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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산의 낙타

청계산의 낙타 입력 : 2023.12.14. 20:45 이갑수 궁리출판 대표 희붐한 햇살이 창문을 두드릴 때 배낭을 꾸려 청계산을 오른다. 식물탐사대의 송년 번개모임. 헐떡헐떡 순한 짐승처럼 정상 근처 돌문바위를 지나다가 아이쿠, 낙타를 만났다. 산중 가게 좌판에 몽골 낙타털 양말이 진열되어 있지 않겠는가. 발목 근처에 낙타가 선명했다. 그 어디에 있든 낙타는 힘이 세다. 상표와 로고만으로 자꾸 저를 생각나게 했다. 아침의 기립부터 지금의 융기까지, 오늘의 내 행각이 아연 낙타와 엮이기 시작했다. 맞춤하게 떠오른 한 편의 시. “낙타 타고 가리라, 저승길은/ 별과 달과 해와/ 모래밖에 본 일이 없는 낙타를 타고.” 툭 던지는 저 첫마디가 참으로 아득하다. 그래, 오늘 나도 신분당선 전철을 타고 저승 근처..

칼럼읽다 2023.12.19

망설이는 사랑

망설이는 사랑 입력 : 2023.12.04 20:29 수정 : 2023.12.04. 20:30 변재원 작가·소수자정책연구자 안희제 작가는 망설임 속에서 사랑의 본질을 찾았다. 누군가를 뜨겁게 사랑할수록 거칠게 행동하지 않고 쉬이 움직이지 않는 채 망설일 수밖에 없다는 것. 단정적인 모습이 아니라 망설이는 모습. 그가 말하는 사랑의 숭고함과 어려움은 모두 망설임에 있었다. 한 해를 마감하는 요즘, 크리스마스 노래가 일찍이 울려 퍼지는 카페에 앉아 허브차를 두 손 가득 꼭 껴안고 지난날을 돌이켜보았다. 그러던 중 문득 나를 향해 기꺼이 망설여준 사람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망설이는 인연들은 상대가 어려움 앞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때, 기꺼이 함께 속을 태우는 표정을 나누곤 했다. ‘이렇게 저렇게 처신하라..

칼럼읽다 2023.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