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1 99

프린스와 오토바이

프린스와 오토바이 입력 : 2024.01.17 19:57 수정 : 2024.01.17. 19:58 임의진 시인 가수 김광석은 공연장에서 자주 이런 말을 했다지. “내 나이 마흔이 되면 할리데이비슨을 타고 세계여행을 다니면서 자유롭게 살고 싶습니다.” 히트한 노래처럼 ‘서른 즈음에’, 그러니까 서른두 살에 아깝게 요절하고 말았는데, 그곳에서 오토바이를 신나게 몰고 있을까. 예전에 가끔 부산 사진작가 김홍희형이 오토바이를 몰고 산골집에 들르곤 하셨어. 다음 행선지가 바이크족 하면 빠질 수 없는 지리산 시인 이원규형 댁. 바이크족끼리 좋아라 뭉치는 법. 하지만 나처럼 턱을 빼고, 와~ 탄성을 지르면서 개부러워해주는 놈이 또 있어야 재미가 배가되는 법. 그래 자랑삼아 오신 건지 어쩐 건지 기억이 잘 안 나지만,..

칼럼읽다 2024.01.20

새해, 눈 오는 날, 버스정류장에서

새해, 눈 오는 날, 버스정류장에서 입력 : 2024.01.18 20:03 수정 : 2024.01.18. 20:04 이갑수 궁리출판 대표 저 위에 높이 뜬 달에 올라가 지구를 본다면 내려다보일까. 그럴 리가, 달도 분명 지구를 우러르고 있다. 우주에서 상대를 대접하는 방식은 서로를 정중히 받드는 것. 눈도 하늘의 그곳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게 아니라 솟구치며 앞으로 나아가는 중이었다. 그걸 낮디낮은 곳, 지구라는 블랙홀에 빠진 우리가 거대한 착각 속에 내리는 것으로 만드는 게 아닐까. 아무튼 눈이 펑펑펑 왔다. 눈은 그냥 오지 않는다. 눈은 짐짓 세상의 무심하던 곳을 햇볕 든 쥐구멍처럼 뜻밖의 장소로 변하게 한다. 몸의 가장 변방인 발바닥도 그중의 하나다. 듣는가, 눈길 걸을 때마다 찍히는 발바닥의 힘찬 ..

카테고리 없음 2024.01.20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갔다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갔다 입력 : 2024.01.18. 19:59 김봉석 문화평론가 사카모토 류이치의 마지막 영화 . 2023년 극장에서 보는 마지막 영화로 를 선택했다. 아카데미 영화음악상을 받은 , 데이비드 보위와 함께 출연도 한 , 지난해 11월 개봉하여 40만명이 넘게 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등 많은 걸작 영화음악을 작곡한 뮤지션 사카모토 류이치의 연주를 담은 영화다. 사카모토는 2023년 3월28일, 71세로 세상을 떴다. 몇년간 대장암으로 투병을 하면서 죽음을 예감한 사카모토는 마지막으로 피아노 연주 영상을 찍었다. 는 피아노만이 존재하는 무채색 스튜디오에서 20곡을 연주하는 사카모토의 모습을 담은 영화다. 8일간 하루 3곡씩 2, 3번의 테이크로 찍었다. 카메라는 담백하다. 그가 연주..

칼럼읽다 2024.01.19

K팝, 냉소가 늘고 환상은 줄었다

K팝, 냉소가 늘고 환상은 줄었다 입력 : 2024.01.17 19:54 수정 : 2024.01.17. 19:55 최이삭 K팝 칼럼니스트 2023년 K팝 산업을 이렇게 한 줄 평하고 싶다. “냉소가 늘고 환상은 줄었다.” 미국 대중문화 평론가 척 클로스터만의 책 에서 1994년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구단주와 선수단 간 이권 다툼이 파업으로 번지며 세계대전 때도 치러진 월드시리즈가 취소된 정황을 소개하며 쓴 표현이다. 팬들에게 상처를 입히며 팬들의 냉소를 자아내고, 환상은 앗아간 이 사건으로 메이저리그의 인기는 한동안 시들했고, 미국인의 삶의 양식으로 신화화된 야구의 이미지도 완전히 바뀌었다고 그는 설명한다. 2023년 K팝 산업의 사정은 훨씬 안 좋았다. 소비자의 냉소는 그 어느 해보다 컸고, 환상은..

칼럼읽다 2024.01.18

이정후에게 이종범은 훈장이자 낙인이었다

이정후에게 이종범은 훈장이자 낙인이었다 입력 : 2024.01.17 19:54 수정 : 2024.01.17. 19:55 이용균 뉴콘텐츠팀장 나이 든 야구팬들에게 이정후는 이종범의 아들이지만, 젊은 야구팬들에게는 이종범이 이정후의 아버지다. 이정후는 지난해 말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6년 1억1300만달러에 계약했다. 역대 한국 선수의 메이저리그 포스팅 최고 금액일 뿐만 아니라 이번 스토브리그 야수 전체를 통틀어서 총액 기준 최고 금액이다. 평균 연봉 1883만3333달러는 LA 다저스와 1년 2350만달러에 계약한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에 이어 2위다. 물론 투수와 타자를 모두 하는 오타니 쇼헤이(10년 7억달러)는 제외다. KBO리그 최고의 타자임을 증명했다. 2022년에는 타격왕, 득점왕, 타..

칼럼읽다 2024.01.18

안부를 건네는 분투에 앞서

안부를 건네는 분투에 앞서 입력 : 2024.01.17 19:54 수정 : 2024.01.17. 19:55 서진영 저자 셈을 해보니 일주일에 한 번꼴로 서울이라는 내 생활권을 벗어난다. 여러 지역에서 여러 이야기를 그러모아 글로 풀어내는 일이 내 직업이다. 사람과 장소, 문화적 유산에 이르기까지 대상과 영역이 꽤 방대한데, 이를 아우를 수 있는 것은 ‘지역성’을 토대로 이야기를 엮는 데 있다. 지역성이라는 말이 따분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다른 지역과 구별되어 나타나는 한 지역의 고유한 특성을 가리켜 지역성이라 한다. 나는 이 지역성에 줄곧 기대를 갖고 기대어왔다. 지역의 매력을 발견하는 일 자체도 재미있지만 그 과정에서 내가 ‘나’로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컸다. 지난..

칼럼읽다 2024.01.18

마음을 참지 않기로 했다

마음을 참지 않기로 했다 입력 : 2024.01.17 20:00 수정 : 2024.01.17. 20:03 성현아 문학평론가 2023년에는 일이 몰려 바빴다. 해야 할 일들이 많았으므로 마음을 참아야 했다. 그런데 마음을 참는다는 말은 참 이상하다. 마음을 다잡아 무언가 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마음을 꼭 잡아 가두어 무엇을 하지 않도록 만든다는 것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작년에 참았던 마음들을 열거해 보자면 이러하다. 아끼는 사람들을 보고 싶은 마음, 계절의 지나감을 살피는 마음, 걷다가 길가에 우두커니 서서 바람이 나를 지나도록 내버려두는 마음, 좋아하는 카페의 창가 자리에 앉아 멍하니 햇볕을 쬐며 미소를 데우는 마음, 세상의 모서리에 애정 어린 눈길을 퐁당 던지는 마음, 그 파동으로 나 또한 물결치게..

칼럼읽다 2024.01.17

아따, 선거철 아이가

아따, 선거철 아이가 수정 2024-01-15 02:30 등록 2024-01-14 18:49 권영란 | 진주 ‘지역쓰담’ 대표 눈앞에 지리산 능선과 천왕봉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햇볕 따뜻한 오후 남강 가에 갔더니 겨울 남강은 새들의 안식처다. 왜가리, 큰고니, 비오리, 물수리, 청둥오리, 붉은머리오리…. 100여종이 찾아든다. 남강 도심 강폭은 300m가 넘는다. 강가 산책로를 따라 걸어가면 경남서부 식수원인 진양호와 남강댐이다. 경남에는 3개의 큰 강이 흐른다. 낙동강, 섬진강, 남강이다. 낙동강은 경남동부 의령·함안과 창녕을 경계로 흐르고, 섬진강은 경남서부 하동 19번 국도를 끼고 흐른다. 그리고 남강. 경남서북 남덕유산에서 첫 물길을 이뤄 지리산 물길과 합수해 경남동부 내륙으로 흐른다. 길..

칼럼읽다 2024.01.17

‘성난 사람들’

‘성난 사람들’ 입력 : 2024.01.16 19:22 수정 : 2024.01.16. 20:12 최민영 논설위원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엔젤레스에서 15일(현지시간) 열린 제75회 에미상 시상식 이후 열린 갈라 파티에서 미니시리즈 부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스티븐 연(사진 왼쪽)과 각본·감독상을 수상한 이성진 감독이 트로피를 들어보이고 있다. 로스엔젤레스/로이터·연합뉴스 사회적 기대와 역할에 충실하려 스스로를 지나치게 다그치고 억압하면 부정적인 감정들이 표출되지 못한 채 내면에 쌓인다. 웃는 얼굴이란 가면 뒤에 분노와 절망만큼이나 깊은 것은 가까운 이들조차 이런 마음을 헤아려주지 않는다는 외로움과 고립감이다. 안으로 무너지면 자살이 되고, 밖으로 터지면 범죄가 벌어진다. 넷플릭스 드라마 (원제 BEEF)에서 ..

칼럼읽다 2024.01.17

말에 휩쓸려 다니지 않으려면

말에 휩쓸려 다니지 않으려면 입력 : 2024.01.16 20:11 수정 : 2024.01.16. 20:12 안재원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교수 마음의 주인은 생각일까? 말일까? “말이 강력한 주인이다. 말은 아주 작고 보이지 않는 몸으로 가장 신적인 일을 수행한다. 두려움을 멈추고 즐거움을 만들며 연민을 불러일으킨다.”( 8장) 트로이 전쟁의 원흉인 헬레네를 변호하는 고르기아스의 연설에 나오는 말이다. 텅 빈 마음에 ‘희로애락’의 감정을 일으키고 가라앉히는 힘이 말이라는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기실, 생각이 주인인 것처럼 배웠지만 생각이 흔들리는 갈대라는 점은, 우리의 일상에서 쉽게 파악할 수 있지만, 말을 더 들어보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얼마나 많은 것에 대해 거짓말로 설득했..

칼럼읽다 2024.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