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1 99

쓸모없는 아이들

쓸모없는 아이들 입력 : 2024.01.08. 20:16 황경상 데이터저널리즘팀장 “1899년 남아프리카에서 보어전쟁이 발발하자 영국은 징병제를 실시했는데, 징병 대상자의 3분의 2 정도가 발육부진, 약시, 구루병 같은 영양결핍성 질환으로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국민의 건강 상태에 충격받은 보수당의 솔즈베리 정부는 아동의 건강을 향상시키기 위한 제도를 모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전성원, 중) 전쟁에 동원할 병사가 없어서 아동 건강에 신경 쓰기 시작했다니 끔찍하다. 하지만 21세기 한국에서도 여전히 아이는 존재 그 자체로 인정받기보다 필요에 따라 대우받는다. 지난해 말 미국 방송 CNN은 낮은 출생률로 군 입대자가 줄어드는 현상을 보도하며 “현재 한국 군대의 가장 큰 적”이라고 했다. 1899년의 영국..

칼럼읽다 2024.01.09

[슬픈 경쟁, 아픈 교실] 학원 가는 길

[슬픈 경쟁, 아픈 교실] 학원 가는 길 사교육걱정없는세상-10명 작가-한겨레 공동기획 미니픽션 10부작 ⑩ 서유미 수정 2024-01-03 02:30등록 2024-01-02 14:56 일러스트레이션 유아영 대한민국 교육이 병들어 가고 있습니다. 수학능력시험 ‘킬러문항 배제’ 논쟁은 현행 입시제도를 둘러싼 각종 문제점이 다시 한번 공론화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 교사의 극단적 선택을 통해 공교육의 한 단면이 드러나면서, 교육주체들의 여러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런 문제들의 바탕에는 승자독식 사회의 그림자를 그대로 담고 있는 대한민국 교육 현장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부실해져 가는 공교육의 이면에는 갈수록 고도화, 효율화돼 번성하는 사교육이 존재합니다. 한겨레는 시민단체 ‘..

책이야기 2024.01.09

온돌의 아이러니…‘바닥난방 애착’이 기후를 위협한다

온돌의 아이러니…‘바닥난방 애착’이 기후를 위협한다 온돌은 요리를 위해 땐 불의 열기를 바닥 구들로 통과시켜 진흙으로 된 바닥을 데우는 방식이라 땔감 구하기 어려운 겨울, 요리와 난방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극단의 효율성 덕분에 민가에 급속히 퍼졌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크리틱] 임우진 |프랑스 국립 건축가 프랑스 남부 해변 ‘코트다쥐르’는 지중해의 그림 같은 풍경으로 전세계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곳이다. 니스, 칸, 모나코 같은 유명한 관광도시와 영화제, 자동차경주 같은 이벤트도 많아 사시사철 인파로 북적인다. 이렇게 멋진 곳을 전세계 부호들이 내버려둘 리 없다. 니스와 칸 사이 해변 따라 러시아 에너지 재벌이나 중동 왕족의 고급빌라들이 줄지어 있다. 그런데 아무리 부자라도 피할 수 없는 문제가 있었다. 좁..

칼럼읽다 2024.01.09

사라지는 것들

사라지는 것들 정재호, 난장이의 공, 2018, 400×444㎝,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크리틱] 강혜승 ㅣ 미술사학자·상명대 초빙교수 ‘TV문학관’이라는 단막극 시리즈가 있었다. 근현대 문학작품을 영상으로 옮겼는데, 조세희의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도 2007년에 방영됐다. 도시개발 광풍이 불던 1970년대를 배경으로 빈민들의 소외를 그린 드라마에서 인상적인 장면이 있었다. ‘난쟁이’로 불린 왜소한 아버지와 가족이 비탈길 꼭대기 판자촌에 둥지를 틀면서도 명패를 달고 행복했던 날, 막내딸은 고사리손으로 시멘트 마당 한쪽에 붉은 꽃을 심었더랬다. 소설에선 철거반의 쇠망치가 그들의 보금자리를 허문 날, 훌쩍 자란 딸은 내내 키우던 팬지꽃을 공장 폐수 속에 던져버렸다. 꽃을 심던 장면을 다시 찾아본 ..

칼럼읽다 2024.01.09

아듀, ‘언어 통제의 해’

아듀, ‘언어 통제의 해’ 로버트 파우저 | 언어학자 지난 2023년은 ‘언어 통제의 해’였던 듯하다. 언어 사용과 교육을 둘러싼 논쟁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몇가지 예를 들어보자. 우선, 언어 ‘사용’에 대한 논쟁이다. 일상생활에서 실제로 사용하는 말과 글은 사회적 영향을 많이 받긴 하지만 개인의 성격을 무엇보다 많이 드러낸다. 그 사용의 방식도 매우 다양하다. 이를 둘러싼 논쟁이 낯선 건 아니지만, 지난해에는 젠더부터 전쟁까지 수많은 사회적 현상을 둘러싼 언어 사용 논쟁이 벌어졌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 직후 미국 대학에서는 양쪽을 지지하는 시위가 산발적으로 벌어졌다. 시위 구호를 놓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핵심은 ‘학살’이었다. 상대방을 공격하고 자신들의 입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서로를 향해 학살..

칼럼읽다 2024.01.08

도파민 디톡스

도파민 디톡스 수정 2024-01-03 02:30 등록 2024-01-02 19:20 나쁜 습관을 비유적으로 중독이라고 표현하지만 사실 중독의 경계선은 애매해 최근에는 중독 스펙트럼이라는 용어를 쓰기도 한다. 중독 스펙트럼의 한쪽 끝인 마약은 도파민 수치를 크게 올려 뇌의 보상회로를 크게 왜곡한다. 예를 들어 코카인(cocaine)은 도파민(dopamine)의 재흡수를 막아 수치를 정상 반응(왼쪽) 대비 350%나 올린다(오른쪽). 반면 현대인 다수가 겪고 있는 소위 디지털 중독은 50~100% 높은 수준이라 새해 결심으로 벗어날 수도 있다. 랜싯 제공 강석기 | 과학칼럼니스트 2024년 새해가 밝았다. 이 글이 실리는 1월3일은 새해 결심을 실천하는 사람들에게 고비가 되는 날이다.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

칼럼읽다 2024.01.08

반복과 차이

반복과 차이 입력 : 2023.12.24. 20:03 류동민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어느 예능프로그램에서 본 에피소드이다. 유명한 개그맨이 그 옛날에는 그녀 자신보다 훨씬 더 유명했던 이른바 국민가수급 원로의 모창을 했는데 막상 젊은 청중들은 그 가수가 누군지 몰라 일단 검색부터 한 다음, 검색화면과 모창을 비교한 다음에야 비로소 똑같다며 웃더라는 것이다. 사실 늘 젊은 학생들과 강의실에서 만나는 직업 특성상 비슷한 경험을 적지 않게 하곤 한다. 이를테면 한국경제론을 강의하며 당연히 알 거라 전제했던 재벌기업 창업주의 이름을 막상 학생들은 전혀 알지 못한다는 것, 그들이 아는 해당 재벌의 회장은 내가 말하는 분의 아들, 심지어는 손자라는 등의 경험이다. 그러하므로 산업화나 민주화의 경험과 교훈을 자랑스럽게..

칼럼읽다 2024.01.08

마누라, 여사, 당선자…호칭의 어원학

마누라, 여사, 당선자…호칭의 어원학 입력 : 2022.06.14 03:00 수정 : 2022.06.14. 07:07 이봉수 한국미디어리터러시스쿨 원장 2월11일 TBS 에서 김윤 국민의당 서울시당위원장은 이재명 대통령 후보의 부인을 ‘도지사 마누라’로 불렀다가 김어준 진행자한테서 “표현을 바꾸라”는 핀잔을 받았다. 그러자 김윤은 ‘도지사의 처’로 바꿔 말했다. 순우리말이 어느새 비속어 신세로 전락한 것이다. ‘처’(妻)라는 한자말은 갑골문자에서 여자의 머리칼을 만지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고대 중국이 부권사회로 전환된 뒤 여성의 정조가 강조되는데 ‘처’는 ‘머리칼을 만져도 되는 여자’라는 뜻이니 좋은 말은 아니다. 이에 견주어 ‘마누라’는 아내를 허물없이 부르는 말이 됐지만, 원래는 극존칭이었다. ‘..

칼럼읽다 2024.01.08

스스로 새로워지지 않는다면

스스로 새로워지지 않는다면 입력 : 2023.12.31. 19:38 황규관 시인 ‘새로움’은 여전히 문학에서 금과옥조처럼 여겨진다. 몰라서 그렇지 문학에서만 그러지는 않을 것이다. 다른 예술 장르에서도 새롭지 않으면, 즉 기존의 것을 단순 되풀이하면 작품이 주는 감동은 현저히 떨어진다. 때에 따라서는 우리 인식과 정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이든, 그게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새로운 것이든 낡은 것이든, 현실 조건 또는 역사라는 불빛에 비춰봐야 한다. 지금은 좋아 보이지만 실상은 위조지폐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누군가 작정하고 위조한 게 아닌데도 시간을 지나오면서 진품의 자격에 미달하는 사태가 벌어진다는 것이다. 이럴 때 적잖은 사람들은 진품이었던 과거를 역설하거..

책이야기 2024.01.08

벽 너머로 낯선 소리가 들려올 때

벽 너머로 낯선 소리가 들려올 때 입력 : 2024.01.02. 20:13 하미나 저자 연말연초가 되면 늘 떠오르는 이야기가 있다. 프랑스 작가 로맹 가리의 책 에 수록된 엽편소설 ‘벽 - 짤막한 크리스마스 이야기’이다. 소설은 작가인 ‘나’가 의사인 친구에게 가볍게 하소연하며 시작한다. 그럴싸한 교훈적인 이야기를 써서 신문사의 편집장에게 주기로 했는데 크리스마스가 다가와도 어떤 영감도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치 벽에 부딪힌 것 같다니까!” ‘나’는 탄식한다. 그러자 의사인 친구가 말한다. “벽이라고? 그렇다면 자넨 이미 멋진 주제를 찾아낸 것 같구먼.” 친구는 어느 해 12월31일 빈민가에서 벌어진 일을 이야기해준다.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사랑과 따뜻함이 필요한 연말이었다. 그만큼 홀로인 사람..

칼럼읽다 2024.01.08