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와 배제 사이 입력 : 2023.10.09 20:25 수정 : 2023.10.09. 20:26 변재원 작가·소수자정책연구자 비 오는 날, 남대문이 있는 회현역에서 서울시청역까지 걸었다. 빗물에 쓸려 넘어질까 위태로운 내 처지를 닮은 목발의 고삐를 쥐는 것만으로 양손이 꽉 찼다. 어느 신호등 앞에 선 순간, 목발과 나의 처절한 관계를 비집고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디까지 가세요? 우산 씌워드릴까요?” 민폐일까 죄스러운 마음에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였고, 상대는 용기 내 내 옆으로 다가왔다. 신호가 유난히 길게 느껴졌던 그 횡단보도 앞에 녹색불이 켜지는 순간까지 함께 머물렀고, 이내 그는 나와 방향이 맞지 않아 각자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흩어졌다. 헤어진 뒤로 잠깐 비를 더 맞기는 했지만, 우산 그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