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1/30 4

바람난 생각

바람난 생각 입력 : 2024.01.30. 20:11 안재원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교수 사실상 마음의 주인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생각이 안에 있지 않고 늘 밖으로 싸돌아다니기를 좋아해서다. 시인 칼리마코스의 노래다. “나의 영혼이 반은 도망쳐버렸다. 나의 영혼이 소년들 가운데 누구에게 갔는지? 소년들이여, 그 도망자를 몰래 숨겨두지 말라고 몇번이고 명령했건만 (…) 변덕스러운 사랑에 눈멀어 지금 어느 하늘 아래에서 헤매고 있는지 나는 알고 있지.” (칼리마코스, 41번) 간결하지만, 촌철살인의 예리함이 돋보이는 노래다. 옳지만 무겁고 억압적으로 다가오는 말들, 진지함, 성실함, 엄중함, 엄격함, 건전함에 맞서 가볍고, 즐겁고, 유쾌하며, 재미있는 노래도 제 역할이 있고, 제 몫이 있음을 노래는 분명하게..

칼럼읽다 2024.01.30

이 칼럼니스트가 논쟁적 글쓰기를 멈추지 않는 이유

이 칼럼니스트가 논쟁적 글쓰기를 멈추지 않는 이유 [서평] 위근우 지음 24.01.25 11:48l최종 업데이트 24.01.25 11:48l 이지애(urban07) ! 이 책 제목이 딱 눈에 띈 순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정기적으로 뭔가를 써내야 하는 괴로운 내 속마음이 그대로 적혀있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어떤 사정이길래 그토록 글쓰기가 귀찮은지 궁금했다. 책을 집어 들고 서문을 읽는데 어라? 재밌기까지 하네! 글이 귀찮은 이유는 아무리 잘 쓰려해도 오랜 시간 공을 들여 똥을 빚는 중일 수 있기 때문이라나? 공감의 실소까지 뿜게 했으니 책을 도로 놓을 수가 없다. 집으로 고이 모셔 와 속속들이 읽어 보니 여러 면에서 파격적이라 신선했다. 대개의 글쓰기 책들이 권하는 여러 방법, 필사를 해라, 루틴..

책이야기 2024.01.30

가장 우울한 나라

가장 우울한 나라 입력 : 2024.01.29 19:20 수정 : 2024.01.29. 20:23 이명희 논설위원 작가 겸 크리에이터 마크 맨슨이 지난 22일 유튜브에 올린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를 여행하다’라는 제목의 영상. 영상에서 맨슨은 한국인들이 우울함을 느끼는 배경을 신체 건강, 스트레스, 사회적 고립 및 외로움, 수치심 등에서 찾았다. 마크 맨슨 유튜브 채널 갈무리 미국 작가 찰스 부코스키(1920~1994)는 한평생 마음대로 살았다. 주정뱅이, 바람둥이, 노름꾼이었다. 묘비엔 ‘애쓰지 마라’(Don’t Try)라고 새겨넣었다. 그런데도 그는 서점에서 시집이 제일 많이 도난당하는 시인이다. 부코스키는 성공 따위에는 신경을 끄고 살았다. 그에겐 ‘야망 없이 살자는 야망’이 있었다. 야망 없..

칼럼읽다 2024.01.30

태백 가는 길

태백 가는 길 입력 : 2024.01.25 20:10 수정 : 2024.01.25. 20:11 이갑수 궁리출판 대표 지형이나 고사를 반영하여 지은 지명은 단순한 명사가 아니다. 수많은 선인들의 발자국이 온축되어 있다. 천명을 받아 한생을 꾸렸다가 이제 짐을 벗고 하늘로 돌아가신 분들, 멀리 지구를 굽어보면서 땅의 이름을 등대 삼아 눈에 밟히는 생시의 동네를 헤아리고 계실까. 청량리에서 출발한 무궁화 눈꽃기차는 고을마다 엎드린 역을 차례차례 짚어나간다. 내리는 손님 그만큼, 또 타는 승객 이만큼. 덕소(德沼)와 양정(養正)을 지나더니 금방 은행나무 아래 용문(龍門)이다. 고장의 이름들이 징검다리처럼 하나의 느낌으로 꿰어지고 나는 기꺼이 거기에 사로잡힌다. 순식간에 석불(石佛) 지나 일신이다. 일신우일신이라..

칼럼읽다 2024.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