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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언어 통제의 해’

아듀, ‘언어 통제의 해’ 로버트 파우저 | 언어학자 지난 2023년은 ‘언어 통제의 해’였던 듯하다. 언어 사용과 교육을 둘러싼 논쟁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몇가지 예를 들어보자. 우선, 언어 ‘사용’에 대한 논쟁이다. 일상생활에서 실제로 사용하는 말과 글은 사회적 영향을 많이 받긴 하지만 개인의 성격을 무엇보다 많이 드러낸다. 그 사용의 방식도 매우 다양하다. 이를 둘러싼 논쟁이 낯선 건 아니지만, 지난해에는 젠더부터 전쟁까지 수많은 사회적 현상을 둘러싼 언어 사용 논쟁이 벌어졌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 직후 미국 대학에서는 양쪽을 지지하는 시위가 산발적으로 벌어졌다. 시위 구호를 놓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핵심은 ‘학살’이었다. 상대방을 공격하고 자신들의 입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서로를 향해 학살..

칼럼읽다 2024.01.08

도파민 디톡스

도파민 디톡스 수정 2024-01-03 02:30 등록 2024-01-02 19:20 나쁜 습관을 비유적으로 중독이라고 표현하지만 사실 중독의 경계선은 애매해 최근에는 중독 스펙트럼이라는 용어를 쓰기도 한다. 중독 스펙트럼의 한쪽 끝인 마약은 도파민 수치를 크게 올려 뇌의 보상회로를 크게 왜곡한다. 예를 들어 코카인(cocaine)은 도파민(dopamine)의 재흡수를 막아 수치를 정상 반응(왼쪽) 대비 350%나 올린다(오른쪽). 반면 현대인 다수가 겪고 있는 소위 디지털 중독은 50~100% 높은 수준이라 새해 결심으로 벗어날 수도 있다. 랜싯 제공 강석기 | 과학칼럼니스트 2024년 새해가 밝았다. 이 글이 실리는 1월3일은 새해 결심을 실천하는 사람들에게 고비가 되는 날이다.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

칼럼읽다 2024.01.08

반복과 차이

반복과 차이 입력 : 2023.12.24. 20:03 류동민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어느 예능프로그램에서 본 에피소드이다. 유명한 개그맨이 그 옛날에는 그녀 자신보다 훨씬 더 유명했던 이른바 국민가수급 원로의 모창을 했는데 막상 젊은 청중들은 그 가수가 누군지 몰라 일단 검색부터 한 다음, 검색화면과 모창을 비교한 다음에야 비로소 똑같다며 웃더라는 것이다. 사실 늘 젊은 학생들과 강의실에서 만나는 직업 특성상 비슷한 경험을 적지 않게 하곤 한다. 이를테면 한국경제론을 강의하며 당연히 알 거라 전제했던 재벌기업 창업주의 이름을 막상 학생들은 전혀 알지 못한다는 것, 그들이 아는 해당 재벌의 회장은 내가 말하는 분의 아들, 심지어는 손자라는 등의 경험이다. 그러하므로 산업화나 민주화의 경험과 교훈을 자랑스럽게..

칼럼읽다 2024.01.08

마누라, 여사, 당선자…호칭의 어원학

마누라, 여사, 당선자…호칭의 어원학 입력 : 2022.06.14 03:00 수정 : 2022.06.14. 07:07 이봉수 한국미디어리터러시스쿨 원장 2월11일 TBS 에서 김윤 국민의당 서울시당위원장은 이재명 대통령 후보의 부인을 ‘도지사 마누라’로 불렀다가 김어준 진행자한테서 “표현을 바꾸라”는 핀잔을 받았다. 그러자 김윤은 ‘도지사의 처’로 바꿔 말했다. 순우리말이 어느새 비속어 신세로 전락한 것이다. ‘처’(妻)라는 한자말은 갑골문자에서 여자의 머리칼을 만지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고대 중국이 부권사회로 전환된 뒤 여성의 정조가 강조되는데 ‘처’는 ‘머리칼을 만져도 되는 여자’라는 뜻이니 좋은 말은 아니다. 이에 견주어 ‘마누라’는 아내를 허물없이 부르는 말이 됐지만, 원래는 극존칭이었다. ‘..

칼럼읽다 2024.01.08

스스로 새로워지지 않는다면

스스로 새로워지지 않는다면 입력 : 2023.12.31. 19:38 황규관 시인 ‘새로움’은 여전히 문학에서 금과옥조처럼 여겨진다. 몰라서 그렇지 문학에서만 그러지는 않을 것이다. 다른 예술 장르에서도 새롭지 않으면, 즉 기존의 것을 단순 되풀이하면 작품이 주는 감동은 현저히 떨어진다. 때에 따라서는 우리 인식과 정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이든, 그게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새로운 것이든 낡은 것이든, 현실 조건 또는 역사라는 불빛에 비춰봐야 한다. 지금은 좋아 보이지만 실상은 위조지폐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누군가 작정하고 위조한 게 아닌데도 시간을 지나오면서 진품의 자격에 미달하는 사태가 벌어진다는 것이다. 이럴 때 적잖은 사람들은 진품이었던 과거를 역설하거..

책이야기 2024.01.08

벽 너머로 낯선 소리가 들려올 때

벽 너머로 낯선 소리가 들려올 때 입력 : 2024.01.02. 20:13 하미나 저자 연말연초가 되면 늘 떠오르는 이야기가 있다. 프랑스 작가 로맹 가리의 책 에 수록된 엽편소설 ‘벽 - 짤막한 크리스마스 이야기’이다. 소설은 작가인 ‘나’가 의사인 친구에게 가볍게 하소연하며 시작한다. 그럴싸한 교훈적인 이야기를 써서 신문사의 편집장에게 주기로 했는데 크리스마스가 다가와도 어떤 영감도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치 벽에 부딪힌 것 같다니까!” ‘나’는 탄식한다. 그러자 의사인 친구가 말한다. “벽이라고? 그렇다면 자넨 이미 멋진 주제를 찾아낸 것 같구먼.” 친구는 어느 해 12월31일 빈민가에서 벌어진 일을 이야기해준다.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사랑과 따뜻함이 필요한 연말이었다. 그만큼 홀로인 사람..

칼럼읽다 2024.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