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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의 집필실

어린이의 집필실 입력 : 2023.03.04 03:00 수정 : 2023.03.04. 03:02 김지은 서울예대 문예학부 교수·아동문학평론가 어린이의 시간은 현재형이다. “어렸을 때는 나도 그랬지”라거나 “어린이는 장차 크게 될 거야”라는 말은 소용없다. 지금 안 놀면 놀 수 없다. 현재의 어린이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사회의 속도가 너무 빠르면 어린이는 위험해진다. 지난달 23일 헌법재판소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13에 대해 합헌으로 결정했다. 이 법은 2019년 충남 아산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김민식 어린이의 죽음 이후 마련된 법이다. 이제 어린이는 학교와 어린이집 앞에서만이라도 자신의 속도를 존중받게 되었다. 헌재는 8 대 1 의견으로 겁에 질린..

책이야기 2024.01.13

읽는 미래가 있는 미래다

읽는 미래가 있는 미래다 입력 : 2023.06.24 03:00 수정 : 2023.06.24. 03:01 김지은 서울예대 문예학부 교수·아동문학평론가 서울 혜화동은 나에게 각별한 장소다. 오래전 나는 이 계단을 올라가 붉은 벽돌 건물 2층의 밀다원이라는 카페를 찾아갔다. 공간의 외부와 내부가 흐르듯 연결된 이 건물은 1979년에 고 김수근 선생이 설계한 곳으로 당시 정채봉 선생님이 주간으로 있던 ‘샘터’ 사옥이었다. 나는 동화 쓰는 일에 흥분과 걱정을 동시에 품고 있던 신인작가였다. 당시 밀다원은 나와 비슷한 설렘을 지닌 사람들 몇몇이 모여 책과 동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곳이었다. 건물 아래층엔 샘터파랑새극장이 있어서 어린이극이 공연되곤 했다. 줄지어 계단을 내려가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계단을 타고 오는 ..

책이야기 2024.01.13

상상력은 선택할 수 없다

상상력은 선택할 수 없다 입력 : 2023.08.18. 20:48 김지은 서울예대 문예학부 교수 아동문학평론가 한때 이런 직업을 가져볼까 생각한 적이 있다. ‘기억 발견사’라고 부를 수 있는 업무로 어린 시절 읽었던 책의 제목을 찾아주는 일을 하는 것이다. 가끔 내게 “이 이야기가 어떤 동화인지 알아요?”라고 잊어버린 추억의 책 제목을 물어보는 분들이 있다. “어떤 아이가 천둥치는 날 가게에서 케이크를 훔치는데” 하며 기억 속 한 장면을 풀어놓는 식이다. “그 케이크 초록색이죠?”라고 대꾸하면 “맞아요! 제가 그 책 정말 좋아했어요”라며 얼굴이 환해진다. 내가 제목까지 맞히면 상대방은 그리움 가득한 눈빛이 된다. 어린 시절의 ‘책’이란 어떤 의미일까. 성장은 기억을 덮어쓰는 과정이라서 아무리 즐거웠더라도..

책이야기 2024.01.13

이제 다신 못 보낼 ‘전보’…마지막 한 통 보내볼까 [말글살이]

이제 다신 못 보낼 ‘전보’…마지막 한 통 보내볼까 [말글살이] 수정 2024-01-12 15:06 등록 2024-01-11 14:30 138년 동안 유지되던 전보 서비스는 지난 12월15일 공식 종료되었지만, 설 연휴가 포함된 오는 2월까지 한시적으로 연장한다. 연합뉴스 김진해 |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경희대 교수 지난달 서울 사는 준하는 할머니께 전보를 치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번 생신 때 찾아뵙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대신 이렇게 전보로 마음을 남깁니다. 할머니께 편지를 쓰는 건 처음인 것 같습니다. 할머니께 업혀 놀던 기억이 아직까지 새록새록 합니다. 저는 할머니의 인생 중 2할도 못 채울 만큼 어리지만 지금까지 얼마나 힘드셨을까요? (중략) 생신 축하드립니다. 너무 늦게 연락드려 죄송해요.”..

연재칼럼 2024.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