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가 만든 도시 임우진|프랑스 국립 건축가 자동차가 발명되지 않았다면 우리는 지금 어떤 도시에 살고 있을까. 빨라야 시간당 4㎞ 걷는 보폭으로 2시간은 족히 걸릴 용산에서 역삼까지 매일 출퇴근할 리는 만무하니, 차가 없었으면 강남이 개발되었을 리도 분당, 일산 같은 신도시도 없었을 것이다. 사람보다 몇십배는 빨리 달리는 자동차 덕에 땅값 싼 시외에 집을 싸게 지어 많은 사람이 집을 소유할 수 있게 되었고 일자리가 몰려있는 도심까지 지리적 거리를 시간적 거리로 치환할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시 외곽이라도 집주인이 될 수 있었다는 사실과, 그 ‘때문에’ 출퇴근 때 교통지옥의 굴레에 빠졌다는 사실 사이에서 반론이 이어지겠지만 여기서는 논외로 하자.) 그런데 자동차만큼 자주 회자하지 않지만 그 못지않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