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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짐승 이재무

마음의 짐승 이재무 몸의 굴 속 웅크린 짐승 눈뜨네 아직 길들여지지 않은 수성, 몸 밖의, 죄어오는 무형의 오랏줄에 답답한 듯 발버둥치네 그때마다 가까스로 뿌리내린 가계의 나무 휘청거리네 오랜 굶주림 휑한 두 눈의 형형한 살기에 그대가 다치네 두툼한 봉급으로 쓰다듬어도 식솔의 안전으로 얼러보아도 도박, 여자, 술로 달래보아도 오오, 마음의 짐승 세운 갈기 숙이지 않네

시를읽다 2022.02.04

세상 모든 것은 확률로 돌아간다 -김범준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

세상 모든 것은 확률로 돌아간다 김범준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 가만히 손에서 놓은 돌멩이는 아래로 떨어질까? 영화 속 유령처럼 사람이 스르륵 벽을 뚫고 지나갈 수 있을까? 엔트로피는 항상 증가하는 걸까? 내가 백신을 맞으면 코로나19에 안 걸리는 걸까? 과학은 이런 질문에 답할 수 있다. 그런데 100% 확실한 답을 주는 것은 아니다. 우주선 안이라면 제자리에 둥둥 떠 있을 수 있으니, 아래로 떨어지는 돌멩이도 상황이 달라지면 항상 맞는 얘기는 아니다. 에너지 장벽을 입자가 스르륵 통과하는 양자터널효과를 생각하면 어쨌든 입자로 이루어진 사람이 벽을 통과할 확률이 정확히 0인 것은 아니고, 엔트로피도 항상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내가 백신을 맞았다고 앞으로 계속 100% 안전한 것은 아니다. 입자의..

칼럼읽다 2022.02.03

60+1월 (2022년) 책추천 첫번째, 작가가 본 아름다운 삶

60+1월 (2022년) 책추천 첫번째 작가가 본 아름다운 삶, 조금씩 깨달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삶 이야기 아름다운 삶이 무엇이냐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강요할 수도 없고 가능하지도 않습니다. 어느 순간 자신이 순수했던 모습을 살피다 본래 모습으로 되돌아가기도 합니다. 작가가 자신의 삶을 돌아보거나, 아름다운 삶을 사는 이웃을 살피거나, 나누는 삶을 사는 사람들을 만나는 이야기입니다. 『반성』 고운기 외∣더숲∣255쪽 반성이라고 하면, 과거의 잘못이라는 말이 먼저 나옵니다. 지난날을 후회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처음 자신이 가졌던 순수한 마음을 회복하는 일이라고 합니다. 반성을 통해 자신을 새롭게 발견하길 바란다는 것. 나이가 들면 버거워하면서도 끌어안기만 했던 많은 문제를 내려놓을..

글을쓰다 2022.02.03

강물은, 변절도 아름답다 김윤배

강물은, 변절도 아름답다 김윤배 붉게 물드는 교각 사이로 해가 진다 강물은 네가 맴돌던 자리를 떠나 천천히 흐른다 잔업 있는 날은 네 노래 들으며 처녀애들 철없이 물드는 연분홍 손톱 물어뜯었다 더는 꿈꿀 수 없게 된 내일을 물어뜯어 네 노래 자주 마디 잘리고 애써 웃음주었을 네가 저 물길 어딘가를 흐르며 강물 온통 슬픔으로 일렁이게 한다 강물은, 변절도 아름답다 강물 몸빛 바꾸어 흐른다 강안 풍경들이 천천히 굳어지고 강물 어둠의 등을 꿈틀대며 흐른다 흐르며 여린 꽃잎 강안으로 밀어낸다

시를읽다 2022.02.03

[말글살이] 오촌 아재 -김진해 ㅣ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경희대 교수

[말글살이] 오촌 아재 김진해 ㅣ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경희대 교수 옛 시골에선 겨울에 산문이 열린다. 이웃들이 함께 산에 올라 땔감을 한다. 하지만 어찌 한날한시에 다 모일 수 있으랴. 노가다판에 가 있기도 하고 낫질하다 손가락이 상해 못 나오기도 하지. 으스름 저녁 이고지고 온 나무를 마당에 부리고 나면, 분배가 문제. 식구 수에 따라 나누자니 저 집은 한 사람밖에 안 나왔다고 투덜. 똑같이 나누자니 저 집 나무는 짱짱한데, 내 건 다 썩어 호로록 타버리겠다고 씨부렁. 거기에 오촌 아재 등장. ‘오촌’은 ‘적당한 거리감’의 상징. 막걸리잔 부딪치며 ‘행님 나무가 짱짱하니 고 정도로 참으쇼.’ ‘저 동상네 아부지가 션찮으니 몸이라도 지지게 좀 더 줍시다.’ 한다. 다툼은 쪼잔한 데서 시작된다. 우리..

연재칼럼 2022.02.03

어른을 사로잡는 그림책 보실래요? -조은숙 그림책 연구자

설 연휴, 어른을 사로잡는 그림책 보실래요? 어른들을 울리고 토론하게 하는 그림책들로 내면에 말 걸어보자 인도 전통미술, 나이별 잠언집에 시 그림책과 탈모 그림책까지 혹시 아시는지? 어른들이 그림책을 보며 눈시울을 붉히고, 때론 열띠게 이야기를 나누는 풍경은 이제 웬만한 공간에서 흔한 풍경이 됐다는 것을. 압축된 언어와 이미지로 우리의 의식과 무의식을 두드리는 그림책들을 보며, 새해를 자신의 내면에 말 걸기로 시작하면 어떨까? 표지. 보림 제공 (바주 샴 ‧ 두르가 바이 ‧ 람 싱 우르베티 지음, 이상희 옮김, 보림, 2012)은 당산나무 아래에서 새해의 희망을 기원했던 옛사람들의 경건함을 떠올리게 한다. 이 책은 인도 중부 곤드족의 전통 미술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원래 숲에 살던 곤드족에게 나무는 인..

책이야기 2022.02.03

세는나이를 내버려두라 -장유승 단국대 동양학연구원 연구교수

세는나이를 내버려두라 장유승 단국대 동양학연구원 연구교수 맬컴 글래드웰의 에 나오는 이야기다. 캐나다 프로 하키 선수는 1~3월생이 많다. 어째서일까. 어릴 적에는 개월 수에 따라 성장차가 크다. 같은 해 태어난 아이들끼리 경쟁하면 1~3월생이 유리하다. 그 차이가 유소년 리그와 청소년 리그를 거쳐 성인 리그까지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제야 알겠다. 내가 초등학교 6년 내내 학급에서 키가 가장 작았던 이유를. 내 생일은 2월 하순, 속칭 ‘빠른 연생’이다. 꼭 그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동급생보다 신체적 성장이 늦은 편이었다. 모르긴 하지만 지적 성장도 차이가 났을 것이다. 당시 1, 2월생 자녀의 부모들은 입학 시기를 일부러 늦추는 것도 고민해야 했다. ‘빠른 연생’이 유리한 점도 있지만 불리한 점이 많았던..

칼럼읽다 2022.02.03

사소한 일에 마음을 담는 -이소영 제주대 사회교육과 교수

사소한 일에 마음을 담는 이소영 제주대 사회교육과 교수 “선생님은 일할 때 사소한 데까지 마음을 담는 게 보여요. 세미나 공지메일 몇 줄에서 마음이 느껴지고요. 그게 인상 깊었어요.” 갓 학위를 받고 연구소에서 일할 무렵 어떤 분께 들은 평이다. 그 말씀이 좋아서 아껴 간직했다. 때때로 혹자에게 순응적이라고 비웃음 사거나 ‘너무 애쓰며 살지 말라’는 핀잔을 듣고도 스스로의 행동방식을 바꾸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며 할 일은 차츰 늘었다. 논문 외에 기한을 맞춰 써낼 원고나 심사평 등이 많아졌고, 수업 외에 참여할 회의나 작성할 기획서가 쌓여갔다. 교내식당 다녀올 시간을 못 내어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워도 이것저것 일처리하다 보면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했다. 비슷한 연차의 동료들에 비해 격무에 시달리는 것도 아..

칼럼읽다 2022.02.03

2022년 2월 3일 요즘 북큐레이션에 푹 빠졌다

2022년 2월 3일 요즘 북큐레이션에 푹 빠졌다 그때 그랬던 것처럼 북큐레이션에 열심히다. 내 서재에 있는 책들을 살피고 살펴서 3권 남짓 주제에 맞는 책을 고르고 다시 살핀다. 일단 목록에 넣고 책들에 대한 정보를 파악한다. 그리고 읽는다. 쉽지 않다. 가장 중요한 60더하기 어른들이 읽을 수 있느냐에 달렸다. 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책이어야 했다. 홈페이지에 올리려면, 그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어야 했다. 작년엔 11편 정도 열심히 올렸다. 올해도 그래야 할 듯. 60+ 책의 해, 올해는 아니어도 이것만은 계속한다고 한다. 그렇다. 그래야 한다고. 2월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한다고. 그래서 나도 계속 책을 고르고 읽어야 한다.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히면 소설습작에 들어갈 것이다.

창작놀이 2022.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