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1 99

언제인지 모호한 ‘구한말’ 굳이 써야 할까

언제인지 모호한 ‘구한말’ 굳이 써야 할까 수정 2024-01-25 02:31 등록 2024-01-24 15:34 이경수 | 강화도 주민 “그렇죠, 구한말에 그런 일이 있었죠.” 강의 중에 나도 모르게, 이렇게 말했다. ‘구한말’(舊韓末)을 쓰지 말아야겠다고 맘먹은 지 꽤 오랜데, 또 불쑥 튀어나왔다. 습관을 고치기가 참 어렵다. ‘나말여초’ ‘여말선초’처럼 구한말도 특정 시기를 구분하는 용어로 널리 쓰인다. 하지만 말뜻과 실제 쓰임에 괴리가 크고, 언제부터 언제까지를 가리키는지 규정되지 않아서 혼란스럽다. 특히 공부하는 학생들이 힘들어한다. 국어사전은 구한말을 ‘대한제국의 시기’라고 풀었다. 고종이 대한제국을 선포한 1897년부터 일제에 나라를 빼앗기는 1910년까지 14년 동안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

칼럼읽다 2024.01.28

자작나무의 신비한 ‘겨울나기 전략’

자작나무의 신비한 ‘겨울나기 전략’ 입력 : 2024.01.24 20:16 수정 : 2024.01.24. 20:22 김홍표 아주대 약학대학 교수 하늘로 올라간 무게 있는 것들은 으레 아래로 내려오게 마련이다. 바닷물, 강물도 마찬가지라서 지난날 대기로 올라간 수증기가 올겨울 자주 눈으로 비로 찾아온다. 겨울 평균 기온은 올랐다지만 오히려 추운 날은 더 춥다. 삼한사온은 가뭇없이 사라지고 기후를 예측하기는 어려워졌다. 반짝 기온이 올라 개나리꽃이 피었대도 겨울잠 자는 동물들이 성급하게 기지개를 켜면 안 된다. 야생 동물은 촘촘한 털 매무새를 추스르며 추위를 버티지만 밑동에 켜켜이 눈 쌓인 나무들은 어떻게 겨울을 나는 것일까? 평안북도 출신 백석은 ‘그 맛있는 메밀국수를 삶는 장작도 자작나무’라며 백화라는 ..

칼럼읽다 2024.01.27

"잘 팔리는 책보다는..." 속초 독립서점 운영자의 바람

"잘 팔리는 책보다는..." 속초 독립서점 운영자의 바람 [인터뷰] 속초 북스테이 운영자 최세연 24.01.26 18:44l최종 업데이트 24.01.26 18:44l 김민준(coolboy95) '서울공화국'이라는 단어가 이제는 어색하지 않은 시절을 살고 있다. 그만큼 수도권으로 모든 것이 몰려들고 지방에 있던 것들도 끌어당기는 형국이다. 자연스레 지방소멸 역시 모두의 고민으로 자리잡았다. 그런 와중에 다른 방식의 삶에 도전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당연히 서울로 가야 한다는 생각, 서울이 아니면 기회를 잡을 수 없다는 생각이 답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게 '당연한 삶'에 질문하는 이들에게 주목하던 와중, 속초의 이라는 북스테이를 알게 됐다. 몇 개의 언론 기사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기본적인 정보들 중 ..

책이야기 2024.01.27

현대미술관에 기생하는 근대미술

현대미술관에 기생하는 근대미술 입력 : 2024.01.24 20:18 수정 : 2024.01.24. 20:22 홍경한 미술평론가 전시기획자 웬만한 선진국과 달리 한국엔 근대미술관이 없다. 1952년 개관한 일본 도쿄의 국립근대미술관을 비롯해 19세기 작품을 집중 소장한 프랑스 오르세 미술관, 반백년 이상 20세기 유럽의 미술 경향을 보여주고 있는 파리 시립 근대미술관, 미국이 자랑하는 뉴욕의 근대미술관과 같은 독립적인 근대미술관은 존재하지 않는다. 미술관의 역사를 보면 대부분 근대로부터 현대가 나왔다. 영국의 현대미술관인 테이트모던은 근대미술관인 테이트브리튼에서 분리됨으로써 근·현대를 잇는 계보를 완성했고, 일본 현대미술관을 잉태한 건 도쿄와 교토의 근대미술관이었다. 그러나 우린 거꾸로 근대를 건너뛰고 ..

칼럼읽다 2024.01.27

사이시옷…원칙은 현실을 망각하는 일이 잦다 [말글살이]

사이시옷…원칙은 현실을 망각하는 일이 잦다 [말글살이] 수정 2024-01-25 19:55 등록 2024-01-25 14:31 클립아트코리아 당신은 원칙주의자인가? 재미있게도 ‘근본주의자, 급진, 과격파’를 뜻하는 영어 ‘래디컬’(radical)의 어원은 ‘뿌리’(root)이다. 뿌리는 땅에 굳건히 박혀 있으니 뒤집어엎지 않고는 바꾸기 어렵다. 한국어학계에서 근본주의적 태도를 우직하게 지키는 곳이 한글학회이다. 한글학회에서 낸 ‘우리말큰사전’이 대중들로부터 멀어진 이유 중 하나는 사이시옷(ㅅ)을 적는 방법의 차이 때문이었다. 문교부 고시 ‘한글 맞춤법’에는 고유어가 들어간 명사들이 합쳐져 새 단어가 될 때, 발음이 달라지는 걸 어떻게 표시할까 하는 고민이 담겨 있다. ‘바다’와 ‘가’를 합쳐 [바다가]라..

연재칼럼 2024.01.26

누구를 위한 농업안전보건센터 폐업인가

누구를 위한 농업안전보건센터 폐업인가 입력 : 2024.01.25 20:14 수정 : 2024.01.25. 20:33 정은정 농촌사회학 연구자 대학생 때 농활에서 간호대생 인기는 최고였다. 혈압과 혈당체크를 하고 관절을 풀어주는 맨손체조를 알려주는 정도였어도 마을회관에 주민들이 줄을 섰다. 당시에도 전자 혈압계 정도는 갖추고 있는 집이 있었지만 간호대생들이 수동식 혈압계로 척척 팔에 감고 청진기를 대는 것만으로도 전문 의료인을 만난 것처럼 좋아하였다. 평생 농사지은 농민들은 근골격계 질환은 기본으로 깔고 속병 한두 가지는 안고 산다. 농업은 재해비율이 가장 높은 산업이다. 쪼그리고 구부리는 자세가 많아 근골격계 질환이 심각하다. 농기계가 엎어지거나 몸이 빨려 들어가 신체가 손상되는 재해도 잦다. 여기에 ..

칼럼읽다 2024.01.26

전문학교가 필요하다

전문학교가 필요하다 입력 : 2024.01.24 20:18 수정 : 2024.01.24. 20:22 홍인기 교육정책 비평가 총선이 77일 남았다. 많은 교육공약들이 쏟아져 나오겠지만 학교에 부적응하는 다양한 아이들을 위한 구체적인 공약이 나오길 바라며 교육정책 제안을 하려고 한다. 학교에 적응하기 어려워하는 아이들의 대표적인 사례는 과활동성 주의력결핍장애(ADHD)를 가지고 있는 아이들이다. 세계보건기구는 5~7%의 유병률을 추정하고 있다. 두 번째로 어려워하는 아이들은 난독증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이다. 2015년 교육부 난독증 실태조사에서 초등학생의 4.6% 아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세 번째는 경계선 지능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이다. 국회입법조사처의 자료에 따르면 13.6% 학생이..

칼럼읽다 2024.01.25

오늘 한 장면

오늘 한 장면 입력 : 2024.01.24 20:24 수정 : 2024.01.24. 20:26 오은 시인 아버지 기일을 앞두고 고향에 갔다. 책상 서랍을 열었더니 낡은 노트가 한 권 들어 있었다. ‘아버지가 쓴 노트일까?’ 생각하며 노트를 펼쳤다. 노트 상태는 오래됐지만 새것이나 다름없었다. 사람의 손때가 거의 타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빛바랜 노트 첫 장에 검은색 사인펜으로 ‘한창’이라고 두 글자가 적힌 게 다였다. 분명 내 글씨였다. 정확히는 20대 시절의 글씨였다. 20대 후반에 교통사고를 당했다. 오른쪽 팔꿈치 관절을 크게 다치면서 손목 관절 또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그때를 기점으로 글씨체가 달라졌다. 그러니 그 글씨는 사고 이전에 쓰인 것일 테다. 글자가 쓰인 시기를 특정했다고 해서..

칼럼읽다 2024.01.25

노년의 이야기가 진화한다

노년의 이야기가 진화한다 기자 김은형 수정 2024-01-25 02:30 등록 2024-01-24 19:04 노년의 삶을 현실적으로 다룬 영화 ‘소풍’.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김은형 | 문화부 선임기자 연초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환갑 지난 양자경이 넷플릭스 드라마 ‘선 브라더스’에서 삼합회 보스 마누라 자리를 박차고 스스로 보스가 되겠다며 ‘걸스, 비 앰비셔스!’(소녀여, 야망을 가져라!)를 외치더니, ‘룰루레몬’ 매장 포스터에 딱 버티고 서서 ‘오십 넘은 아줌마가 십만원짜리 레깅스가 웬말이냐’ 자조하는 나를 향해 ‘당장 신용카드를 꺼내 집 나간 엉덩이를 찾아오고(룰루레몬 레깅스는 없는 엉덩이도 만들어준다고 할 정도의 보정력을 자랑한단다) 미뤄둔 필라테스 등록을 하라’고 압박한다. 내가 아는 한 양..

칼럼읽다 2024.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