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쓰다

도시락 먹는 기분

닭털주 2025. 4. 17. 10:38

도시락 먹는 기분

주상태

 

 

아침밥을 먹다가 알았다

매일 먹는 밥은 도시락이었다는 사실을

엄마 만나러 동대구 가는 길은 소풍이었다고

믿고 싶은 것을

 

잡곡밥에 물을 부어 렌지에 돌리면

밥은 부풀어 오르고

새 밥이 되어 나를 맞이하고

김치가 없어도 단무지로

삶은 살아갈 수 있다고

 

계란말이는 아니어도

동그랑땡이 식어도

따뜻한 밥이 있으면 가능하다고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에서

도시락을 먹으며

시절을 꿈꾼다

 

만나야 할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부터

도시락은 소풍처럼 나를 흔들고

바람 잘 날 없는 시절을 지나치고

지나치고

지나쳐 세월은 흐르고

 

도시락을 먹는 것은

밥을 짓고

삶을 노래하는 거라고

 

2025. 4. 15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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