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1 99

원작가 ‘한강’ 개입, 한국문학 번역과 세계화에 도움이 될까

원작가 ‘한강’ 개입, 한국문학 번역과 세계화에 도움이 될까 입력 : 2024.01.09. 19:58 윤선경 한국외국어대 영어통번역학부 교수 얼마 전 한강의 의 불어 번역이 메디치 외국어 상을 받았다는 기쁜 소식이 있었다. 2016년 가 영어로 번역돼 한국소설로는 처음으로 국제적 명성의 문학상을 받았고, 그 이후 많은 작가와 번역가의 노력으로 한국문학의 위상은 국제무대에서 높아졌다. 학자들은 이러한 현상에 발맞춰 한국문학 번역에 대한 다양한 비평을 세상에 내놓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는 지난해 8월 영어번역 비평 글을 출판하는 마무리 단계에서 한강이 본문인용 허락에 회의적이라는 뜻밖의 소식을 편집자에게서 전해 들었다. 작가가 나의 텍스트 해석이 자신의 의도와 다르고 나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

책이야기 2024.01.10

자율의 요건

자율의 요건 입력 : 2024.01.09 20:03 수정 : 2024.01.09. 20:04 송혁기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한문 문장에서 ‘자율(自律)’은 대개 스스로 세운 기준, 예컨대 ‘청렴’이라든가 ‘올바름’ 등을 엄격하게 지킨다는 용례로 사용된다. 요즘 쓰는 한자 어휘인 자율에도 ‘스스로의 원칙에 따른다’는 의미가 담겨 있지만, ‘남의 지배나 구속을 받지 않는 독자적 선택권’을 강조하는 맥락으로 사용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때로 ‘마음대로 한다’는 의미로 오용되기도 한다. 지난해 10월 교육부 장관이 “대학 정원의 30%는 아이들에게 전공 선택권을 줘야 한다”는 언급을 했고, 최근 정책 연구를 통해 ‘무전공 입학’ 확대 방안이 구체화되고 있다. “학생이 전공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확대하고 미래사회..

칼럼읽다 2024.01.10

마지막으로 가슴이 뛰어본 것이 언제인가요

마지막으로 가슴이 뛰어본 것이 언제인가요 입력 : 2024.01.09. 20:06 안주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요사이 누군가를 만날 때마다 하는 질문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슴이 뛰어본 것이 언제인가요?” 가슴이 두근거릴 만한 꿈을 가져야 한다는 웅장한 서두는 아니고요. 신체적으로 불안했던 시점을 찾으려는 문진도 아닙니다. 일조시간이 짧아 기분이 처지고 추위로 외출도 꺼려지는 요즘, 가슴이 뛸 정도의 신체활동을 얼마나 하고 계신지에 대한 진지한 걱정이자 안부인사입니다. 요즘 저는 우리의 삶이 픽사 영화 에 나온 대형우주선 엑시엄 탑승자들의 움직임 적은 삶과 비슷해지는 것 같다는 공포를 느끼고 있습니다. 이러한 비대면 중심의 일상과 문화는 몇 년간의 팬데믹을 겪으며 더 빠르게 확산된 것 같습니다. 의자..

칼럼읽다 2024.01.10

김유신 동상 칼끝이 가리킨 곳

김유신 동상 칼끝이 가리킨 곳 생뚱한 남산, 방향 튼 경주…모두 박정희 시절 이희용 문화비평가·언론인 서울 남대문에서 남산 쪽으로 한양도성길을 따라가다 보면 남산공원 들머리 인근에 김유신 장군의 동상이 서 있다. 사람이 많이 다니는 길에서 살짝 비켜나 있는 데다 나무에 가려 있어 주의 깊게 살피지 않으면 지나치기 십상이다. 김유신은 설명이 필요 없는 삼국시대 신라의 영웅이지만 왜 여기 자리 잡고 있는지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일제 때 조선신궁이 지어진 자리에 일본과 맞서 싸운 안중근·김구·이시영 동상을 세우고, 남산도서관 앞에 대학자인 이황과 정약용 동상을 조성한 것과 비교된다. 남산에 김유신 장군 동상이 선 사연 이 동상이 처음 들어선 자리는 여기가 아니었다. 서울시청 앞 태평로(지금은 세종대로에 통합)..

칼럼읽다 2024.01.10

지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한해가 되길

지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한해가 되길 수정 2024-01-08 02:31 등록 2024-01-07 18:47 김인아 | 한양대 교수(직업환경의학) 10여년 전이었다. 스쿠버 다이빙을 배우기 시작한 것이.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나는 번아웃이었던 것 같다. 아무런 의욕이 없던 그때 푸르디푸른 바닷속에서, 태어나서 처음 마주하는 신기한 생명체들을 보며, 오롯이 자신의 호흡 소리에만 집중할 수 있는 그 순간이, 그 번아웃 시기를 넘을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런데 다이빙 로그 수가 쌓이면서 바닷속이 항상 평화롭지는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고여만 있는 것 같은 바다 같지만 다양한 방향으로 조류가 흐르고 그 흐름에 따라 사람도 물고기도 흔들리게 된다. 조류를 잘못 만나면 아무리 애를 써도 산호가 있는 ..

칼럼읽다 2024.01.10

[김용석의 언어탐방] 템포: 속도의 다양한 스펙트럼

[김용석의 언어탐방] 템포: 속도의 다양한 스펙트럼 21세기가 시작되면서 빠름과 느림이라는 삶의 과제는 실존적 담론으로 크게 부각되었다. 사반세기 전 정보기술(IT)로 대표되는 디지털 문화가 가져온 것은 개별 기술의 속도보다도 우리 삶 전체에 몰고 온 변화의 속도였다. 급속한 ‘변화를 앞세운 시대’가 본격 개막되었던 것이다. 인공지능(AI) 기술로 대표되는 오늘날 이런 시대적 특징은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수정 2024-01-09 20:02등록 2024-01-09 19:14 일러스트레이션 유아영 김용석 | 철학자 슛! 골! 손흥민 선수가 멋지게 감아 찬 공이 골문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하지만 오프사이드로 취소되었다. 다음 골도 그랬다. 중계를 보는 사람도 열받는데, 그는 시합 후에 차분히 말했다...

연재칼럼 2024.01.09

내가 누구인지 중요한가? 나는 그저 모든 과정에서 나일뿐

내가 누구인지 중요한가? 나는 그저 모든 과정에서 나일뿐 이진송 계간 홀로 발행인 입력 : 2024.01.04 06:00 꿋꿋이 자신의 삶을 살아낸 자들, 2023 연말 시상식을 빛냈다 방송인 신기루가 지난달 30일 열린 SBS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수상한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 SBS 유튜브 채널 갈무리 연말에는 각종 방송사의 시상식으로 북적였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와 함께 시상식의 의미 또한 달라졌지만, 여전히 어떤 작품과 누가 호명되는지는 사회적인 메시지를 발신한다는 효과가 있다. 2023년 연말 시상식은 ‘나답게’라는 말이 가장 큰 울림을 주었다. 연말 시상식의 조각조각을 모아, 2024년으로 뻗은 길을 비추는 작은 반사경 하나를 만들어보고자 한다. 2023년 11월, Mnet의 시상식 ..

칼럼읽다 2024.01.09

‘강남 8학군 출신’ 강조의 이유

‘강남 8학군 출신’ 강조의 이유 입력 : 2024.01.08. 20:12 황세원 일in연구소 대표 최근 같은 가짜 세상에 갇힌 듯한 혼란을 종종 느낀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외모를 칭송하는 기사들을 접할 때다. 내 심미적 기준이 정상인지가 혼란의 원인이기는 하지만, 여기서 가져야 할 객관적 의문은 다른 쪽이다. ‘얼평금지’(얼굴 평가 금지)가 이 시대의 보편적 규범이 아니었던가? 그래서 스포츠 중계에서도 선수의 외모 언급이 사라지지 않았나? 그런데 왜 갑자기 정치인의 외모를 언급하는 기사들이 쏟아지는가? 답은 어렵지 않다. ‘팬덤 정치’의 한 단상인 것이다. 생각해보면 정치인의 젊은 시절 사진을 공개하며 팬덤을 만들려는 시도는 이전에도 있었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다른 점이 있다. ‘호감형’..

칼럼읽다 2024.01.09

내 삶과 꿈의 이유를 생각한다

내 삶과 꿈의 이유를 생각한다 [서울 말고] 수정 2024-01-01 02:30 등록 2023-12-31 15:19 충북 괴산 산막이옛길의 천장봉 전망대에서 바라본 한반도 지형. 괴산군 제공 백창화 | 괴산 숲속작은책방 대표 엄동설한 매서운 기운에 인적이 뚝 끊겨버린 겨울 책방에서 부부는 동굴 속 곰처럼 뱀처럼 잔뜩 웅크려있다. 지난 한해 책방은 퍽이나 조용했고 연말결산은 초라하다. 책을 읽지 않는 시대에 작은 책방의 정산 장부가 빈곤한 건 그렇다 치더라도, 여전히 쉬지 않고 많은 일을 해왔는데도 마음속 결핍이 가시지 않는 이유는 뭘까. 답을 찾아 지난 시간을 떠올려보니 내 안에 징징거리는 아기가 살고 있었다. 입으로는 미래를 이야기하면서도 마음은 아기처럼 울었다. 세상이 나아지리라는, 지역이 소멸하지 ..

책이야기 2024.01.09

김이나의 ‘그 추모글’ 곱씹는 이유

김이나의 ‘그 추모글’ 곱씹는 이유 [김영희 칼럼] 배우 이선균씨가 떠난 날 김이나씨가 올린 글은 일부 네티즌의 비난이 일자 삭제됐다. 그러나 그 글이 맞다. 이런 비극을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는 가장 큰 힘이 오늘보다 내일 더 나은 사람이 되고픈, 그런 사회에서 살고픈 대중에게 있기 때문이다. 수정 2024-01-02 09:15등록 2024-01-01 16:50 김영희 | 편집인 지난달 27일 오전 회의 중 배우 이선균씨의 뉴스 속보가 떴다. 순간 진심으로 오보이길 바랐다. 좀 더 뻔뻔한 사람이었으면 달랐을까. 지난 두달여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면서 요란한 수사와 보도를 어떻게든 버텨내려던 포토라인 앞 그의 모습이 눈에 밟혔다. 슬픔과 안타까움, 뭔지 모를 분노가 뒤섞인 감정이 든 사람이 나뿐만은 아닐..

칼럼읽다 2024.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