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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덕질

어른의 덕질 남경아 서울시50플러스재단 일자리사업본부장 두 달 전 유튜브 프리미엄 유료 서비스를 신청했다. 방탄소년단(BTS)의 음악과 영상에 집중하고 싶어서다. 고백하건대, 나는 요즘 BTS에 빠졌다. 우연히 작년 9월 BTS의 유엔총회 연설과 유엔회의장을 배경으로 한 ‘퍼미션 투 댄스’를 보았다. 그 자체로도 대단했지만 내 시선을 사로잡은 건 세대 간 전혀 다른 반응이었다. 기성세대가 ‘BTS 대단하네’라고 했다면, MZ세대는 ‘유엔 대단한걸?’이 압도적이었다. 무척 흥미로웠고 처음으로 그들이 궁금해졌다. ‘덕질’, ‘덕후’ 등 MZ세대에게 익숙한 이런 말들은 이제 대기업 신입사원 면접 질문으로도 등장했다. 세대를 불문하고 다양한 분야와 장르 구별 없이 덕질이 일상화된 시대가 된 것 같다. 이런 현상..

칼럼읽다 2022.02.11

최재봉의 탐문 _08 편집자 --퍼킨스라는 환상, 리시라는 악몽

퍼킨스라는 환상, 리시라는 악몽 최재봉의 탐문 _08 편집자 작가가 탈고한 원고가 책으로 완성되어 나오기까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가 바로 편집자라 할 수 있다. 아니, 편집자의 역량은 때로 작가가 원고를 쓰기 전부터 발휘되기도 한다. 편집자는 작가 자신도 미처 깨닫지 못한 가능성을 먼저 알아보고 작가를 부추겨 원고를 쓰게 만들기도 한다. 미국 작가 제임스 미치너의 은 소설을 둘러싼 문학·출판계의 인물들과 사건을 다룬 소설이다. 소설에 관한 소설이라는 점에서 ‘메타소설’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소설의 본질에 관한 논의보다는 소설을 둘러싼 제도와 환경에 초점을 맞추는 문학사회학적 접근법을 취한다. 이 작품은 모두 4개 장으로 이루어졌다. 1장은 소설가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2장은 편집자를 중심으로 전..

책이야기 2022.02.11

이름의 운명

이름의 운명 송혁기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자신의 이름을 바꾸고 싶어 하는 분들이 있다. 발음이 안 좋거나 촌스럽게 느껴져서, 혹은 사주성명학을 근거로 운명을 바꿔 보려고 이름을 바꾸는 경우도 있다. 여러 번거로움을 감수하면서까지 개명을 단행하는 분들에게는 그만큼 절실한 사정이 있을 것이다. 개명의 이유 중에 비교적 공감이 쉽게 가는 것은, 널리 알려진 흉악범과 이름이 같은 경우다. 조선시대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명(名)이 따로 있지만 평상시에는 늘 자(字)로 불리던 시절, 조재우라는 인물은 성년이 되면서 회지(會之)라는 자를 받았다. 그런데 주변에서 말들이 많았다. 송나라 때 간신으로 유명한 진회의 자가 회지였기 때문이다. 전도유망한 스물세 살의 젊은이로서 평생 간신의 이름으로 불리게 된 조재우는 집..

칼럼읽다 2022.02.11

머리부터 발끝까지 ‘학교장 재량’이라니…학생인권은 어디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학교장 재량’이라니…학생인권은 어디에? 부산광역시의 한 사립 중학교 학생들은 최근 기온이 영하 5도까지 내려가는데도 종아리까지 덮는 롱패딩을 입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학칙에 무릎 아래로 내려오는 롱패딩은 지양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부산의 또 다른 공립 직업계고에서는 머리카락 염색·파마는 물론 똥머리, 집게핀·고데기 사용까지 금지하고 있다.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부산지부와 부산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가 지난해 제보받은 학생인권 침해 사례 75건 가운데 일부다. 이들은 제보 내용을 추려 부산 시내 중·고교 25곳이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행복추구권과 자기결정권 등을 침해하고 있다며 지난해 10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진정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앞으로도 해당 학..

칼럼읽다 2022.02.11

당신이 야구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것들

당신이 야구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것들 이용균 뉴콘텐츠팀장 구글에서 일하는 데이터과학자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는 페이스북을 싹 뒤졌다. 메이저리그 야구팀에 ‘좋아요’를 누른 남성 팬들을 나이별로 분석했다. 같은 뉴욕 연고지인데도 양키스 팬이 메츠 팬보다 1.65 대 1로 더 많았는데 58세와 42세에서는 비율이 역전됐다. 볼티모어 팬은 1962년생이, 피츠버그 팬은 1963년생이 많았다. 다비도위츠가 연구한 모든 팀의 핵심 팬층은 팀이 우승한 해에 만 7~8세였다. 메츠는 1969년과 1986년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했다. 그때 7~8세였던 소년들은 메츠가 ‘운명’이 됐다. 슬프게도 1986년 이후 양키스는 5번이나 우승했지만 메츠는 한 번도 없다. 2022년 40세가 된 한국 야구팬이라면 아마 LG 팬..

칼럼읽다 2022.02.11

꿈이 없으면 리얼리스트도 아니다

꿈이 없으면 리얼리스트도 아니다 조형근 | 사회학자 “나 경찰 아니야. 서라고. 이야기 좀 해!” 노인이 숨을 헐떡였다. 우리는 줄행랑을 멈췄다. “나도… 지지한다고….” 가쁜 숨 내쉬는 노인의 눈에 눈물이 글썽였다. 1987년 11월 말, 서울 변두리 어느 골목이었다. 직선제 대통령 선거운동이 한창이던 무렵, 선배와 함께 ‘민중후보’ 백기완의 포스터를 골목 여기저기 붙이고 있었다. 누군가 따라왔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도망을 쳤다. 아직은 군사정권 치하, 덜컥 겁이 났던 것이다. 그런데 쫓아온 사람은 백발의 노인이었다. 목이 멘 채 포스터를 소중하게 어루만졌다. 아무 말도 묻지 못했다. 그 노인은 얼마 만의 ‘커밍아웃’이었을까? 해방 정국을 이끌던 진보좌파 정치 세력은 분단과 전쟁을 거치며 남한에서..

칼럼읽다 2022.02.11

청소년에게 그림책을

중고등 1면_메인 그림 길벗어린이(『모르는 척』) 제공 청소년 성장소설을 읽으면서 지금까지 내가 좋아했던 책의 폭이 너무 좁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청소년들에게 색다른 책을 권해보려 고민하다가 예전에 도서관직무연수를 받을 때 만났던 그림책 『모르는 척』(길벗어린이)이 생각났다. 하지만 만만치 않은 일이었기에 엄두를 못 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그림책에 대한 많은 일들이 떠올랐다. 오래 전 유치원에 다니던 딸에게 그림책을 읽어준 기억, 전국학교도서관담당교사 서울모임에서 책놀이 연수를 진행하면서 선생님들이 어린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는 모습을 사진으로 담은 일 등. 그러다가 5년 전부터 국어 수업시간에 그림책을 읽어주기 시작했다. 의외로 아이들이 너무 좋아했다. 특히 첫 시간에 읽어준 『로쿠베, 조금만 ..

글을쓰다 2022.02.10

잘 얼려야 맛도 좋다

잘 얼려야 맛도 좋다 임두원 국립과천과학관 연구관 굴튀김을 만들기 위해 냉동고에 얼려 두었던 굴을 꺼내 해동시켰습니다. 지난주 시장에서 사온 신선한 굴로 요리를 하고 조금 남겨 두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굴튀김의 맛이 영 별로입니다. 냉동된 재료라 그리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냉동식품은 식감이 그리 좋지 못하다는 평가를 많이 받습니다. 냉동하는 과정에서 식재료의 조직이 파괴되기 때문인데요, 더 정확히는 식물이나 동물을 구성하는 세포가 파괴됩니다. 물은 특이하게도 얼어서 고체가 되면 부피가 팽창합니다. 다른 물질들은 액체에서 고체 상태가 되면 부피가 줄어드는 것과는 정반대이죠. 10% 정도 부피팽창이 일어나는데, 이로 인해 세포를 둘러싸고 있는 세포막 등이 ..

칼럼읽다 2022.02.10

오두막에서 만든 책

오두막에서 만든 책 안희곤 사월의책 대표 책 만들기에 관한 예전의 경험담을 가끔 꺼내면 사람들은 꽤 재미있게 또는 신기하게 듣기는 하지만, 이제는 사라진 한때의 이야기로 소비하고 곧 잊어버린다. 회고담 또는 ‘라떼는…’ 따위의 이야기로 들릴까봐 늘 조심스럽지만 아무렴 어떠랴. 시대가 변하고 사물이 바뀌면 그것에 얽힌 경험과 말들도 희미해지는 법. 역사가 마르크 블로크는 “사물이 바뀌는 만큼 어휘가 바로 바뀌는 것은 아니어서, 이제는 의미가 달라진 어휘가 과거를 오늘의 잣대로 잘못 이해하게끔 한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그 말에 따르면 사라진 것은 단어가 아니라 그것에 결부된 경험과 기억이겠다. 안희곤 사월의책 대표 ‘게라’ 같은 용어가 그러하다. 오래전 활판인쇄로 책을 만들던 시대에는 인쇄 직전에 시험..

책이야기 2022.02.10

위언과 위행

위언과 위행 송혁기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위언은 산림에서 나오고, 높은 행적 책 속엔 드무네. 산인은 원래 강직하니 후학이 감히 따를 수 있을까.” 어우 유몽인이 남명 조식을 기리며 쓴 시이다. 여기서 위언이란 조식이 올린 상소문에서 당시 수렴청정으로 권세를 휘두르던 문정왕후를 가리켜 “깊은 궁궐의 한 과부에 불과하다”고 표현한 것을 말한다. 이를 본 명종이 격노하여 불경죄로 처벌하려 한 것도 당연하다. 공자는 “나라에 도가 있으면 위언과 위행을 하며, 나라에 도가 없으면 위행은 하되 말은 공손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위언(危言)과 위행(危行)은 위험을 무릅쓰고 준엄하게 하는 말과 행동이다. 의와 명분을 위해서라면 목숨도 초개와 같이 버려야 마땅하다는 것이 유가의 가르침이다. 하지만 아무리 옳다 하더..

칼럼읽다 2022.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