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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조건, 국민의 조건

인간의 조건, 국민의 조건 입력 : 2023.12.26. 20:10 정희진 월간 오디오매거진 편집장 이 글은 사회학자 오찬호의 글 “여자도 군대 갔다면, 달라졌을까”(경향신문, 2023년 12월18일자)에 대한 부연이다. 나는 그의 글을 금태섭 전 의원과 류호정 의원의 신당 추진 과정에서 나온 “여성 징병제 vs 남성 돌봄제(?)”에 대한 문제 제기로 읽었다. 정책 영역뿐 아니라 “국가를 위해 남성은 군대에 가고 여성은 출산한다”는 통념은 막강하다. 일상에서도 마치 자연의 이치인 양 회자되고, 징병제 문제가 나올 때마다 되풀이되는 이야기다. 물론 이는 어불성설이다. 실현되어야 할 바람직한 일도 아니다. 일단, 돌봄과 병역은 어느 성별이 수행하는가를 떠나, 자명한 인간사가 아니다. 두 가지 모두 인간이 만..

연재칼럼 2024.01.07

견리망의, 견리사의

견리망의, 견리사의 입력 : 2023.12.31. 19:43 박한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 연말이면 강원도 동해안에 위치한 고향집에 내려와서 새해를 맞이하는 것이 나의 매해 일과이다. 지금이야 기차를 타고 올 수 있지만 고속철도가 놓이기 전인 2017년 12월 전까지만 해도 집에 가는 방법은 고속버스뿐이었다. 그러던 중 2017년 한 사건의 변호를 맡게 되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동서울터미널에서 장애인의 시외이동권 보장과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 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한 후 버스 탑승을 시도한 것에 대해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었다. 해당 사건을 맡게 되면서 처음으로 서울에서 강릉으로 가는 기차편을 찾아보았다. 결과는 예상을 넘었다. 고속버스로는 2시간 30..

칼럼읽다 2024.01.07

겨울날, 봄 한 잔

겨울날, 봄 한 잔 입력 : 2023.12.26 20:16 수정 : 2023.12.26. 22:47 송혁기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선조 때 문인 최립은 중국 사행길에 오르는 이민각을 전송하는 시를 이렇게 맺었다. “듣자니 떠나며 늙음을 한탄했다던데, 강 건널 때 흔쾌히 황금을 던지시려나?” 당나라 시인 이백의 시를 가져와 멋을 부린 구절이다. “술 실은 배마다 연이어 좋은 술 사는 일 아까워 마시게. 천금을 한번 던지면 꽃다운 청춘을 살 수 있으니.” 젊은 날로 돌아가는 유일한 길은 술에 흠뻑 취하는 것뿐. 늙음을 한탄할 게 아니라 술값이나 호방하게 쓰라는 뜻으로 건네는 농담이다. 술이 잠시나마 인생의 봄날 같은 청춘을 회복시켜 주는 힘을 지녀서일까, 술은 예로부터 봄으로 불려 왔다. “춘주(春酒)를 빚어..

칼럼읽다 2024.01.07

이 세상을 공유하지 않겠다는 마음

이 세상을 공유하지 않겠다는 마음 입력 : 2024.01.07. 20:12 김만권 경희대 학술연구교수·정치철학자 2024년 새해 첫 주요 정치뉴스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현장에서 체포된 피의자는 “이재명 대표를 죽이려 했다”고 진술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그 원인은 여러 측면에서 분석할 수 있겠지만, 이런 정치인 피습은 대체로 정치적 적대 속에 혐오와 분열이 심해질 때 일어난다. 2016년 6월16일, 찬반으로 팽팽하게 맞서던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일주일 남겨둔 시점에 영국 국민은 충격적인 소식에 머리를 감싸 쥐었다. 유럽연합 탈퇴에 반대하던 노동당의 조 콕스 하원의원이 잔혹하게 암살당했기 때문이다. 브렉시트에 찬성하던 50대 남성이 콕스 의원을 총으로 쏘..

칼럼읽다 2024.01.07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사회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사회 입력 : 2023.08.06 20:40 수정 : 2023.08.06. 20:41 조광희 변호사 중국의 마오쩌둥에 대해 “공(功)이 7이고, 과(過)가 3”이란 말이 있다. 후대의 평가든, 마오 자신이 그 정도 평가면 만족한다는 말이든, 그런 실용적 관점은 중요하다. 선과 악의 스펙트럼에서 한 극단에는 천사가, 반대편 극단에는 악마가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중간 어디쯤 있다. 그러나 우리는 누군가를 영웅이나 천사로 또는 역적이나 악마로 보려는 경향을 피하지 못한다. 이 사회는 증명에 소홀하다. 누가 어쨌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반대의 목소리나 다른 가능성을 따져 볼 여유 없이 공격성을 드러낸다. 멀쩡하게 살아가던 유명인이나 평범한 사람이 한순간에 죽일 놈이 된다. 그런 성향은 어..

칼럼읽다 2024.01.07

먼저 자신을, 그다음 세상을 사랑하라

먼저 자신을, 그다음 세상을 사랑하라 입력 : 2024.01.05 07:00 수정 : 2024.01.05. 07:01 이영경 기자 세상을 받아들이는 방식 메리 올리버 지음 | 민승남 옮김 마음산책|232쪽|1만6000원 자연의 경이감과 생의 기쁨을 영혼을 울리는 시어로 노래해 온 메리 올리버(1935~2019)의 시집 이 출간됐다. 전미도서상과 퓰리처상을 수상한 올리버가 일흔 중반에 접어들어 쓴 시들이다. 자연과 깊이 교감하며 느끼는 경이를 변함없이 노래하면서도 생의 끝자락에서 느끼는 삶의 유한성을 담담하고도 명징하게 전한다. “가끔 나는/ 어디서든/ 그저 서 있기만 해도/ 축복받지.”(‘이른 아침’) 이런 지극한 행복의 감각은 어디서 오는 걸까. 올리버는 스물아홉에 첫 시집을 낸 후 미국 매사추세츠 프..

책이야기 2024.01.07

신춘문예의 마음

신춘문예의 마음 입력 : 2024.01.03 17:16 수정 : 2024.01.04. 19:03 백승찬 기자 신춘문예 공고가 나가는 매년 11월 초부터 문화부에는 여러 문의 전화가 걸려온다. 11월엔 주로 “단편소설 분량이 ‘원고지 70장 안팎’이라 하던데, 75장도 되느냐”와 같이 응모 요령에 대한 문의가 많다면, 마감이 끝난 12월엔 심사 일정과 당선자 통보에 대한 문의가 많다. 심사 기간을 꼬치꼬치 캐묻기에 이유를 물었더니, “연말에 약속이 많아 시간이 부족한데 당선될 경우를 대비해 소감 작성과 인터뷰 시간을 미리 빼려 한다”는 답이 돌아오기도 했다. “당선자에게 이미 통보가 갔다”는 답변에 전화 너머로 크게 들릴 정도로 한숨을 내쉬는 분도 있었다. 올해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시 부문에는 각 60..

책이야기 2024.01.07

침 뱉어서 만든 술, 지금은 전 세계인들이 열광

프리미엄 윤한샘의 맥주실록 ㅣ 53화 침 뱉어서 만든 술, 지금은 전 세계인들이 열광 [윤한샘의 맥주실록] 맥주 정체성의 뿌리를 찾아서... 술은 효모의 처절한 생존 결과물 맥주는 다양한 재료들이 복잡한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 술입니다. 그러나 그 정체성은 수천년 동안 변하지 않고 문화를 타고 이어오고 있습니다. 수천 가지 맥주도 하나의 뿌리를 갖고 있는 것입니다. 앞으로 4회에 걸쳐 맥주 재료가 양조사를 만나 맥주로 바뀌는 과정을 풀어보겠습니다. [기자말] 태초의 술은 무엇이었을까? 과일이나 꿀이 발효된 술, 아니 액체 비슷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농익은 과일이 바닥에 떨어져 속살을 드러내면 미생물들은 시큼한 향과 약간의 알코올을 남기며 파티를 벌였다. 아마 근처에 있는 동물이 그 매력적인 잔여물을 경..

칼럼읽다 2024.01.07

시간의 눈을 뜨자 [ESC]

시간의 눈을 뜨자 [ESC] 기자 이정용 수정 2024-01-06 08:47 등록 2024-01-06 06:00 시간은 보이지 않는 공간의 연속이다. 그래서 쉬지 않고 공간을 변화시킨다. 열차가 달리는 궤도처럼 누구도 시간의 틀에서 벗어날 수 없다. 시간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는 눈이 있어야 살아가는 공간이 이해되며,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직시하는 눈이 있어야 미래를 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같은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며 살아가기에 시간과 공간에 대한 책임감도 필요하다. 새롭게 한 해가 시작됐다. 올해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사람들을 선출하는 중대한 해다. 이곳을 사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정확히 대변할 수 있는 적임자를 골라야 한다. 그 어느 때보다 시간을 바라보는 똑바른 눈이 필요한 시기..

칼럼읽다 2024.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