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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가는 ‘산림청 숲 가꾸기’

거꾸로 가는 ‘산림청 숲 가꾸기’ 입력 : 2024.01.23 19:42 수정 : 2024.01.23. 20:06 손제민 논설위원 산불 진화 인력들이 2021년 2월22일 경북 안동시 임동면 망천리 산에서 일어났다가 진화된 산불 잔재를 정리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지난해 말 KBS가 방영한 의 ‘녹색 카르텔’ 편은 충격 그 자체였다. 근래 들어 더 빈번해진 대형 산불에는 단지 기후변화만이 아니라 ‘산불이 돈이 되는 시스템’도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산불 이후 산림 복구를 이유로 멀쩡한 활엽수까지 집단 벌목해 큰 이익을 남기고, 그 자리에 산불에 취약한 침엽수를 심는 일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해 건설되는 임도가 대규모 산사태로 이어지는 일도 심각하다. 이런 일이 별다..

칼럼읽다 2024.01.24

이 돌을 지닌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이 돌을 지닌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입력 : 2024.01.23. 20:22 이소영 제주대 사회교육과 교수 지난해 가을 개봉 소식을 접했을 때만 해도 볼 생각이 없었다. 언제 적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인가 시큰둥했고, 믿지 못할 게 노장의 은퇴 선언이라더니 싶었다. 뒤늦게 극장에 간 것은 은퇴를 번복하며 내놓은 그 복귀작 제목이 임을 알고서였다. 전작을 통틀어 저렇듯 무겁고 직설적인 작명은 못 봤으니까. 감독이 하고 싶은 말이 있구나 짐작했다. 미처 못한, 기어이 꺼내야 할 이야기가 있나 보다. 동의하든, 반발심이 일든 들어야겠다 생각했다. 그가 만들어온 작품들의 정서적 수혜자로서 그래야 할 것 같았다. 대학 시절 첫 축제 기간, 늦은 밤 영화동아리에서 프로젝터와 스크린을 학생회관 앞에 설치하여 를 틀..

칼럼읽다 2024.01.23

대설주의보와 서설

대설주의보와 서설 입력 : 2024.01.23. 20:05 송혁기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눈이 많은 겨울이다. 요 며칠은 한파와 함께 대설주의보, 대설경보까지 내려진 곳도 적지 않다. 눈이 온다고 마냥 즐거워하는 건 아이들과 강아지뿐이라고 했던가. 실외에서 종일 일해야 하는 분들께 눈과 추위는 맞서 견뎌야 할 악조건이다. 내리는 눈을 보며 낭만을 즐기는 이들도 있겠지만, 현대를 사는 생활인에게 눈은 출퇴근길을 힘들게 하는 반갑지 않은 손님이다. 조선시대 역시 눈은 발을 묶는 장애물이었지만, 서설(瑞雪)이라는 말처럼 희망을 주는 존재로 여겨졌다. 육출화(六出花), 육각의 결정을 지닌 눈을 꽃에 비유한 표현이다. 눈을 반겼던 까닭이 티끌 가득한 온 세상을 새하얗게 덮어 버리는 순수함 때문만은 아니었다. 납전삼..

칼럼읽다 2024.01.23

반찬으로 먹고 약으로도 쓰는 ‘냉이’

반찬으로 먹고 약으로도 쓰는 ‘냉이’ 입력 : 2024.01.21 20:07 수정 : 2024.01.21. 20:08 엄민용 기자 그제(1월20일)가 24절기의 끝 절후인 대한(大寒)이었다. 한자만 놓고 보면 ‘큰 추위’가 닥치는 때다. 하지만 “소한의 얼음이 대한에 녹는다”는 속담처럼 이 무렵엔 날이 포근해진다. 봄이 코앞으로 다가왔으니 당연한 일이다. 대한 다음 절기는 입춘(立春)이다. 즉 이즈음은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때이자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시기다. 해서 제주도에서는 대한을 지나고 5일 후부터 입춘이 오기 3일 전까지 약 일주일을 ‘신구간(新舊間)’이라 부르며, 이때는 집을 수리하거나 이사를 해도 큰 탈이 나지 않는다고 여겼다. 입동(立冬)에서 시작돼 소설(小雪) 대설(大雪) 동지(..

칼럼읽다 2024.01.22

음식에서 그레셤의 법칙은 어떻게 가능할까

음식에서 그레셤의 법칙은 어떻게 가능할까 입력 : 2024.01.04 22:08 수정 : 2024.01.04. 22:15 권은중 음식 칼럼니스트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그레셤의 법칙은 은 같은 귀금속이 포함된 동전뿐 아니라 음식에도 적용된다. 탕후루가 대표적이다.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의 ‘배민트렌드 2023 가을·겨울편’을 보면, 지난해 7월 배민에서 탕후루 검색량은 1월에 견줘 47.3배 늘었다. 탕후루는 긴 나무 꼬치에 과일을 꿰 설탕·물엿을 입혀 먹는 중국 전통 간식이다. 구글의 검색어 흐름을 보여주는 구글트렌드 자료를 보면, 탕후루는 거의 검색 자체가 안 되었다가 지난해 초부터 늘더니 7월부터 폭증했다. 유튜브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탕후루가 급속히 퍼졌고..

칼럼읽다 2024.01.22

밥이 있어 여기까지 왔다

밥이 있어 여기까지 왔다 입력 : 2024.01.21 20:15 수정 : 2024.01.21. 20:16 서정홍 산골 농부 오랫동안 마을 사람들이 한데 모여 따뜻한 밥 한 그릇 나누어 먹을 곳이 없어 애태우다, 2019년에 마을회관을 지었다. 지금 생각해도 그날이 봄날 연둣빛 새순처럼 새록새록 떠오른다. 농촌 마을은 몇가구 이상 모여 살면 나라에서 마을회관을 지어 준다. 그런데 마을회관 지을 터는 마을에서 구해야만 했다. 그런데 내가 이 마을에 들어오고 13년이 지나도록 그 터를 구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 2017년 어느 날, 마을회관 지을 수 있는 터를 하동 할머니가 내어 주셨다. “갈수록 마을 사람들이 나이 들고 몸도 불편한데 함께 쉴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며 그냥 내어 주셨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칼럼읽다 2024.01.22

존중에 대하여 [ESC]

존중에 대하여 [ESC] 수정 2024-01-20 10:42 등록 2024-01-20 06:00 ‘피어 블러섬 하이웨이 (pearblossom highway)는 20세기를 대표하는 영국의 팝아트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의 대표적인 사진 콜라주 작품 중 하나다. 대상을 여러 번의 사진으로 찍고 콜라주로 만들어 마치 모자이크를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독특한 화법으로, 사진 콜라주는 호크니의 전형적인 작업 방식이다. ‘피어블러섬 하이웨이’에는 800장이 넘는 사진을 통해 시점과 공간을 고민하며 하나의 시점이 아닌 다수의 눈, 정지된 눈이 아니라 움직이는 눈으로 세상을 보려는 작가의 탐구 정신이 담겼다. 보는 위치에 따라 다른 곳을 보는 시각적 관찰이 담긴 이 작품은 하나의 관점이 아니라 수백개의 관점으로 훌륭..

칼럼읽다 2024.01.21

당신 인생의 게임

당신 인생의 게임 입력 : 2024.01.15. 20:04 심완선 SF평론가 게임 개발자 라프 코스터는 이라는 책에서 가상의 게임을 제시한다. 자, 가스실처럼 생긴 우물이 있다. 당신은 무고한 희생자들을 우물에 떨어뜨려 대량으로 학살하는 일을 한다. 희생자는 외형이 제각각이다. 어린 사람, 장성한 사람, 뚱뚱한 사람, 키 큰 사람 등 다양한 사람이 던져진다. 바닥에 떨어진 희생자들은 우물에서 탈출하기 위해 타인을 밟고 올라선다. 만약 누가 우물 밖으로 나간다면 당신은 게임에서 진다. 하지만 희생자를 잘 떨어뜨린다면 아래에 깔린 사람들은 가스에 질식해 죽는다. 이 게임을 계속하려면 당신은 희생자를 효율적으로 죽여야 한다. 이게 전부고, 반전은 없다. 이 게임은 테트리스와 메커니즘이 똑같다. 그러나 매우 불..

칼럼읽다 2024.01.21

교직원에 '감사일기 쓰고 결재 받으라'... 행정실장의 황당한 요구

교직원에 '감사일기 쓰고 결재 받으라'... 행정실장의 황당한 요구 [제보] 충남 A중학교 행정실장.. 도교육청 '주의' 처분에 "사건 축소" 비판 23.09.14 18:10l최종 업데이트 23.09.15 09:33l 심규상(djsim) ▲ 충남의 모 공립중학교 행정실장이 행정실에 근무하는 직원에게 일 년 넘게 '감사 일기'를 결재한 일이 드러나 논란이다. ⓒ 심규상 충남의 모 공립중학교 행정실장이 행정실에 근무하는 직원의 '감사일기'를 1년 넘게 결재한 일이 드러나 논란이다. 충남도교육청은 '부당 행위 금지 위반에 해당한다'는 국민권익위의 판단에도 인사상 불이익이 없는 '주의' 처분을 했다. A씨는 충남 B중학교 행정실에서 사무보조를 하는 무기계약직으로 지난 2003년부터 일해왔다. A씨는 지난 202..

칼럼읽다 2024.01.21

외로움은 질병이다

외로움은 질병이다 입력 : 2024.01.17 19:57 수정 : 2024.01.17. 19:58 고영직 문학평론가 외로운 사람들이 늘고 있다. 내 ‘곁’에서 내 ‘편’을 들어주고 나를 ‘품’어주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느는 사회는 위험사회의 징후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초연결 시대를 살고 있지만, 오히려 할 일이 없고, 갈 곳이 없고, 말벗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를 쓴 정치경제학자 노리나 허츠가 21세기를 ‘외로운 세기’라고 부른 것도 헛말은 아니다. 어느 콘퍼런스에서 만난 한 청년 활동가가 한 말이 오래 마음에 남는다. “여러분이 살고 활동하는 지역의 위기나 위험 요인이 있나요?”라는 질문에 30대 여성 청년은 “사회적으로 청년인구 유출과 지역소멸을 말해야겠지만,..

칼럼읽다 2024.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