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부고를 쓰기 위하여 김은형 | 문화부 선임기자 웨스 앤더슨의 기이한 가족영화 ‘로얄 테넌바움’(2001) 마지막 장면에서 심장발작으로 세상을 떠난 로얄 테넌바움의 묘비는 이렇게 새겨졌다. ‘침몰 직전의 전함에서 가족을 구출하려다 비극적으로 전사하다, 로얄 테넌바움(1932~2001)’. 시대로 보나 그의 성정으로 보나 도무지 말이 안되는 문구다. 콩가루 가족이 ‘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준다’는 말대로 그의 유언을 쿨하게 들어준 것이다. 새빨간 거짓말이지만 그의 허영심과 가족을 꾸리는 일에 대한 생전의 실패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적절한 부고 한 줄이기도 하다. 월스트리트저널 부고 담당기자가 쓴 ‘그렇게 인생은 이야기가 된다’는 자신의 부고를 직접 써보라고 한다. 물론 로얄 테넌바움처럼 진솔한 거짓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