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 80

빚진 감상

빚진 감상 입력 : 2023.09.22 20:05 수정 : 2023.09.22. 20:06 오정은 미술비평가 빈센트 반 고흐, 별이 빛나는 밤(The Starry Night), 캔버스에 유화, 73.7×92.1㎝, 1889. 뉴욕현대미술관 소장 인류 역사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림을 꼽으라면 무엇이 거론될까. 축약된 몇개의 후보에 필시, 빈센트 반 고흐의 명화가 들어갈 만하다. 고흐는 전 세계 대중의 사랑을 받으며 지금도 끊임없이 회자되는 화가다. 그러나 알려진 대로, 그는 비운의 운명으로 생을 마감했다. 고흐가 살았던 당대는, 혈육 테오를 제외한 아무도 그의 작품을 알아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테오만이 고흐를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지원한 후원자요, 새로운 사조의 인물을 알아본 선구자였다. 고독한 예술가의 ..

칼럼읽다 2023.12.09

보이지 않는 곳 선한 사람들 덕에 사회가 굴러갑니다

보이지 않는 곳 선한 사람들 덕에 사회가 굴러갑니다 아름다운 광경을 보니 든 생각... 향기 나는 세상을 만드는 사람들 23.11.20 16:10l최종 업데이트 23.11.20 16:16l 김병모(mo6503) 일찌감치 저녁을 먹고 대전 천변 올레길로 나선다. 비가 온 뒤 끝이라 땅거미가 진 어둑어둑한 밤사이로 골바람이 제법 차다. 아직 가시지 않은 구름에 달빛은 흐리고 가로등 빛에 젖은 풀잎들이 바람에 파르르 떨고 있다. 천변으로 흐르는 물결에 단풍잎들이 조각배가 되어 홀로 걷는 필자를 반긴다. 구름 사이로 간간이 보이는 개밥바라기 별(금성) 앞세우고 천변길을 걸을수록 늦가을의 향기가 짙어진다. 한참을 걷고 있는데 저 멀리 불빛 하나가 반짝거린다. 궁금하기도 하고 발걸음이 빨라진다. 혹시 그 사람이 아..

칼럼읽다 2023.12.09

'서울의 봄' 100만 돌파…시민들 "지옥은 있어야“

'서울의 봄' 100만 돌파…시민들 "지옥은 있어야“ 이승호 에디터 ilove-mindle@mindlenews.com 영화 ‘서울의 봄’이 개봉 나흘만인 25일 관객수 100만을 돌파했다. 투자배급사 집계에 따르면 ‘서울의 봄’은 이날 오후 1시 35분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누적 관객수 100만 918명을 기록했다. 이 추세라면 1000만 영화의 반열에 오를 날도 머지 않아 보인다. ‘서울의 봄’은 12·12 군사반란을 소재로 한 영화다. 전두환 신군부의 권력 찬탈이 어떻게 시작됐는지 생생하고 끔찍하게 보여준다. 이런 가운데 각계 인사들이 페이스북 등 온라인에 앞다퉈 감상평을 올리며 시민들의 관람을 독려하고 있다. 관람 인증샷을 올리는 시민들도 부지기수다. 조국 “인물과 논리 바꾸어 ‘대한민국’..

칼럼읽다 2023.12.08

균근과 선물

균근과 선물 입력 : 2023.12.06 20:51 수정 : 2023.12.06. 20:52 노승영 번역가 올봄 꽃시장에서 라일락 모종을 샀다. 봉오리가 많이 달려서 얼마 뒤 연보랏빛 꽃이 활짝 피면 작업실 마당이 향기로 가득할 것 같았다. 딸기의 기는줄기와 잡초를 싹 뽑아 말끔한 맨땅을 만든 다음 라일락 뿌리를 감싼 흙 알갱이 하나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조심 심었다. 2~3일마다 물을 듬뿍 주고 김도 매주었다. 그런데 차츰 잎이 초록색에서 갈색으로 변하고 잎말이벌레가 든 것처럼 오그라들었다. 원효대사의 지팡이처럼 다시 살아나길 간절히 바랐건만 이내 앙상한 가지만 남았다. 결국 체념하고 줄기를 잡아당겼는데 마치 흙에 박은 못처럼 쑥 딸려 올라왔다. 잡목은 한 뼘만큼만 자라도 뿌리가 뚝 끊어질지언정 고분고분..

칼럼읽다 2023.12.08

미움의 에너지로 굴러가는 공동체

미움의 에너지로 굴러가는 공동체 이경자│소설가 택시 기사님이 입에 담을 수 없는 말들로 대통령을 욕했다. 2~3년 전 일이다. 마치 봇물이 터진 듯했다. 그분의 말을 다 기억하지는 못하는데, 대강 정치를 잘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중에 서민 집값과 실업률과 무언가 문란해진 듯한 사회 현실에 대해 특히 화를 많이 냈던 것 같다. 이럴 때, 그러니까 단 두 사람뿐인 좁은 공간에서, 그것도 도로를 달리는 차 안에서 나는 당신과 생각이 다르다며 서로 다른 생각 중의 이것저것을 꺼내 들고 옳다 그르다 다투는 건 짐짓 어리석어서 거의 듣기만 했다. 하지만 승객에 대한 일종의 가해행위인 건 분명했다. 그래서 참고 참다가 차분하게 말했다. 차분함은 할머니 나이가 내게 준 선물. 더군다나 아직 목적지에 닿으려면 시간이 필..

칼럼읽다 2023.12.08

[말글살이] 가짜와 인공

[말글살이] 가짜와 인공 게티이미지뱅크 김진해 |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경희대 교수 사는 게 가짜 같을 때가 있다. ‘가짜’는 ‘진짜가 아닌 것’이다. 맞다. 하지만 어떤 게 진짜가 아니어야 가짜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진짜 총’의 자격은? 총의 모양을 띠고 손잡이와 방아쇠가 있고 쇠로 만들었으며 총알이 날아가 사람을 죽이는 데 쓴다. 그렇다면 ‘가짜 총’은 모양은 같더라도 사람을 죽이는 기능이 없거나 플라스틱으로 만든 것이리라. 하지만 인간의 상상력은 무한대. 모양이 달라도 ‘가짜 총’이 될 수 있다. 강도가 ‘지갑을 내놓지 않으면 쏴 버릴 거야’라고 하면서 뒤통수에 총 대신 볼펜을 들이댄다면, 지갑을 꺼내지 않을 재간이 없다. 볼펜이 총. 주먹을 쥔 채로 엄지와 검지를 곧게 뻗어 ㄴ자를 만..

연재칼럼 2023.12.08

예술이 된 서커스

예술이 된 서커스 서커스 하면 왠지 막연한 향수가 느껴진다. 어린 시절 실제로 보지 못했어도 티브이(TV)나 영화, 하다못해 전자오락실 게임으로라도 접해봤을 것이다. 외줄과 공중그네 타는 곡예사, 우스꽝스러운 어릿광대, 사람 말을 척척 알아듣는 듯한 코끼리 등이 떠오른다. 서커스는 원형(circle)을 뜻하는 라틴어 키르쿠스(circus)에서 유래했다. 고대 로마인들은 키르쿠스라 부른 타원형경기장에서 전차 경주, 검투사와 야수의 혈투 등을 즐겼다. 로마인들에게 제공된 ‘빵과 서커스’는 위정자가 시민들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우민화 정책을 상징하는 말이 됐다. 우리에게 낯익은 근대 서커스는 18세기 영국에서 필립 애스틀리가 시작했다. 사람이 말 타고 묘기 부리는 마장마술 중심이었다. 이후 다양한 곡..

칼럼읽다 2023.12.03

나무 심기가 위장환경주의인 이유

나무 심기가 위장환경주의인 이유 2021년 1월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1조 나무(Trillion Trees) 캠페인’은 미국과 아마존, 인도 등지의 숲을 보전하고 재조림해 탄소를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유엔이 지원을 약속했고 기후위기를 부정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후원도 받았다. 미국 하원은 ‘1조 나무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린피스는 “기후행동을 빙자한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이라고 비난했다. 캠페인이 시작된 건 토머스 크라우더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 교수(생태학과)가 2019년 학술지 ‘사이언스’에 게제한 논문 때문이었다. 논문에서 그는 숲의 탄소 저장력이 2050억톤에 이른다며 생태계 복원이 기후위기를 완화할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주장했다. 산업화 이후 인류가 배출한 ..

칼럼읽다 2023.12.03

내가 블로그를 하는 이유? 글을 올리는 요즘 이유 또는 방식

내가 블로그를 하는 이유 누군가 물어보았습니다. 블로그를 왜 하냐고? 다들 알다시피 글쓰기를 위한 동력을 위해서, 아니면 그냥 내가 읽은 좋은 글을 함께 공유하고 싶어서 등입니다. 하나 추가하면 내가 읽은 좋은 글을 정리하기 위해서, 기억하기 위해서라고. 하다보니 이유가 생기기도 하지만, 시작은 글쓰기를 위한 동력을 위해서다. 소설습작을 시작할 때였다. 짧지만 한 단락씩 올리기도 했다. 다시 읽어보니 부끄러웠다. 습작이 그렇지 뭐. 그러다 내가 산 책이야기, 내가 읽은 세계 고전을 정리해서 올렸다. 이때가 처음이었다. 지금은 시즌 3. 어쩌면 글을 올리기 위해 열심히 글을 쓴 것 같다. 의무감으로. 일정 부분 읽고 정리하고, 올리고 다시 보고. 그러다 할 일이 늘어나면서 띄엄 띄엄 올렸다. 그렇게 올릴 ..

하루하루 2023.12.03

괴산 시골잡지 ‘툭’ 아시나요

괴산 시골잡지 ‘툭’ 아시나요 백창화 | 괴산 숲속작은책방 대표 9월1일부터 3일까지 경기도 고양시에서 열린 ‘대한민국 독서대전’에 부스를 하나 제공받아 책 판매자로 참여했다. 기온이 한없이 치솟은 불볕더위 속, 그늘 한 점 없는 광장에서 판매해야 할 책들을 늘어놓는 일만으로도 온몸은 땀에 범벅이 되었다. 얼굴은 벌겋게 타올랐고 일사병 걸린 사람처럼 속이 울렁거리고 어지러웠지만 사흘 동안 꼬박 광장을 지켰다. 괴산에서 일산까지 가서 독서대전에 참여한 이유는 하나다. 비영리 출판물인 괴산로컬잡지 ‘툭’을 홍보하기 위해서였다. 괴산에 귀촌하여 인생 후반전을 꾸린 이들 가운데 책으로 생업을 삼고 있는 출판쟁이들이 서로의 고단함이나 토로해볼까 해서 모인 게 3년 전이다. 한결같이 도시에선 미처 보이지 않았던 지..

책이야기 2023.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