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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 없이는 사랑도 없다

투쟁 없이는 사랑도 없다 입력 : 2023.09.24. 20:15 이슬아 ‘일간 이슬아’ 발행인·헤엄출판사 대표 내가 자주 속아 넘어가는 표현이 몇 가지 있다. 아름다움, 너그러움, 산뜻함, 용기 같은 단어들. 아주 소중한 말이지만 갈등을 서둘러 봉합하기 쉬운 말이기도 하다. 여러 사정을 들어볼수록, 세상과 치열하게 접촉할수록 남발하기가 어려워지고 만다. 그런 표현 중 제일은 사랑일 것이다. 전에는 사랑을 말하기 위해 사랑스러운 단어를 동원했다. 지금은 다른 게 필요하다고 느낀다. 그건 언뜻 보면 사랑의 반대편에 있는 듯한 단어들이다. 정혜윤의 소설 엔 이런 문장이 등장한다. “어떤 사랑은 이 세상의 많은 일들에 반대하게 만들어. 반대하는 힘이 한 사람의 진짜 힘이야. 너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나는 기꺼이..

칼럼읽다 2023.12.31

기억될 권리

기억될 권리 정영목 | 번역가·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 교수 브람스는 20세기 직전에 죽은, 가까운 과거의 인물이지만 전기를 쓰기가 힘든 작곡가다. 공식 발표하지 않은 악보를 비롯해 많은 자료를 죽기 전에 스스로 없애버렸기 때문이다. 서구에서는 말년에 이르면 주고받은 편지를 서로 돌려주고 돌려받는 관행이 있었던 듯하니, 적어도 자기가 쓴 편지를 없애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전기작가에게는 약이 오르는 일일지 몰라도,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당사자가 어느 정도는 통제할 수 있었고 또 그럴 권리를 존중했던 셈이다. 지금 생각하면 좋았던 옛 시절이다. 지금 온라인은 어설픈 작은 신처럼 수많은 것을 알고 수많은 것을 잊지 않는다. 그 수많은 이메일과 문자 메시지를 포함하여..

칼럼읽다 2023.12.31

체육관 공청회와 ‘찐 농촌다움’

체육관 공청회와 ‘찐 농촌다움’ 입력 : 2023.12.28 22:17 수정 : 2023.12.28. 22:27 정은정 농촌사회학 연구자 새해엔 ‘농촌공간 재구조화 및 재생지원에 관한 법률’, 일명 ‘농촌공간계획법’이 시행된다. 농촌을 농촌답게 하기 위해 농촌 난개발과 지역 불균형을 막겠다는 취지다. 산업으로서의 농업만이 아니라 공간으로서의 농촌을 주목하고 주민 주도의 농촌공간을 계획하면 정부는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신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 송미령 박사의 전문분야이기도 하다. 일각에선 국토교통부가 버티는데 농식품부가 힘있게 추진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 해도 잘 추진되길 바란다. 12월26일, 경기 남양주시에 겨우 남아 있는 농촌지역이자 청정지역인 수동면 주민 체육관에 다녀왔다. 물이 도는 곳이어서 ..

칼럼읽다 2023.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