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1901

잘 섞음의 원리

잘 섞음의 원리 임두원 국립과천과학관 연구관 요리를 하면서 가장 많이 하는 일 가운데 하나가 아마도 ‘섞음’일 것입니다. 여러 식재료들을 알맞게 준비하고 잘 섞어주면서 최상의 맛을 끌어내는 것이 바로 요리이기 때문입니다. 식재료가 고체라면 서로 섞는 데 큰 문제는 없지만, 액체 상태인 경우라면 조금은 더 신경을 써야 합니다. 과학에서는 ‘Likes dissolve likes’라는 말이 있습니다. 번역해보면 ‘비슷한 것들은 비슷한 것들을 녹인다’ 정도가 되겠네요. 액체에 다른 어떤 것을 녹일 때 서로 비슷한 성질이어야 하지, 그렇지 않으면 잘 녹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과학자들이 서로 비슷한 것들을 분류하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기본적인 것은 친수성과 친유성입니다. 친수성이란 물과 친한 성질,..

칼럼읽다 2022.02.16

선명한 메아리

선명한 메아리 송길영 마인드 마이너(Mind Miner) 꾹꾹 눌러가며 원고지를 메꾸던 일은 한참 전부터 컴퓨터 자판을 두들기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하얀 종이를 앞에 놓고 세심하게 연필을 깎던 글쓰기 전 리추얼 역시 “글 쓸 때 좋은 음악” 정도의 플레이리스트를 찾는 것이 대신합니다. 준비가 되면 문단을 완성할 때마다 글자 수를 세어가며 조심스레 이야기를 만들어 나갑니다. 나름의 주장을 담은 모여진 문장들이 네트워크를 타고 전해지면 그 이후의 몫은 읽는 분들에게 달려 있습니다. 쌓인 글들이 활자로 번듯하게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것을 상상하면 소심한 성격에도 여간 흥분되는 일이 아닙니다. 어쨌든 글을 쓰는 행위는 온전히 혼자 해내야 하는 일입니다. 작은 방에 앉아 빈 화면을 바라보다 문득 쓰는 이에게 즐거..

칼럼읽다 2022.02.16

'진중권 저널리즘'의 막장

'진중권 저널리즘'의 막장 [取중眞담] "가문 대표해 사과합니다"라는 진중권은 누가 키웠나 22.02.15 18:12l최종 업데이트 22.02.15 18:12l박정훈(twentyrock) '진중권'은 우리 언론이 사랑하는 이름이다. 특히 보수언론은 진중권씨의 페이스북을 출입처로 삼았다. 매우 정파적인 그의 주장은 객관·중립적인 것으로 포장되어 힘을 얻었다. 과거 진보 진영의 '입'으로 활동한 사람이, '조국 사태' 이후 현 정권과 진보 진영 전반을 비난하고 있다는 서사 덕분이었다. 보수언론과 진씨는 일종의 공생관계를 맺고 있다. 언론은 진씨의 페이스북 글을 이용해서 쉽게 기사를 쓰면서 조회수를 확보하고, 진씨는 주목을 받으며 '정치 평론가'로서 자신의 영향력을 키우는 식이다. 그렇게 온라인 지면이 '진중..

칼럼읽다 2022.02.16

마을의 운명도 사람의 성격이 된다

마을의 운명도 사람의 성격이 된다 이병곤 | 제천간디학교 교장 서울에서 40여년, 런던에서 10년6개월 살았다. 비인가 대안학교 교장 노릇 하느라 최근 5년간 산골 생활을 했다. 그 경험이 사물을 달리 보도록 만들었다. 오늘날 도회지 사람들은 15세기 사람들과 비슷하다. 자신이 ‘평면 지구’ 위에 사는 것으로 알았기에 먼바다로 항해하면 추락사할 거라 믿었던 중세인들 말이다. 사람들의 무의식에 ‘탈서울’이란 곧장 나락으로 떨어지는 일로 각인돼 있다. 시골에 살면 생활의 편리를 돕는 망에서 멀어진다. 우리 선고리 마을에서는 관정 물을 공동으로 사용한다. 문제는 갈수기에 발생한다. 눈이 오지 않는 겨울철이나 강우량 적은 계절에 수량이 부족해서 며칠씩 물이 끊긴다. 동네 방송 하기 전 마을 이장의 목소리 가다듬..

칼럼읽다 2022.02.15

백기완 선생님 1주기: 죽음 뒤에도 삶이 있음을

백기완 선생님 1주기: 죽음 뒤에도 삶이 있음을 1992년 시위 도중 백골단의 구타로 숨진 명지대생 강경대 열사 1주기 추모식에 참석한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 민족사진연구회 제공 [왜냐면] 김중배 | 뉴스타파함께재단 이사장·전 한겨레신문사 대표이사 ‘이름도 남김 없이’ 한평생 나아가는 삶이 도리어 뜨거운 이름을 남기는가! 백기완 선생님, 그분을 만날 때마다 떠오르는 감동이었습니다. ‘이름’만이 아니라 ‘사랑’도 ‘명예’도 남김 없이 노나메기의 새날을 열어내고자 했던 ‘싸움 선비’인 그분의 이름은 더욱 떠올랐고 새끼에 새끼를 쳤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함께하는 벗들을 무리 짓게 했습니다. ‘통일꾼’ ‘민주꾼’ ‘민중꾼’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분 스스로 떠올렸던 ‘장산곶매’와 ‘버선발’ 그리고 ‘노나메기’..

칼럼읽다 2022.02.15

노동운동가 김정우의 정년 퇴직- 쌍용차 김정우 “30년 노동운동 행복해요…연대의 삶 배웠잖아요”

쌍용차 김정우 “30년 노동운동 행복해요…연대의 삶 배웠잖아요” [한겨레S] 커버스토리 노동운동가 김정우의 정년 퇴직 쌍용차 투쟁의 주역 중 한 명 김정우씨…복직 3년 근무 뒤 정년 투쟁가가 어색했던 중졸 정비공이 운동가로 “덕분에 사람 됐죠” “아이들 미래 위해 싸우는 당신들께 감사”란 시민의 말 못잊어 “혼자만이 세상을 사는 게 아니라 다 함께 사는 것을 배웠어요. 함께 사는 방법, 나누는 방법, 그리고 베푸는 방법에 대해서 배운 거요. 노동운동을 안 했다면 그런 것을 알지 못했을 거예요.” 쌍용차 복직 투쟁 등 오랫동안 노동운동을 한 전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장이 지난달 11일 오후 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은퇴한 사람에게 누가 관심이나 갖겠어요?” ..

칼럼읽다 2022.02.15

벼는 벼끼리 피는 피끼리

벼는 벼끼리 피는 피끼리 하종오 우리는 우리끼리 하는 말로 태어나면서도 넓디넓은 평야 이루기 위해 태어났제 아무데서나 푸릇푸릇 하늘로 잎 돋아내고 아무데서나 버려져도 흙에 뿌리박았는기라 먼 곳으로 흐르던 물줄기도 찾아보고 날뛰던 송장메뚜기 잠재우기도 하고 농부들이 흘린 땀을 거름 삼기도 하면서 우리야 살기는 함께 살았제 오뉴월 하루볕이 무섭게 익어서 처음으로 서로 안고 부끄러워 고개 숙였는기라 우리야 우리 마음대로 할 것 같으면 총알받이 땅 지뢰밭에 알알이 씨앗으로 묻혔다가 터지면 흩어져 이쪽 저쪽 움돋아 우리나라 평야 이루며 살고 싶었제 우리야 참말로 참말로 참말로 갈라설 수 없어 이 땅에서 흔들리고 있는기라

시를읽다 2022.02.15

배전공과 로프공의 장갑

배전공과 로프공의 장갑 하어영 전국팀장 로프공 밧줄이 끊겼다. 지난해 9월 인천 송도 한 빌딩에서 외벽 청소를 하던 중이었다. 배전공이 감전됐다. 지난해 11월 경기도 여주시 한 공사장 인근 전봇대에는 2만2900볼트 고압전류가 흐르는 중이었다. 둘은 하청 노동자였다. 로프공 차아무개씨는 원청(과 계약한) 빌딩 외벽을 탔고, 배전공 김다운씨는 원청(발주처) 전봇대에 올랐다. 둘 다 시간에 쫓겼다. 차씨는 공사기간을 당기려 하청이 재하청해 투입한 인력이었다. 김씨도 마찬가지다. “인력이 없다”며 다른 업체가 급히 작업(파견)을 요청해 관할구역이 아닌 전봇대에 매달렸다. 둘 모두 안전장치는 없었다. 한 사람은 구명줄, 한 사람은 활선작업차가 없었다. 차씨 작업줄이 끊어졌을 때, 김씨 몸에 전기가 흘렀을 때,..

칼럼읽다 2022.02.15

최재봉의 탐문 _10 복수 -- 복수는 문학의 힘

복수는 문학의 힘 최재봉의 탐문 _10 복수 “분노란 누군가 우리의 인격 혹은 우리와 가까운 사람들의 인격을 근거 없이 경멸했을 때 가지게 되는 복수의 욕망”이라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에서 썼다. 분노와 복수심은 아마도 사랑보다 강력한 유일한 정념이 아닐까. 세계 문학의 거장들이 다투어 분노와 복수를 다룬 까닭은 그 때문일 것이다. “파트로클로스여! 내 이제 그대를 따라 지하로 갈 것이오./ 하나 기상이 늠름한 그대를 죽인 헥토르의 무구들과 머리를/ 이리 가져오기 전에는 내 그대의 장례를 치르지 않을 것이오./ 그리고 그대를 화장할 장작더미 앞에서 트로이아인들의 빼어난 자제/ 열두 명의 목을 벨 것이오. 그대의 죽음이 나를 노엽게 한 때문이오.” 서양 문학사의 조종(祖宗)이라 일컬어지는 호메로스 서사시 의 ..

책이야기 2022.02.15

분노와 존엄의 대결

분노와 존엄의 대결 박구용 전남대·광주시민자유대학 교수 진실이 힘을 잃고 있다. 참과 거짓을 구별하는 기준들조차 조롱받는다. 정치판은 그 극단을 보여준다. 편가르기가 정치의 본질이라면 지금 대선처럼 무논리, 반이성이 판치면 결국 분노동원 세력이 축배를 들 것이다. 사바나의 자연상태에서 메타버스 인공세계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불확정성이다. 정글에선 사자가 달려오는 것보다 저편에 무엇이 웅크리고 있는지를 모르는 것이 더 무섭다. 무지는 불안의 원천이면서 자유의 약탈자다. 저편에 무엇이 있는지를 안다는 것은 그곳으로 갈지 말지를 결정할 수 있는 자유를 준다. 헤겔이 자유를 필연성의 인식이라고 말한 까닭이다. 문제는 앎이 커질수록 자유만이 아니라 무지도 확장된다는 것이다. 많이 아는 사람은 ..

칼럼읽다 2022.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