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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놀거리를 찾고 맘껏 뛰노는 곳

스스로 놀거리를 찾고 맘껏 뛰노는 곳 전주 ‘야호 맘껏 숲놀이터’. 스스로 놀거리를 찾고, 노는 방법을 궁리한다. 일상건축사사무소 제공 [배정한의 토포필리아] 배정한 | 서울대 조경학과 교수· 편집주간 전주로 짧은 여행을 다녀왔다. 전공이 전공인지라 여행과 답사의 경계가 늘 불분명하다. 동행자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어 전주의 대명사인 한옥마을과 요즘 뜨는 문화 플랫폼 팔복예술공장에 들렀고 비빔밥과 콩나물국밥도 맛봤지만, 잠깐의 틈을 포착해 점찍어둔 장소를 둘러보는 데 성공했다. 덕진공원 어귀에 새로 생긴 ‘야호 맘껏 숲놀이터’다. 야호, 맘껏! 이름만 들어도 신나는 이 놀이터는 유니세프의 아동친화도시 인증을 받은 전주시가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와 함께 비용을 마련해 만들었다. 어린이에게 스스로 도시 공간을 ..

연재칼럼 2023.10.03

닫힌 도시와 열린 도시

닫힌 도시와 열린 도시 입력 : 2023.06.10 03:00 수정 : 2023.06.10. 03:01 채석진 조선대 신문방송학과 조교수 “언제나 평등하지 않은 세상을 꿈꾸는 당신에게 바칩니다.”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분양 광고 문구이다. 이 문구는 특권의식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직접적으로 표현하든 안 하든, 우리는 대부분 자신과 비슷한, 혹은 자신이 속하고자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살고자 한다. 따라서 도시화는 다양하고 이질적인 사람들이 마주하고 섞이는 과정이자, 이 속에서 동질적인 공간을 구축하려고 끊임없이 분투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리처드 세넷은 에서 이러한 도시화의 양면성을 세밀하게 그린다. 세넷은 우리가 “그들로부터 달아나거나, 그들을 고립시키는” 방식으로, 이질적인..

칼럼읽다 2023.10.03

내 고통을 관통한 시인 김혜순의 '말'

내 고통을 관통한 시인 김혜순의 '말' [서평 에세이] 황인찬 인터뷰 23.08.11 11:51l최종 업데이트 23.08.11 15:05l 윤일희(typoon52) 나는 시가 어렵다. 쉬운(?) 시도 더러 있지만, 시인이 의식의 흐름으로 배치한 언어들을 좇으며 그 의미를 해석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읽지 못한다. 포기했다는 편이 더 적절할 테다. 김혜순 시인의 시도 그랬으면서(그가 시인이라는 것, '모단 걸'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헤어스타일의 소유자라는 것 외 그에 대해 알지 못하면서), 나는 을 읽었다. 김혜순은 유명한 시인이다. 시를 잘 써서겠지만, 여성으로 처음 문학상을 받은 시인이라는 이력이 도드라졌다. 왜 처음일까. 남성 중심의 문단 권력 때문이겠지. 책을 읽다 보면 그가 탁월한 ..

책이야기 2023.10.02

[양희은의 어떤 날] 스페인 산티아고를 가다

[양희은의 어떤 날] 스페인 산티아고를 가다 지난 2일 산티아고 순례길의 종착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 앞 광장에서 옹기종기 모여 대화를 나누거나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순례자들. 사진 양희은 양희은 | 가수 북부 스페인 여행 마지막 날,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광장에서 생각난 한 사람!!! 올레길을 낸 서명숙이었다. 십수년 전 내가 진행하던 라디오 프로그램 에 주말마다 한번 여행 이야기를 듣는 코너가 있어, 이제 막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귀국한 서명숙을 초대해 걷고, 눈에 담고, 몸으로 느낀 바람의 이야기를 재미나게 들었다. 남의 나라 길 이야기를 듣다가 고향인 제주도 역시 못지않게 아름다운데 그곳에 길 내시면 어떨까? 생각을 전했고, 마침내 주변 친지들이 부추기고 등 떠밀어 함께 걸으며 ‘올레..

카테고리 없음 2023.10.02

굶어 죽은 조선의 천문학자 김영

굶어 죽은 조선의 천문학자 김영 입력 : 2022.12.21 03:00 수정 : 2022.12.21. 03:02 소진형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선임연구원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박물학자라 할 수 있는 이규경의 라는 글에는 굶어 죽은 천재 김영이라는 사람이 나온다. 김영은 정조, 순조대의 역관(曆官)으로 조선 천문학 역사책이라 할 수 있는 , 천문역법에 관한 책인 의 저술에 참여하였고, 천문기구를 제작하기도 했다. 정조와 순조대에 천문역법을 담당하는 관료이자 학자로서 이름을 날리던 그가 왜 굶어 죽게 된 것일까? 김영은 인천 출신으로 사회적 지위도 없고 가난했으며 용모도 보잘것없고 말도 더듬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하늘이 내려준 재능이라고 할 만큼 뛰어난 수학자였던 그는 을 독학, 서양기하학에 대해서는 누구도 따..

칼럼읽다 2023.10.02

덧치페이 문화정착을 위해서

덧치페이 문화정착을 위해서 정대건 | 소설가·영화감독 ‘엠제트(MZ)세대 더치페이 논쟁’에 관한 기사를 읽었다. 식당에서 학생 5명 가운데 한명은 음식을 시키지 않고 안 먹고 있기에 한 누리꾼이 그 학생의 음식을 주문해줬다는 내용이었다. 나머지 학생들이 십시일반해 음식을 시켜주면 될 텐데 정 없게 그냥 있었느냐며 ‘요즘 애들’에 대한 성토가 덧붙었다. 이에 대해 누리꾼들의 의견이 나뉘었다는 게 요지였다. 기사를 읽고 나폴리에서의 생활을 떠올렸다. 이탈리아에서 지내며 여러 측면에서 해방감을 느꼈는데 그것 중 하나는 각자 계산, 즉 더치페이 문화였다. 나폴리에서는 식사가 끝나면 식당 계산서에는 ‘총 40유로가 나왔고 4명이므로 10유로씩 내면 된다’는 식으로 각자 계산할 비용이 적혀 나왔다. 내가 먼저 지갑..

칼럼읽다 2023.10.01

달팽이의 순간 이동

달팽이의 순간 이동 입력 : 2023.07.06 03:00 수정 : 2023.07.06. 03:01 부희령 소설가·번역가 산길을 벗어나, 아무개는 숲속으로 들어섰다. 볕은 뜨거운데 공기는 축 처진 물주머니 같은 날이었다. 지구가 위험할 정도로 뜨거워지고 있다는 소문이 돌지만, 무더위가 시작되기에는 아직 일렀다. 적어도 장마는 끝나야 하지 않나. 몸이 기억하는 모든 것을 의심하게 되는 시절이다. 바람 한 줄기가 간절했다. 아무개는 등허리를 곧게 펴고 기지개를 켰다. 잠시 그대로 서 있으니 나뭇가지처럼 뻗은 양팔 사이로 바람이 휙 지나가는 듯했다. 나무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든 것은 바로 그 순간이었다. 아무개는 그 자세 그대로 서 있었다. 흉내를 내면 닮기라도 하겠지. 몇 달 전에 부러져 여전히 보호대를 ..

책이야기 2023.10.01

야간산행

야간산행 입력 : 2023.04.20 03:00 수정 : 2023.04.20 03:02부희령 소설가·번역가 복잡한 심사를 가라앉히려는 산행이었다. 산길을 오르며 몸은 점점 무거워졌으나, 마음은 그만큼 무게를 덜었다. 그래도 해가 지기 시작했을 때 돌아서야 했다. 휴대폰 손전등을 켜는 순간에도 기회는 있었다. 저 아래 도시의 불빛이 훤히 보이는 자리였다. 왠지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몸을 더 힘들게 하고 싶었다. 동네 뒷산이었고, 정상까지 돌계단이 이어지는 것도 알고 있었다. 숨을 몰아쉬며 계단을 오르는데 무엇인가가 눈앞으로 휙 지나갔다. 등골이 오싹했다. 불빛의 움직임 때문에 헛것을 본 것이겠지. 진정하고 다시 걸었다. 산이 깊어질수록 덤불에서 검은 그림자가 불쑥 튀어나오기도 하고 바스락 소리도 들렸다...

책이야기 2023.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