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지옥은 필요하다 박권일 | 독립연구자·‘한국의 능력주의’ 저자 고등학교 문예반 시절, “타인은 지옥이다”라는 사르트르의 말을 시에 쓴 적 있다. ‘중2병’이 고1까지 지속된 탓인데, 당시 합평회에서 친구들이 감탄하며 따라 읊조리던 걸 떠올려보면 그들 역시 같은 환우였던 게 분명하다. 정작 그 문장이 실린 사르트르의 희곡 ‘닫힌 방’을 읽은 건 스물몇살 때였던 것 같다. 그제야 알았다. 사르트르는 단순히 타인이 지옥임을 선언한 게 아니라, 타인이라는 지옥에 갇혀 있음에도 우리는 벗어날 수 없으며 심지어 기회가 주어져도 벗어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까지 읽은 당신은 이렇게 투덜거릴지 모른다. “대체 이 사람 무슨 소릴 하고 있는 거야? 웹툰 얘긴 줄 알았더니….” 맞다. “타인은 지옥이다”는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