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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음과 바름

발음과 바름 입력 : 2024.01.10 20:00 수정 : 2024.01.10. 20:03 임의진 시인 자고로 현지인과는 발음이 ‘바름’이어야 말이 통한다. 영어가 짧으니 바르지 못한 발음으로 의사소통에 문제가 발생하게 돼. 한 꼬마가 유치원에서 원어 선생님에게 영어를 배웠는데, 마침 할머니가 집에 오셨대. “할무니, 나 토매이러~” 할머니는 놀라서 손주를 화장실로 급히 안고 갔대. 토마토가 먹고 싶단 소리였는데 토하겠다는 줄 알아들은 거. 누가 피식하면 격노하며 쓰는 말 ‘카르텔’도 뭔 말인지 도통 알아먹질 못하겠다. 여름 내내 앵앵거리던 파리, 파리떼가 시꺼멓게 엉겨 붙은 똥. 나아가 뭐 묻은 자신을 먼저 성찰할 때 써야 할 단어렷다. 그러고 보면 파리도 지역에 따라 발음을 잘해야 알아듣게 된다. ..

칼럼읽다 2024.01.10

원작가 ‘한강’ 개입, 한국문학 번역과 세계화에 도움이 될까

원작가 ‘한강’ 개입, 한국문학 번역과 세계화에 도움이 될까 입력 : 2024.01.09. 19:58 윤선경 한국외국어대 영어통번역학부 교수 얼마 전 한강의 의 불어 번역이 메디치 외국어 상을 받았다는 기쁜 소식이 있었다. 2016년 가 영어로 번역돼 한국소설로는 처음으로 국제적 명성의 문학상을 받았고, 그 이후 많은 작가와 번역가의 노력으로 한국문학의 위상은 국제무대에서 높아졌다. 학자들은 이러한 현상에 발맞춰 한국문학 번역에 대한 다양한 비평을 세상에 내놓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는 지난해 8월 영어번역 비평 글을 출판하는 마무리 단계에서 한강이 본문인용 허락에 회의적이라는 뜻밖의 소식을 편집자에게서 전해 들었다. 작가가 나의 텍스트 해석이 자신의 의도와 다르고 나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

책이야기 2024.01.10

자율의 요건

자율의 요건 입력 : 2024.01.09 20:03 수정 : 2024.01.09. 20:04 송혁기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한문 문장에서 ‘자율(自律)’은 대개 스스로 세운 기준, 예컨대 ‘청렴’이라든가 ‘올바름’ 등을 엄격하게 지킨다는 용례로 사용된다. 요즘 쓰는 한자 어휘인 자율에도 ‘스스로의 원칙에 따른다’는 의미가 담겨 있지만, ‘남의 지배나 구속을 받지 않는 독자적 선택권’을 강조하는 맥락으로 사용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때로 ‘마음대로 한다’는 의미로 오용되기도 한다. 지난해 10월 교육부 장관이 “대학 정원의 30%는 아이들에게 전공 선택권을 줘야 한다”는 언급을 했고, 최근 정책 연구를 통해 ‘무전공 입학’ 확대 방안이 구체화되고 있다. “학생이 전공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확대하고 미래사회..

칼럼읽다 2024.01.10

마지막으로 가슴이 뛰어본 것이 언제인가요

마지막으로 가슴이 뛰어본 것이 언제인가요 입력 : 2024.01.09. 20:06 안주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요사이 누군가를 만날 때마다 하는 질문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슴이 뛰어본 것이 언제인가요?” 가슴이 두근거릴 만한 꿈을 가져야 한다는 웅장한 서두는 아니고요. 신체적으로 불안했던 시점을 찾으려는 문진도 아닙니다. 일조시간이 짧아 기분이 처지고 추위로 외출도 꺼려지는 요즘, 가슴이 뛸 정도의 신체활동을 얼마나 하고 계신지에 대한 진지한 걱정이자 안부인사입니다. 요즘 저는 우리의 삶이 픽사 영화 에 나온 대형우주선 엑시엄 탑승자들의 움직임 적은 삶과 비슷해지는 것 같다는 공포를 느끼고 있습니다. 이러한 비대면 중심의 일상과 문화는 몇 년간의 팬데믹을 겪으며 더 빠르게 확산된 것 같습니다. 의자..

칼럼읽다 2024.01.10

김유신 동상 칼끝이 가리킨 곳

김유신 동상 칼끝이 가리킨 곳 생뚱한 남산, 방향 튼 경주…모두 박정희 시절 이희용 문화비평가·언론인 서울 남대문에서 남산 쪽으로 한양도성길을 따라가다 보면 남산공원 들머리 인근에 김유신 장군의 동상이 서 있다. 사람이 많이 다니는 길에서 살짝 비켜나 있는 데다 나무에 가려 있어 주의 깊게 살피지 않으면 지나치기 십상이다. 김유신은 설명이 필요 없는 삼국시대 신라의 영웅이지만 왜 여기 자리 잡고 있는지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일제 때 조선신궁이 지어진 자리에 일본과 맞서 싸운 안중근·김구·이시영 동상을 세우고, 남산도서관 앞에 대학자인 이황과 정약용 동상을 조성한 것과 비교된다. 남산에 김유신 장군 동상이 선 사연 이 동상이 처음 들어선 자리는 여기가 아니었다. 서울시청 앞 태평로(지금은 세종대로에 통합)..

칼럼읽다 2024.01.10

지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한해가 되길

지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한해가 되길 수정 2024-01-08 02:31 등록 2024-01-07 18:47 김인아 | 한양대 교수(직업환경의학) 10여년 전이었다. 스쿠버 다이빙을 배우기 시작한 것이.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나는 번아웃이었던 것 같다. 아무런 의욕이 없던 그때 푸르디푸른 바닷속에서, 태어나서 처음 마주하는 신기한 생명체들을 보며, 오롯이 자신의 호흡 소리에만 집중할 수 있는 그 순간이, 그 번아웃 시기를 넘을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런데 다이빙 로그 수가 쌓이면서 바닷속이 항상 평화롭지는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고여만 있는 것 같은 바다 같지만 다양한 방향으로 조류가 흐르고 그 흐름에 따라 사람도 물고기도 흔들리게 된다. 조류를 잘못 만나면 아무리 애를 써도 산호가 있는 ..

칼럼읽다 2024.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