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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봉의 탐문 _07 독자 -후원자인가 하면 독재자인, 독자

후원자인가 하면 독재자인, 독자 최재봉의 탐문 _07 독자 글은 작가의 손끝에서 탄생하지만 독자에게 읽힘으로써 비로소 완성된다. 그런 점에서 작가와 독자는 상보적인 관계에 놓인다. 모든 작가는 독자에서 출발한다. 글을 쓰기 전에 읽는 일이 먼저다. 읽는 일이 쌓이고 쌓인 끝에 쓰는 일로 몸을 바꾼다. 독자로 출발해 작가가 된 뒤에도 독자로서의 정체성은 언제까지고 그를 따라다닌다. 모든 작가는 곧 독자이기도 하다. “시를 썼으면/ 그걸 그냥 땅에 묻어두거나/ 하늘에 묻어둘 일이거늘/ 부랴부랴 발표라고 하고 있으니/ 불쌍하도다 나여/ 숨어도 가난한 옷자락 보이도다” 정현종의 시집 (1978) 맨 앞에 실린 작품 ‘불쌍하도다’의 전문이다. 이 시에서는 시를 쓰는 행위와 남들에게 읽히는 행위 사이에 위계가 분명..

책이야기 2022.02.09

[김용석의 언어탐방] 픽션: 전략적 기만 혹은 속임수

[김용석의 언어탐방] 픽션: 전략적 기만 혹은 속임수 일러스트레이션 유아영 김용석 | 철학자 “예술은 사기다.”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로 현대예술사에 자리매김한 백남준이 1984년 발표 이후 귀국 인터뷰에서 했다는 말이다. 그는 “예술가는 사기꾼 중의 사기꾼, 즉 고등 사기꾼이다”라는 말도 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겠지만, 그라면 충분히 그런 말을 했을 법하다. 예술이 사기이고 고도의 기만술이라는 발언은 오랜 역사를 가진 것이다. 백남준 이전에도 그런 말을 한 예술가들이 있다. 피카소는 “예술은 우리에게 진리를 알 수 있게 해주는 기만(mentira·멘티라)이다”라고 했다. 그가 사용한 에스파냐어 ‘멘티라’는 ‘속임수’라고 옮길 수도 있다. 이는 예술가들 스스로 한 말이지만, 예술 행위가 ..

연재칼럼 2022.02.09

공부의 쓸모

공부의 쓸모 최준영 책고집 대표 “이 세상에서 가장 재미없고 힘든 일이 뭔지 아세요? 정치경제학을 읽는 일이에요. 특히 당신이 쓴 정치경제학. 그러니 걱정하지 말아요. 저들(경찰)은 당신이 쓴 정치경제학을 읽지 않을 거예요.” 막 탈고한 을 경찰에 빼앗겨 상심하고 있는 남편 마르크스에게 아내 예니가 건넨 위로의 말이다. 듣고 난 마르크스가 답한다. “그런데 말이오. 정치경제학을 읽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이 뭔 줄 아시오? 그건 바로 정치경제학을 쓰는 일이라오.” 역사학자 하워드 진이 들려준 일화다. 상상컨대, 마르크스 부부는 을 읽을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그들의 예측은 빗나갔다. 처음에는 소수의 추종자들만 읽었지만 점점 힘을 얻게 되자 자본가들도 긴장했고, 을 읽기 시작..

칼럼읽다 2022.02.09

그때도 틀리고 지금도 틀렸다

그때도 틀리고 지금도 틀렸다 오수경 자유기고가 내가 다니던 여고에는 ‘1111 금지법’이 있었다. 브래지어 위에 끈 형태가 아닌 ‘메리야스’로 불리는 민소매 속옷을 입어야 했다. 브래지어와 끈 형태 민소매 속옷을 함께 입으면 교복에 비친 속옷이 ‘1111’ 형태로 보인다 하여 1111 금지법이라 불렀다. 걸린 학생들은 ‘속옷도 제대로 안 챙겨 입는 날라리’ 취급을 받는 것은 기본이고, 남성 교사가 등짝을 때리거나 브래지어 끈을 튕기면서 면박을 주며 성희롱하는 걸 참아야 했다. 당시 우리가 느꼈던 감정은 분노가 아니라 수치심이었다. 그때 수치심을 꿀꺽 삼키는 대신 분노하며 항의했더라면 어땠을까? ‘군인 아저씨’에게 위문편지 쓰는 일도 했다. 선생님은 군인 아저씨들이 나라를 지키는 덕분에 우리가 평안하게 사..

칼럼읽다 2022.02.09

시간을 멈추게 한 느티나무

시간을 멈추게 한 느티나무 고규홍 나무 칼럼니스트 해남 두륜산 천년수. 설 쇠고, 나이 혹은 세월의 흐름을 돌아보게 되는 즈음이다. 나이 드는 걸 심드렁하게 느끼는 축이 있는가 하면, 활기차게 받아들이는 축도 있겠지만, 어느 쪽이 됐든 생명 가진 모든 것들은 세월의 흐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인정하는 건 분명하다. 빠르게 흐르는 세월을 묶어두는 데에 이용했던 나무가 있다. 땅끝 해남의 고찰 대흥사가 깃든 두륜산 마루에 서 있는 ‘천년수(千年樹)’라는 이름의 느티나무다. 산내 암자 ‘만일암’이 있던 폐사지여서 ‘만일암터 천년수’라고도 부른다. 폐사지 가장자리에 서 있는 천년수는 무려 1100년이나 된 큰 나무다. 산림청 보호수로 등록된 느티나무 가운데 수령으로는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오래된 나무다. ..

칼럼읽다 2022.02.08

봄 이성부

봄 이성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돟ㄴ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들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비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보는 너, 먼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시를읽다 2022.02.08

학생들이 원하는 꿈을 위하여

‘학교’소재 책 소개하기 학생들이 원하는 꿈을 위하여 학교이야기는 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는 매우 자연스러운 이야기임과 동시에 가장 싫어하는 이야기이다. 학교에서 공부 외에 다른 경험을 많이 하지 못한 학생들 소위 모범생들에게는 학교 이야기를 재미있거나 친숙한 이야기로 혹은 딴 세상 이야기로 휴식 겸 오락으로 즐길 수 있지만, 학교에 대한 안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에게 학교이야기는 거부감을 일으키거나 혹은 너무 시시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드라마의 경우, 학교이야기가 나오는 청소년드라마를 정작 청소년들이 보지 않는다고 한다. 오해려 어른들이 보는 경우가 많은데, 어떤 어른은 그냥 재미있게 추억삼아 보거나, 어떤 어른은 직업상 참고하기 위하여 본다고 한다. 청소년드라마를 청소년들이 보지 않는 이유는 청..

글을쓰다 2022.02.08

100만명 도시

100만명 도시 윤호우 논설위원 과거 ‘직할시’가 있었다. 서울특별시에 이어 제2의 대도시를 상징하는 이름으로, 부산·대구·인천·대전·광주 등 5개시가 직할시였다. 중앙 정부에서 직접 관할하는 도시라는 뜻이다. 규모가 큰 도시라면 직할시로의 승격을 꿈꿀 만큼 자랑스러운 이름이기도 했다. 시민들도 편지 봉투 주소란의 도시 이름 뒤에 꼭 ‘직할시’라는 명칭을 붙여 다른 도시와 다름을 부각했다. 하지만 1995년 지방자치제가 본격적으로 실시되면서 ‘직할’이라는 용어가 사라졌다. 광역시라는 명칭으로 대체됐다. 이후 행정구역은 광역시에 울산이 추가되고, 세종 특별자치시가 신설되는 등 변화를 겪었다.제주에는 특별자치도라는 특별한 지위를 부여했다. 13일 ‘특례시’라는 새로운 명칭의 대도시가 탄생했다. 인구 100만..

칼럼읽다 2022.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