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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봄' : 44년 만에 들이닥친 전두환 쿠데타군

'서울의 봄' : 44년 만에 들이닥친 전두환 쿠데타군 오동진 영화평론가 mindle@mindlenews.com 영화감독 김성수가 역(逆)쿠데타에 성공했다. 그는 자신의 신작 '서울의 봄'으로 이제서야 전두환의 반란군을 진압해 냈다. 실로 44년만의 일이다. 김성수는 당시 반란의 수괴 조직인 하나회의 실체를 낱낱이 들춰내고 그동안 우리 사회와 정치가 해내지 못했던 역사의 심오한 심판을 내렸다. 영화 속 모든 배역은 가명이지만 명백하게 전두환 노태우(이상 육사 11기) 일당의 만행을 폭로해 낸다. 여기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차규헌(육사 8기), 황영시(육사 10기), 박희도 박세직(이상 육사 12기), 최세창(육사 13기), 장세동(육사 16기), 김진영 허삼수 허화평(육사 17기) 등 군 범죄자들의 진상을..

칼럼읽다 2023.12.02

자본주의 교육의 낙인효과

자본주의 교육의 낙인효과 강수돌ㅣ고려대 융합경영학부 명예교수 사례1. ‘축 ○○초등학교 ○회 졸업생 ○○○ ○○고시 합격’, ‘축 ○○○씨 자녀 ○○○ ○○대 합격’, ‘축 ○○학교 ○회 동기 ○○○ 당선’…. 명절 때가 되면 소도시나 시골엔 이런 펼침막이 흔하다. 분야는 달라도 나름 성공하고 출세한 주인공의 가족과 지인이 기뻐한다. 가끔 언론에선 유명인이 된 ○○○의 과거 담임까지 인터뷰하며 ‘스승의 은혜’를 상기시킨다. 그러나 딱 그까지! 고시 합격 ‘이후’ 그가 과연 양심과 정의를 위해 일관된 길을 가는지, ○○대 합격 ‘뒤’ 얼마나 모범적인 인생을 사는지, 당선 ‘다음’ 과연 숭고한 목적을 위해 일하는지는 아무도 묻지 않는다. 사례2. “2011년 ○○ 중학생 자살 사건이 발생해요. 동료 학생의 ..

칼럼읽다 2023.12.02

사공이 많은 우리 교육

사공이 많은 우리 교육 입력 : 2023.05.23 03:00 수정 : 2023.05.23. 03:04 송용진 인하대 수학과 교수 우리나라 교육에는 사교육, 과다 학습, 고교평준화 이슈, 대학입시 등 어려운 문제들이 많다. 그런데 이런 문제들을 악화시키는 근본적인 요인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사공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자신은 교육에 대해 일가견이 있다고 자부하는 아마추어들이 많다. 그들 중 일부는 자신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교육정책에 적극적으로 관여한다. 심지어 교육 관련 한 시민단체는 교육부와 언론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교육에도 전문가들이 있는 법인데 그들은 전문가들이나 교사들의 의견을 무시한다. 오히려 전문가들을 자기들 밥그릇에만 관심 있는 사람들로 치부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칼럼읽다 2023.12.02

변별력과 분별력

변별력과 분별력 강수돌 | 고려대 융합경영학부 명예교수 “킬러 문항 탓에 사교육만 팽창했다”, “공정 경쟁을 위해 사교육 이권 카르텔을 혁파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여당 쪽 발언들이다. “대통령이 대한민국 교육의 최대 리스크다”, “핵심은 ‘성적 줄세우기’와 ‘경쟁 교육’인데, ‘킬러 문항’만 배제하는 건 본질을 회피하는 것”…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야당과 시민사회진영 쪽 발언들이다. 과연 ‘킬러 문항’은 무엇이고 한국 교육문제의 핵심은 무엇인가? ‘킬러 문항’이란 특히 대학 입시와 관련해 최우수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을 가르는, 매우 까다로운 시험문제란 뜻. 이른바 ‘변별력’ 있는 문제! ‘변별력’과 관련한 나 자신의 경험이 있다. 약 50년 전 중학생 때였다. 중간·기말고사에서 좋..

칼럼읽다 2023.12.02

참을 수 없는 전문가의 가벼움

참을 수 없는 전문가의 가벼움 강수돌 | 고려대 융합경영학부 명예교수 1984년 밀란 쿤데라의 은 삶의 가벼움과 무거움을 다룬다. 옛 소련 체제의 감시와 통제 대신 자유와 평등을 추구했던 1968년 ‘프라하의 봄’이 한 배경을 이룬다. 외과의사인 토마시의 가벼운 사랑과 사진작가 테레자의 묵직한 사랑이 대비된다. 또 영혼이 자유로운 화가 사비나의 가벼운 삶과 자상하고 진지한 학자 프란츠의 묵직한 삶도 대조된다. 2022년 대한민국 현실에서 왜 내겐 ‘참을 수 없는 전문가의 가벼움’이란 말이 떠오를까? 10월 말, 서울 이태원 ‘핼러윈 축제’에 모여든 젊은이 150여명이 어이없는 참사로 희생된 일은 너무나 무겁다. 반면, 시민안전을 책임지는, 판사 출신 주무 장관이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인 ..

칼럼읽다 2023.12.02

휴대폰, 세 번째의 눈

휴대폰, 세 번째의 눈 입력 : 2023.11.30 21:10 수정 : 2023.11.30. 21:11 이갑수 궁리출판 대표 퍽 오래전, 문지방이 닳도록 호프집이나 뻔질나게 드나들며 가슴속의 허기를 취기로 달랠 무렵, 별별 생각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왜 얼굴에서 말하는 곳과 먹는 곳은 하나인가. 자칫 소홀하면 지저분하기 일쑤인 입을 공통으로 사용하는가. 좌우대칭의 균형을 자랑하는 이목구비는 왜 칫솔처럼 한쪽에 몽땅 몰려 있는가. 가령 눈 하나는 외진 골목을 밝히는 가로등처럼 뒤통수에 달려 있다면 효율적이지 않을까. 그러나 깜빡거리는 눈이 늘 보기만 한다면 사람의 머릿속은 어떻게 되겠나. 그것은 매일 불침번을 서는 것이며 한밤중에도 형광등 아래 놓이는 것이며, 종점에서도 곧바로 되돌아 나서야 하는 버스의 ..

칼럼읽다 2023.12.02

사랑은 두려움을 넘어섭니다

사랑은 두려움을 넘어섭니다 입력 : 2023.12.01 20:16 수정 : 2023.12.01. 20:17 오수경 자유기고가 저자 몇주 전, 개신교 주요 교단의 성소수자 차별적 법과 제도를 분석하고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토론회에 참여했다. 발제자들의 발표를 듣는 동안 여기저기서 탄식 소리가 들렸다. 꼼꼼하고, 집요하고, 악랄하게 성소수자를 차별하자는 의견을 ‘뜨거운 사명감’에 도취된 신앙의 언어로 기록한 것을 보고 있노라니, 저들과 내가 믿는 신이 과연 같은가 의심이 되었다. 그 의심은 절망에 가깝다. 내가 믿고 따르는 신앙의 언어가 누군가를 혐오해도 된다는 확신으로 활용될 때 나는 절망한다. 물론 그들은 ‘사랑’이라고 말한다. 사랑해서 성소수자들이 죄에서 돌이키길 원한다고. 나는 그걸 사랑이라 생각하지..

칼럼읽다 2023.12.01

수경재배 농산물에 유기농 인증, 굳이 왜 주려 하는가

수경재배 농산물에 유기농 인증, 굳이 왜 주려 하는가 입력 : 2023.11.30. 23:27 정은정 농촌사회학 연구자 딸기 철에 접어들었다. 모든 농사가 힘들지만 딸기는 열세 달 농사라 할 정도로 고되다. 쪼그린 자세로 하는 작업도 많고 매일 따야 해서 과채류는 농민들 근골격을 틀어놓는 대표작물이다. 버스는 저상이 편하지만 농작업은 고상이 훨씬 편하다. 하여 근래에 수경재배를 기본으로 하는 고설재배가 많아지고 있다. 무나 고구마를 잘라 물통에 담아 놓고 이파리가 얼마나 올라오는지 살펴본 경험이 있을 텐데 이것이 수경재배다. 수경재배는 흙 대신 배지에 작물을 꽂은 뒤 물을 공급해 기르는 ‘무토양농법’이다. 다만 취미용 아닌 다음에야 맹물로만 길러 수확을 얻기란 만무하다. 그래서 비료(양분)를 녹인 ‘양액..

칼럼읽다 2023.12.01

마음의 서열화, 그 보이지 않는 감옥!

마음의 서열화, 그 보이지 않는 감옥! 사회적 차원에서의 서열화 타파 운동이 모두의 존엄성을 인정하는 인간화 과정이라면, 개인적 차원의 성공·출세 운동은 기존 서열 구조 안에서 더 빨리, 더 높이 오르려 하기에 서열화 구조와 심리를 강화한다. 바로 이 과정에서 대다수는 ‘마음의 서열화’에 의해 스스로 지배당한다. 룰루 밀러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에 나오듯, 척도(ruler)가 지배자(ruler)로 돌변한다! 강수돌 | 고려대 융합경영학부 명예교수 해마다 대입 수능은 뜨겁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대학진학률이 45%인데 한국은 여전히 70% 수준! 수능 100일 전부터 부모들은 절과 교회를 찾아 ‘합격 기도’를 올린다. 자녀의 대학 합격이 인생 성공의 척도! ‘엔(n)수생’이 느는..

칼럼읽다 2023.12.01

[말글살이] 상석

[말글살이] 상석 1979년 12월12일 쿠데타에 성공한 전두환(앞줄 왼쪽 다섯째)·노태우(넷째) 등 신군부 주축 세력은 이튿날 보안사에서 승리를 자축하는 기념사진을 찍었다. 제5공화국전사 김진해 |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경희대 교수 신통하게도 같은 모양의 의자이지만 어디가 상석이고 어디가 말석인지 금세 안다. 문이나 통로에서 먼 쪽. 등을 기댈 수 있는 벽 쪽. 긴 직사각형 모양의 회의실에서 윗사람은 짧은 길이의 변 중앙에 놓인 의자에 앉는다. 평지인데도 상석(上席), 윗자리를 귀신같이 안다. 왜 그런가? 우리는 ‘힘’이나 ‘권력’을 ‘위-아래’라는 공간 문제로 이해한다. 힘이 있으면 위를 차지하고 힘이 없으면 아래에 찌그러진다. 이런 감각은 우연히 생긴 게 아니다. 숱하게 벌어지는 상황을 목격하면..

연재칼럼 2023.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