤로 이어진 해당 일당들의 뻔뻔함과 우리가 익히 알고 있..

칼럼읽다 2023.12.23

마땅한 벌과 호모 나랜스

마땅한 벌과 호모 나랜스 입력 : 2023.11.23. 20:23 강유정 강남대 교수·영화평론가 “악당이 성공할수록 작품도 성공한다.” 영화감독 앨프리드 히치콕은 1939년 컬럼비아대학교의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악은 입체적이다. 선한 사람들만 등장하는 이야기는 밋밋하다. 심지어 아동을 위한 이야기에도 악당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흥미를 느끼는 건 악 자체라기보다 처단이다. 악당이 응분의 처벌을 받을 때 분노와 몰입에 쓴 감정이 보상받는다. 미국의 작가 윌리엄 플레시는 이런 과정을 가리켜, 값비싼 신호(costly signaling)라고 부른다. 악당이 처벌받도록 이야기가 진화한 이유를 인류의 생존술로 본 것이다. 영어 표현 중에는 ‘마땅한 벌’을 의미하는 단어(comeuppance)가 있다. ..

칼럼읽다 2023.12.23

책과 출판에 대하여

책과 출판에 대하여 입력 : 2023.12.20 22:30 수정 : 2023.12.20. 22:36 박태근 위즈덤하우스 편집본부장 어쩌다 보니 책과 출판을 말하는 자리에 꾸준히 나가게 되었고 어느덧 그 시간이 10년을 훌쩍 넘었다. 이맘때면 올해의 출판 트렌드와 내년을 전망하는 자리가 꾸준하다. 책을 출간하는 데 들어가는 시간을 고려하면 내년에 나올 책들은 목록뿐 아니라 대략의 일정까지 결정되어 있을 터, 실제로 내년에 세상에 나와 독자를 만날 책들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나눈다면 훨씬 구체적이고 예측 가능한 미래를 그려볼 수 있지 않을까 싶지만, 자료 취합 과정과 각 출판사의 정보 공개 상황 등을 감안하면 쉽지 않은 일이겠다. 각 언론사와 몇몇 서점에서 개별 자료를 취합하여 전하는 소식 정도로 아쉬움을 달..

책이야기 2023.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