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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의 목소리가 되자

목소리의 목소리가 되자 입력 : 2023.12.17 20:22 수정 : 2023.12.17. 20:23 채효정 ‘오늘의 교육’ 편집위원장 내가 신문에 글을 쓴다는 것을 알고 나서 어머니는 그런 당부를 하셨다. 미움받게 쓰지 말고 좋은 말만 쓰라고. 왜 그런 말씀을 하셔요? 어련히 알아서 잘 쓰겠냐마는 세상이 하도 야박하니 안 그러냐. 하지만 엄마, 글 쓰는 사람이 그런 마음을 먹으면 글도 망하고 세상도 망해요. 나는 대답했다. 황반변성으로 시력을 거의 잃은 어머니는 이제 글을 읽지도 못하는데, 마음이라도 편하시도록 네, 엄마, 그렇게 할게요, 그러고 말 걸 후회도 했지만, 어쩌면 저 대답은 나 자신에게 하는 다짐의 말이었는지도 모른다. 4년 가까이 이 지면에서 4주에 한 번 칼럼을 썼고, 오늘 마지막 칼..

칼럼읽다 2023.12.17

류호정 의원의 ‘탈당’과 ‘제명’ 사이

류호정 의원의 ‘탈당’과 ‘제명’ 사이 입력 : 2023.12.17 20:15 수정 : 2023.12.17. 20:16 김만권 경희대 학술연구교수·정치철학자 류호정 의원은 정의당 비례대표 1번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이런 류 의원이 ‘새로운 선택’ 신당 창당 합류를 선언했다. 여기까지는 아무런 문제도 없다. 자신이 지향하는 정치 비전과 소속 정당의 비전이 일치하지 않는다면 그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논란은 류호정 의원이 새로운 정당 합류를 선언하고도 정의당을 통해 얻은 의원직을 내려놓지 않으면서 생겨났다. 정의당은 지난 16일까지 의원직을 사퇴하고 당적을 정리해달라 요구했지만 류 의원이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상식적으로 보면 정의당이 류 의원의 당원 자격을 박탈하고 제명조치하면 되겠지만 그럴 수 없다. 그..

칼럼읽다 2023.12.17

작가의 작가

작가의 작가 코맥 매카시(1933~2023). EPA 연합뉴스 [크리틱] 정영목 | 번역가·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 교수 어떤 사람들이 소설을 가장 많이 또 가장 열심히 읽을까? 누가 조사한 적이 있는지 모르지만, 아마 그 답은 소설가(지망생 포함)가 아닐까? 그다음은 소설 생산과 관련된 “업계” 사람들. 물론 작가 자신이 독자를 동업자에 한정하고 싶은 마음은 없겠지만, 그럼에도 소설을 쓰고 또 읽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이 공동체는 소설가를 낳고 양육하고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소설이 사라지지 않는 한 유지되는 동시에 소설이 사라지지 않도록 붙드는 역할을 할 것이다. 그래도 누군가는 내 소설을 읽어주겠지 하는 실낱같은 기대에 기적처럼 부응하는 마지막 독자 집단으로서, 말하자면 소설의 최후 보루가 되는 셈이다. ..

책이야기 2023.12.17

서울의 밤, 서울의 봄

서울의 밤, 서울의 봄 입력 : 2023.11.28 20:24 수정 : 2023.11.29. 10:23 송혁기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 참 잘 만든 영화다. 기록영화 느낌에서 어느새 극적으로 고조되고, 캐릭터의 디테일에 빠져드는 순간 실제 인물이 상기되며 아찔해진다. 섬세한 조명과 음향마저 의도로 느껴지지 않을 만큼 능숙한 편집, 알맞게 친절한 자막과 그래픽에, 주연부터 조연까지 그 많은 배우의 연기가 저마다 빛을 발하며 빈틈없이 맞아들어가, 그날 그 자리로 박진감 있게 끌고 들어가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참 불편한 영화다. 선과 악의 선명한 대결이라는 판을 펼치고 그 악에 탐욕, 야비, 잔인, 기만, 그리고 징그러운 가벼움까지 온갖 혐오스러운 것을 다 버무려 넣고는, 악이 어떻게 승리하는지를 적나라하게..

칼럼읽다 2023.12.17

감기를 이겨내려면

감기를 이겨내려면 입력 : 2023.12.12. 20:37 송혁기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12월 역대 최고 기온을 찍은 날씨가 곧 다시 긴 한파로 이어질 전망이라고 한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계절의 상도가 무너진 가운데에도, 반갑지 않은 손님인 감기는 어김없이 우리를 찾아온다. 중국, 일본에서 감기를 뜻하는 한자어는 감모(感冒), 상풍(傷風), 풍사(風邪) 등이다. 우리나라 역시 한문 문헌에서는 감모나 상한(傷寒), 한질(寒疾) 등으로 표기된 예가 많다. 코에 불이 난다는 뜻의 순우리말 고뿔(곳블)도 일찍부터 쓰여왔다. 그런데 특정 시기부터 한문 문헌에 ‘감기(感氣)’가 등장한다. 에는 고종 때 와서야 나오지만, 에는 인조 때 1회를 시작으로 숙종 때 10여회, 영조 때는 수백회나 사용되었다. 개인 문집..

칼럼읽다 2023.12.17

디지털 시대에 생각한다는 건

디지털 시대에 생각한다는 건 2023년 2월부터 3개월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페터 바이벨 회고전에서 관객들이 작품 〈YOU:R:CODE〉를 경험하는 모습. 사진 강혜승 [크리틱] 강혜승 | 미술사학자·상명대 초빙교수 대학은 최근 학기를 마감했다. 성적을 집계하고, 학생들의 이의신청을 받는 학사 일정이 7월 첫주까지 이어졌다. 학생들도 신경을 곤두세우지만, 교수자 입장에서도 여간 고역이 아니다. 에이(A)에서 에프(F)까지 등급을 놓고 기준점을 매번 고민하는데, 나름 후한 성적에도 학생들은 박하다 여기기 일쑤여서 항의하는 학생들을 일일이 설득해야 한다. 누군가를 실망시킬 수밖에 없는 마무리는 매번 어렵다. 올 1학기를 돌아보면 대학 수업이 비로소 정상 궤도로 진입한 기점이 아니었나 싶다. 코로나..

칼럼읽다 2023.12.17

헌 책의 가격

헌 책의 가격 헌책들. 위키미디어 [크리틱] 김영준 | 전 열린책들 편집이사 방송인 유병재씨가 법정스님의 ‘무소유’(범우사, 1976) 초판본(정확하게는 초판 초쇄본)을 구입했다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 계정에 공개했다. 정가는 280원. 구입가격은 100만원. ‘드디어 소유합니다’라는 그의 진술과 ‘무소유'라는 책 제목, 그리고 심상치 않은 가격은 서로 어긋나면서 하나의 재담을 구성하는데, 많은 이들이 이를 유쾌하게 받아들였다. 왜 책을 100만원이나 주고 사느냐고 화내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저런 희귀본이 아니더라도 중고 책의 가격은 전반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나는 평생 새 책보다 헌책을 더 많이 샀다고 생각하는데, 지켜 온 원칙이 하나 있다. 헌책 가격이 현행 정가의 55% 이상일 때는 포기한다는 것이..

책이야기 2023.12.17

홍명보 감독과 밥심

홍명보 감독과 밥심 ‘언성 히어로’(unsung hero)는 숨은 영웅을 뜻한다. 과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던 박지성은 국내외 미디어로부터 대표적인 언성 히어로로 평가받았다.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궂은일을 하는 주목받지 못한 선수들을 칭송하는 용어였다. 올해 프로축구 K리그 시상식장에서 언성 히어로가 등장했다. 이번엔 선수가 아니라 식당에서 일하는 노동자다. 최우수선수로 뽑힌 울산 현대의 김영권은 수상 소감에서 “맛있는 식사를 해주는 식당 어머니, 아버지들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득점왕에 오른 울산 현대의 주민규도 수상 기쁨을 나누면서, 클럽에서 선수들을 위해 밥 짓는 분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가족이나 스폰서 등에 대한 발언이 주를 이루던 스포츠 무대 연말 시상식에서 ‘밥심’을 등장시킨 것은 파..

칼럼읽다 2023.12.17

"이런 제목은 어떻게 뽑아요?" 답변드립니다

"이런 제목은 어떻게 뽑아요?" 답변드립니다 [제목의 이해] 시인의 눈으로 보기 23.12.14 11:23l 최종 업데이트 23.12.14 11:23l 최은경(nuri78)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보게 된 사연 하나. 이라는 책을 본 독자가 그 책을 출간한 대표에게 메시지를 보냈단다(서로 아는 사이인 듯). "이렇게 멋진 중제(아마도 제목 옆의 부제를 말한 것 같음 - 기자말)는 어떻게 뽑아요?"라고. 그랬더니 돌아온 말. "원고에 있는 말이에요 ㅎㅎㅎ" 나도 이와 비슷한 말을 종종 했더랬다. "제목 괜찮다"는 말에 별달리 할 말이 없을 때. 그 문장은 내가 지은 게 아니고 본문에 있는 내용으로 뽑은 게 사실이니까. 이 독자가 '멋지다'라고 한 문장은 '우리에겐 더 많은 단어가 필요하다'였다. 에..

책이야기 2023.12.17

느리지만 하고 싶은 건 다 하고 삽니다, 이 방법으로요

느리지만 하고 싶은 건 다 하고 삽니다, 이 방법으로요 우선순위 세우기, 청소시간 아끼기... 느림보의 시간 관리 방법 알려드립니다 23.12.15 11:58l 최종 업데이트 23.12.15 11:58l 김은성(eslove78) 나는 느린 편이다. 모든 것이 다 느린 건 아닌데, 뭔가를 내 것으로 받아들이고, 행동으로 옮기는 게 느리다고 해야 할까? 예를 들어 나는 밥도 천천히 먹는다. 음식을 먹을 때 다른 사람들은 보통 5번도 제대로 안 씹는 것 같은데 나는 30~50번은 씹고 넘겨야 소화가 된다. 어릴 때부터 위가 약해서 유난히 잘 체했던 나는 항상 손 따는 도구를 갖고 다녔다. (지금도 여행용 파우치 안에는 손 따는 도구가 들어 있다.) 음식을 오래 씹어 넘기느라 먹는 속도가 느린 나는 수학여행이나..

칼럼읽다 2023.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