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 먹는 기분
주상태
아침밥을 먹다가 알았다
매일 먹는 밥은 도시락이었다는 사실을
엄마 만나러 동대구 가는 길은 소풍이었다고
믿고 싶은 것을
잡곡밥에 물을 부어 렌지에 돌리면
밥은 부풀어 오르고
새 밥이 되어 나를 맞이하고
김치가 없어도 단무지로
삶은 살아갈 수 있다고
계란말이는 아니어도
동그랑땡이 식어도
따뜻한 밥이 있으면 가능하다고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에서
도시락을 먹으며
시절을 꿈꾼다
만나야 할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부터
도시락은 소풍처럼 나를 흔들고
바람 잘 날 없는 시절을 지나치고
지나치고
지나쳐 세월은 흐르고
도시락을 먹는 것은
밥을 짓고
삶을 노래하는 거라고
2025. 4. 15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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