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쓰다 43

부개역에서

부개역에서 주상태 찢어지는 라디오 소리가 고물을 잔뜩 실은 하루 모아 하루 버티는 폐휴지 할아버지를 부르고 있다 코뱅맹이 소리로 앵앵거리는 아나운서는 삶과 무관한 뉴스를 흘리고 있다 버스는 사람들을 한 덩이 뱉어내고 휴식을 취하고 지하철로 올라가는 삶이 바쁜 에스컬레이트는 쉼없는 펌프질로 사람들을 실어 나르고 가쁜 숨을 몰아 쉰다 부개역에서 친구를 기다리는 지루한 시간 세상은 바쁘기만 하다 한 푼 돈이 아쉬워 각박해진 세상 두 푼 버는 죄로 주저하다가 거칠어지다가 투박해진 삶은 에스컬레이트에 오르지 못하고 쓰레기통 휴지도 되지 못하고 고물상 폐휴지로 담기지도 못하면서 잔뜩 머금은 바람에 날리고 만다

시를쓰다 2024.02.02

두통에 시달리다

두통에 시달리다 주상태 평생 두통에 시달린 작가의 글을 읽다가 나도 작가였으면 하는 꿈을 꾼다 텔레비전 속에서만 연신 침을 바르고 세상 밖으로 침을 튀기면서 호소하다가도 언젠가 뒤돌아설 것 같은 사람들을 보다 보면 머리가 아파온다 가족의 아픔 때문에 머리가 아픈 것이 아니라면 누구에게 강한 사람이었다가도 이기지 못함을 알고 나면 나도 작가였으면 한다 수천 만리 지구 속을 여행하다가 수만 리 우주 밖을 유영하다가 뇌가 시키는 대로 뇌세포가 꿈틀대는 대로 우울하게 만든 사람들 속에서 허우적댄다 흘린 땀은 여행의 즐거움 식은 땀은 여행의 고단함 비 갠 날 아침처럼 다시 돌아온 나의 삶을 보면 간질거리는 자유를 느끼고 두통에 시달리는 것을 즐기는 때가 오면 삶이 조금 보일까 보다

시를쓰다 2024.02.01

사는 것이란

건강검진 받으러 갔다가 주상태 건강검진 받으러 갔는데 한 달 정도는 예약이 끝났다고 한다 삶과 죽음은 멀리 있지 않은데 삶을 챙기는 사람이 많음을 알았다 어떤 이는 돈으로 죽음을 멀리하려 애쓰고 어떤 이는 죽을 때가 되어 삶을 택하는지도 모른다 사는 것도 버거운데 살아있는 것도 서러운데 죽으러 가기 위하여 병원 갈 수 없어서 죽지 않으려고 병원 갈 수 없어서 한 모금 담배 연기로 삶을 버티다가 한 잔 술로 자신을 달래다가 이게 삶이다 이게 죽음이라 말하고는 이슬도 되지 못한 채 우리 곁을 떠나기도 한다. 돈이 없기에 여유를 부리지 못하고 돈 때문에 죽음과 거리 두지도 못하며 거리에서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 인간이기를 고집하는 내 이웃들은 오늘도 자신의 건강보다 한 끼 식사를 위하여 자존심을 위하여 삶과 죽..

시를쓰다 2024.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