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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명만 모여도 세계는 복잡해진다

열두 명만 모여도 세계는 복잡해진다 입력 : 2024.02.25 20:07 수정 : 2024.02.25. 20:16 이슬아 ‘일간 이슬아’ 발행인·헤엄출판사 대표 요즘 즐겨보는 예능에는 열두 명의 출연자가 나온다. 거기엔 평생 친구하고 싶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죽을 때까지 마주치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다. 한마디만 듣고도 나는 그들이 대충 어떤 사람인지 알 것 같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회차가 거듭될수록 알게 된다. ‘나 이 사람들 잘 모르네.’ 상종하기도 싫었던 이의 말에 어느새 고개를 끄덕이고, 미더웠던 자의 말이 실은 텅 비었음을 알아차리고, 딴 데서 만났으면 적이었을 자가 귀여워보여서 당황스러워진다. 화제의 예능 (이하 ‘더 커뮤니티’)를 보는 동안 내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열두 명의 출연자는..

칼럼읽다 2024.02.28

우리는 왜 쇼펜하우어를 찾는가

우리는 왜 쇼펜하우어를 찾는가 입력 : 2024.02.26 19:53 수정 : 2024.02.26. 20:01 임석재 한국연구재단 선임연구원 40대를 중심으로 쇼펜하우어 신드롬이 일고 있다. 그는 “삶이 괴롭다면 그냥 평소보다 더 많이 먹고 평소보다 더 많이 자라”고 말했다. 너무 단조로워 다소 황당하기까지 한 그의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 TV 예능 에서 배우 이장우씨는 “먹고사는 데 집중하다 보니 마음이 편해지더라. 욕심이 내려가며 삶이 행복하더라”고 밝혔다. 배우 하정우씨도 저서 에서 “마음이 복잡해지면 일단 나가서 걷는다. 걷고 나면 머리 터지게 고민했던 문제들이 별것 아닌 것처럼 여겨지고 슬슬 잠이 온다”고 썼다.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최선을 다해 살다가 문득 찾아온 삶의 헛헛..

칼럼읽다 2024.02.28

죽음의 단풍

죽음의 단풍 입력 : 2024.02.27 17:40 수정 : 2024.02.27. 20:02 정유진 논설위원 한반도에 뿌리내린 모든 것이 이 땅의 주인이라면, 한민족보다 먼저 한반도에 터 잡은 소나무야말로 그러하다. 한반도에 인류가 살기 시작한 건 100만년 전이지만, 소나무는 최소 200만년 전부터 이 땅에 살고 있었다. 고조선의 건국과 조선의 멸망, 6·25의 비극을 모두 지켜본 소나무. 한반도 역사와 함께 숨 쉬고 애국가에도 나오는 그 소나무가 지금, 절멸 위기에 놓여 있다. 동해안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눈에 보이는 모든 산이 단풍 든 것처럼 울긋불긋하다. 한번 걸리면 고사율이 100%인 소나무재선충병에 걸려 잎이 붉게 타들어가는 ‘죽음의 단풍’이 든 것이다. 2007년과 2017년에 이어 7년 ..

칼럼읽다 2024.02.28

가을을 타다

가을을 타다 주상태 비단 가을이 와서 우울한 것은 아니다 바람부는 날 눈물나는 것은 흔한 일이 되어 버렸다 잊혀진 계절 속에 사람이 하늘을 그리워하는 시간 골목에선 아픔이 지나가고 만날 수 없는 슬픔에 멍든 가슴은 계절을 품는다 사랑하고픈 날 눈물 훔치는 것이 일상이 되어 버렸다 지독하게 그녀를 기다리는 시간 정거장에선 이별이 스쳐 가고 잊어야 하는 현실에 아침은 더디 오고 만다 찻잔 속에 여윈 달이 떠오르는 시간 폭풍이 지나가고 내 사랑도 추억이 되고 눈물이 난다고 반드시 그리워하는 건 아니다 가슴 타는 계절이 오면 사랑이 그리운 법이다

시를쓰다 2024.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