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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스포일러에게 지지 않는다

우린 스포일러에게 지지 않는다 입력 : 2023.12.13 20:25 수정 : 2023.12.13. 20:26 김태권 만화가 “안타까운 일이지만 전두광의 쿠데타는 성공한다.” 화제의 영화 , 나는 감히 스포일러를 던진다. 뭐라고, 독자님은 이미 아셨다고? 스포일러란 이야기 뒷부분을 미리 알려주어 김빠지게 만드는 말이나 글을 말한다. 스포일러를 당하지 않기가 어려운 시대다. 커뮤니티니 사회관계망서비스(SNS)니,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남긴 소감이 가득하다. 스포일러는 작품 감상을 얼마나 망칠까? 라는 책이 나왔다. 원래 미국 책 제목은 였다. 이 책은 영화와 드라마 작법서에 그치지 않고, 도박이며 스포츠며 미술사며 교육과 종교까지 두루 건드린다. 삶은 미스터리 박스, 세상은 알 수 없기 때문에 더욱 매력이..

책이야기 2023.12.16

중독사회, 어떻게 탈출할 것인가

중독사회, 어떻게 탈출할 것인가 입력 : 2023.12.15. 20:17 원익선 교무·원광대 평화연구소 한국사회가 중독으로 병들고 있다. 알코올·도박·마약·인터넷의 4대 중독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최근 청소년과 직장인으로 확산되는 마약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다. 미국의 필라델피아 켄싱턴 거리에서 보는 좀비 같은 현상을 목격할 날이 머지않았다. 강수돌과 홀거 하이데는 공저 에서 그 원인을 근대의 탈자연화와 인간해방에서 찾는다. 자연과의 분리를 통해 외부에 존재하는 신으로부터 인위적인 해방을 이룬 인간은 세계를 통제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인간과 자연, 인간과 인간공동체의 분열과 경쟁이 강화되고, 심층적 분열은 내면의 두려움을 초래해 무의식적으로 방어기제에 기대는 것이 곧 중독이라는 질병이라고 한다. 작년..

칼럼읽다 2023.12.16

‘장소’가 불러온 그들의 귀환, 그리고 깊은 환대

‘장소’가 불러온 그들의 귀환, 그리고 깊은 환대 학교 진입로. 졸업생들이 방문할 때 추억을 떠올리는 곳. 이병곤 제공 [세상읽기] 이병곤 | 제천간디학교 교장 후조 샘, 경수 샘 부부가 이곳 덕산에 돌아왔다. 2002년과 2004년 자녀를 입학시키면서 간디공동체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경수 샘은 시설 관리를, 후조 샘은 학교 식당을 맡아 12년 가까이 학교를 지켰다. 내 의식 속에 두분은 ‘환대’라는 단어로 각인되어 있다. 아무 연고 없이 7년 전 교장이 되어 일하러 온 나를 무조건 환영해주었다. “샘, 따라오이소. 지금부터 샘을 납치하는 거라예.” 부임 뒤 처음 맞이했던 초가을 어느 날, 후조 샘이 나를 운동장으로 불러내 승합차에 태우며 한 말이다. 근처 월악산에 단풍이 아름답게 물들어가는데 교장실에..

칼럼읽다 2023.12.16

요리의 발명

요리의 발명 입력 : 2023.12.14 20:41 수정 : 2023.12.14. 20:42 임두원 국립과천과학관 연구관 요리는 언제 누가 처음 시작했을까요? 요리는 다른 동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인간만의 특징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진화하는 과정에서 어느 순간 요리도 등장했을 것입니다. 요리라는 행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 가지 특징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불의 사용’입니다.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요리에서 불은 필수적이라 할 수 있는데요, 요리를 그토록 맛있게 만드는 맛과 향 그리고 식감 등은 식재료를 가열할 때 일어나는 여러 물리적·화학적 변화들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요리의 등장은 아마도 불의 사용과 함께였을 것입니다. 불은 이미 태초부터 이 지구 상에 존재했습니다. 가끔씩 내리치는 ..

칼럼읽다 2023.12.15

‘서울의 봄’ 공감과 유감

‘서울의 봄’ 공감과 유감 이 영화에 대해 지금 젊은 세대의 열띤 호응이 있다면 그것은 몰상식이 상식을 무너뜨리는 어처구니없는 사태에 대한 자연스러운 분노와 과거에 그런 일이 있었음을 알게 된 데에 따른 인식상의 충격에서 비롯된 것 이상은 아닐 것이다. 이들의 이른바 분노 인증 릴레이도 젊은 세대 특유의 일종의 놀이문화 맥락에서 이해될 수준이지 지나친 과잉 해석은 우세스러운 일이다. 김명인 | 인하대 국어교육과 교수·문학평론가 동네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서울의 봄’을 관람했다. 절정으로 치닫는 긴장을 주밀하게 축조해가는 감독의 연출력과 연기자들의 호연이 빚어내는 압도적인 몰입감으로 1979년 12월12일 일어난 전두환을 정점으로 하는 신군부의 권력 탈취 사건의 전말을 그려내는 데 성공한 수작이라는 데에..

칼럼읽다 2023.12.15

임꺽정이 맺어준 괴산의 인연

임꺽정이 맺어준 괴산의 인연 백창화 | 괴산 숲속작은책방 대표 시골에 책방을 열고 10년, 다녀간 모든 이들이 물었다. 왜 괴산이었느냐고. 부부가 모두 서울 태생인 데다 괴산에 아무 연고도 없으니 우리조차 왜 하필 괴산이었는지, 우리 삶을 이끌고 온 인연을 한번씩 생각해 보곤 한다. 2006년의 일이다. 아직 귀촌을 생각하지 않았을 때인데 충북 괴산에서 열리는 ‘홍명희 문학제’에 초청을 받았다. 가을이 무르익는 11월의 첫주, 단풍 나들이 삼아 초등학생이던 아들까지 함께 온 가족이 길을 나섰다. 그해 초청 연사로 함께한 김훈 작가도 괴산이 처음이라고 했다. 작가는 괴산이 신문방송에 자주 언급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좋은 동네인 것 같다고 했다. 지명을 들었을 때 딱히 뭐라 떠오르지 않는 평범함과 무난함에 ..

책이야기 2023.12.15

‘서울의 봄’ 단체관람 막겠다고 학교 들이닥친 ‘막장 극우’

‘서울의 봄’ 단체관람 막겠다고 학교 들이닥친 ‘막장 극우’ 입력 : 2023.12.13 19:06 수정 : 2023.12.13. 20:07 보수 단체와 극우 성향 유튜브 채널 관계자 10여명이 13일 서울 마포구의 한 중학교 정문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 학교 학생들이 12·12 군사반란을 다룬 영화 을 단체관람하는 것에 항의하는 집회를 연 것이다. 이들은 14일에는 송파구의 중학교도 찾아간다고 했다. 앞서 이 영화 단체관람을 계획한 학교들을 비난·공격하는 글을 올려 취소를 종용하더니, 급기야는 학교 현장에 들이닥쳐 항의하기에 이른 것이다. 학교에서 의견수렴을 거쳐 적법하게 진행되는 교육 과정에 외부인들이 민원을 빌미로 위력적으로 개입하려는, 도 넘은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이들은 을 좌편향·역사 왜..

기사읽다 2023.12.15

[말글살이] 어떤 반성문

[말글살이] 어떤 반성문 게티이미지뱅크 김진해 |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경희대 교수 사는 게 후회의 연속이다. 말을 해서 후회, 말을 안 해서 후회, 말을 잘못해서 후회. 집에서는 말이 없어 문제, 밖에서는 말이 많아 문제. 나는 천성이 얄팍하여 친한 사람과는 허튼소리나 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가 탈이 난다. 며칠 전에도 후배에게 도 넘는 말장난을 치다가 탈이 났다. 아차 싶어 사과했지만, 헤어질 때까지 굳은 얼굴을 풀지 않았다. 상대방을 살피지 않고, 땅콩 까먹듯이 장난질을 계속하니 사달이 나지. 올해 가장 후회되는 말실수. 지난여름, 어느 교육청 초대로 글쓰기 연수를 했다. 한 교사가 ‘약한 사람들이 할 일은 기억, 연대, 말하기’라고 말한 이유를 물었다. 거기다 대고 나는 ‘뻘소리’를 했다...

연재칼럼 2023.12.15

늙어가는 대한민국

늙어가는 대한민국 입력 : 2023.11.29. 20:22 이정철 경북대 영남문화연구원 전임연구원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현재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 연령은 44세이고, 대한민국 사람들을 나이 순서로 세워 정중앙에 있는 사람의 연령을 의미하는 중위 연령은 이보다 한 살 많은 45세이다. 그런데 2002년 한국인의 중위 연령은 31.8세였다. 20년 동안 우리나라 사람들의 중위 연령이 13년 정도 높아진 것이다. 아마도 출산율은 낮아지고 평균수명은 증가했기 때문일 것이다. 국가 전체 수준에서 나타난 변화라는 면에서 대단히 급격하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서 대체로 주변의 환경변화를 수용하는 정도가 떨어진다. 사람들은 10대, 20대에 얻은 경험, 가치관, 문화 속에서 이후 생애를 살아간다. 30세 이후에 ..

칼럼읽다 2023.12.14

사투리는 서럽다

사투리는 서럽다 권영란 | 진주 ‘지역쓰담’ 대표 경남 창원 엔씨파크에서 열린 엔씨다이노스와 기아타이거즈 경기였다. “쌔리라 박건우 쌔리라 쌔려 박건우!” “오오오 엔씨다이노스 오영수 쌔리라 안타!” 관중들의 응원 중 ‘쌔리라 쌔려’가 귀에 꽂혔다. 때리라 때려 뜻이다. 원래는 ‘날려라’이다. 경기가 7회 말로 접어들 때였나. 기아타이거즈 투수가 연거푸 1루로 견제구를 던지자 관중석에서 “쫌! 쫌!” 짧은 구호가 터졌다. 사전에는 쫌을 조금의 경상도 말이라 하지만 이렇게만 안다면 밍밍하다. 이때 쫌은 야유 대신 ‘그만해라 그만’이다. 대체로 지역 토박이말인 사투리는 앞뒤 상황에 맞춰 억양과 느낌과 의미가 다르게 사용된다. 엔씨다이노스 타자가 계속 파울볼을 치자 또 관중석에서 “쫌! 쫌!”을 외친다. 이때..

칼럼읽다 2023.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