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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석의 언어탐방] 템포: 속도의 다양한 스펙트럼

[김용석의 언어탐방] 템포: 속도의 다양한 스펙트럼 21세기가 시작되면서 빠름과 느림이라는 삶의 과제는 실존적 담론으로 크게 부각되었다. 사반세기 전 정보기술(IT)로 대표되는 디지털 문화가 가져온 것은 개별 기술의 속도보다도 우리 삶 전체에 몰고 온 변화의 속도였다. 급속한 ‘변화를 앞세운 시대’가 본격 개막되었던 것이다. 인공지능(AI) 기술로 대표되는 오늘날 이런 시대적 특징은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수정 2024-01-09 20:02등록 2024-01-09 19:14 일러스트레이션 유아영 김용석 | 철학자 슛! 골! 손흥민 선수가 멋지게 감아 찬 공이 골문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하지만 오프사이드로 취소되었다. 다음 골도 그랬다. 중계를 보는 사람도 열받는데, 그는 시합 후에 차분히 말했다...

연재칼럼 2024.01.09

내가 누구인지 중요한가? 나는 그저 모든 과정에서 나일뿐

내가 누구인지 중요한가? 나는 그저 모든 과정에서 나일뿐 이진송 계간 홀로 발행인 입력 : 2024.01.04 06:00 꿋꿋이 자신의 삶을 살아낸 자들, 2023 연말 시상식을 빛냈다 방송인 신기루가 지난달 30일 열린 SBS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수상한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 SBS 유튜브 채널 갈무리 연말에는 각종 방송사의 시상식으로 북적였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와 함께 시상식의 의미 또한 달라졌지만, 여전히 어떤 작품과 누가 호명되는지는 사회적인 메시지를 발신한다는 효과가 있다. 2023년 연말 시상식은 ‘나답게’라는 말이 가장 큰 울림을 주었다. 연말 시상식의 조각조각을 모아, 2024년으로 뻗은 길을 비추는 작은 반사경 하나를 만들어보고자 한다. 2023년 11월, Mnet의 시상식 ..

칼럼읽다 2024.01.09

‘강남 8학군 출신’ 강조의 이유

‘강남 8학군 출신’ 강조의 이유 입력 : 2024.01.08. 20:12 황세원 일in연구소 대표 최근 같은 가짜 세상에 갇힌 듯한 혼란을 종종 느낀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외모를 칭송하는 기사들을 접할 때다. 내 심미적 기준이 정상인지가 혼란의 원인이기는 하지만, 여기서 가져야 할 객관적 의문은 다른 쪽이다. ‘얼평금지’(얼굴 평가 금지)가 이 시대의 보편적 규범이 아니었던가? 그래서 스포츠 중계에서도 선수의 외모 언급이 사라지지 않았나? 그런데 왜 갑자기 정치인의 외모를 언급하는 기사들이 쏟아지는가? 답은 어렵지 않다. ‘팬덤 정치’의 한 단상인 것이다. 생각해보면 정치인의 젊은 시절 사진을 공개하며 팬덤을 만들려는 시도는 이전에도 있었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다른 점이 있다. ‘호감형’..

칼럼읽다 2024.01.09

내 삶과 꿈의 이유를 생각한다

내 삶과 꿈의 이유를 생각한다 [서울 말고] 수정 2024-01-01 02:30 등록 2023-12-31 15:19 충북 괴산 산막이옛길의 천장봉 전망대에서 바라본 한반도 지형. 괴산군 제공 백창화 | 괴산 숲속작은책방 대표 엄동설한 매서운 기운에 인적이 뚝 끊겨버린 겨울 책방에서 부부는 동굴 속 곰처럼 뱀처럼 잔뜩 웅크려있다. 지난 한해 책방은 퍽이나 조용했고 연말결산은 초라하다. 책을 읽지 않는 시대에 작은 책방의 정산 장부가 빈곤한 건 그렇다 치더라도, 여전히 쉬지 않고 많은 일을 해왔는데도 마음속 결핍이 가시지 않는 이유는 뭘까. 답을 찾아 지난 시간을 떠올려보니 내 안에 징징거리는 아기가 살고 있었다. 입으로는 미래를 이야기하면서도 마음은 아기처럼 울었다. 세상이 나아지리라는, 지역이 소멸하지 ..

책이야기 2024.01.09

김이나의 ‘그 추모글’ 곱씹는 이유

김이나의 ‘그 추모글’ 곱씹는 이유 [김영희 칼럼] 배우 이선균씨가 떠난 날 김이나씨가 올린 글은 일부 네티즌의 비난이 일자 삭제됐다. 그러나 그 글이 맞다. 이런 비극을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는 가장 큰 힘이 오늘보다 내일 더 나은 사람이 되고픈, 그런 사회에서 살고픈 대중에게 있기 때문이다. 수정 2024-01-02 09:15등록 2024-01-01 16:50 김영희 | 편집인 지난달 27일 오전 회의 중 배우 이선균씨의 뉴스 속보가 떴다. 순간 진심으로 오보이길 바랐다. 좀 더 뻔뻔한 사람이었으면 달랐을까. 지난 두달여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면서 요란한 수사와 보도를 어떻게든 버텨내려던 포토라인 앞 그의 모습이 눈에 밟혔다. 슬픔과 안타까움, 뭔지 모를 분노가 뒤섞인 감정이 든 사람이 나뿐만은 아닐..

칼럼읽다 2024.01.09

쓸모없는 아이들

쓸모없는 아이들 입력 : 2024.01.08. 20:16 황경상 데이터저널리즘팀장 “1899년 남아프리카에서 보어전쟁이 발발하자 영국은 징병제를 실시했는데, 징병 대상자의 3분의 2 정도가 발육부진, 약시, 구루병 같은 영양결핍성 질환으로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국민의 건강 상태에 충격받은 보수당의 솔즈베리 정부는 아동의 건강을 향상시키기 위한 제도를 모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전성원, 중) 전쟁에 동원할 병사가 없어서 아동 건강에 신경 쓰기 시작했다니 끔찍하다. 하지만 21세기 한국에서도 여전히 아이는 존재 그 자체로 인정받기보다 필요에 따라 대우받는다. 지난해 말 미국 방송 CNN은 낮은 출생률로 군 입대자가 줄어드는 현상을 보도하며 “현재 한국 군대의 가장 큰 적”이라고 했다. 1899년의 영국..

칼럼읽다 2024.01.09

[슬픈 경쟁, 아픈 교실] 학원 가는 길

[슬픈 경쟁, 아픈 교실] 학원 가는 길 사교육걱정없는세상-10명 작가-한겨레 공동기획 미니픽션 10부작 ⑩ 서유미 수정 2024-01-03 02:30등록 2024-01-02 14:56 일러스트레이션 유아영 대한민국 교육이 병들어 가고 있습니다. 수학능력시험 ‘킬러문항 배제’ 논쟁은 현행 입시제도를 둘러싼 각종 문제점이 다시 한번 공론화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 교사의 극단적 선택을 통해 공교육의 한 단면이 드러나면서, 교육주체들의 여러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런 문제들의 바탕에는 승자독식 사회의 그림자를 그대로 담고 있는 대한민국 교육 현장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부실해져 가는 공교육의 이면에는 갈수록 고도화, 효율화돼 번성하는 사교육이 존재합니다. 한겨레는 시민단체 ‘..

책이야기 2024.01.09

온돌의 아이러니…‘바닥난방 애착’이 기후를 위협한다

온돌의 아이러니…‘바닥난방 애착’이 기후를 위협한다 온돌은 요리를 위해 땐 불의 열기를 바닥 구들로 통과시켜 진흙으로 된 바닥을 데우는 방식이라 땔감 구하기 어려운 겨울, 요리와 난방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극단의 효율성 덕분에 민가에 급속히 퍼졌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크리틱] 임우진 |프랑스 국립 건축가 프랑스 남부 해변 ‘코트다쥐르’는 지중해의 그림 같은 풍경으로 전세계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곳이다. 니스, 칸, 모나코 같은 유명한 관광도시와 영화제, 자동차경주 같은 이벤트도 많아 사시사철 인파로 북적인다. 이렇게 멋진 곳을 전세계 부호들이 내버려둘 리 없다. 니스와 칸 사이 해변 따라 러시아 에너지 재벌이나 중동 왕족의 고급빌라들이 줄지어 있다. 그런데 아무리 부자라도 피할 수 없는 문제가 있었다. 좁..

칼럼읽다 2024.01.09

사라지는 것들

사라지는 것들 정재호, 난장이의 공, 2018, 400×444㎝,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크리틱] 강혜승 ㅣ 미술사학자·상명대 초빙교수 ‘TV문학관’이라는 단막극 시리즈가 있었다. 근현대 문학작품을 영상으로 옮겼는데, 조세희의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도 2007년에 방영됐다. 도시개발 광풍이 불던 1970년대를 배경으로 빈민들의 소외를 그린 드라마에서 인상적인 장면이 있었다. ‘난쟁이’로 불린 왜소한 아버지와 가족이 비탈길 꼭대기 판자촌에 둥지를 틀면서도 명패를 달고 행복했던 날, 막내딸은 고사리손으로 시멘트 마당 한쪽에 붉은 꽃을 심었더랬다. 소설에선 철거반의 쇠망치가 그들의 보금자리를 허문 날, 훌쩍 자란 딸은 내내 키우던 팬지꽃을 공장 폐수 속에 던져버렸다. 꽃을 심던 장면을 다시 찾아본 ..

칼럼읽다 2024.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